00. 파리에서는 일부러 길을 잃어보세요

프롤로그

과거는


미래에 항상 더 명확해진다.


- 오버스토리, 리차드 파워스

파리에 처음 갔을 때

노트르담 성당 뒤편의 작은 정원이

마음에 쏙 들었다.

그곳에는 수많은 관광객과 집시 대신

나처럼 길을 잃은 이들 아니면

동네 아이들과 유모

햇빛바라기하는 할머니만 있다.


IMG_0219_2.jpg *노트르담 성당 뒤편 공원은 관광객과 집시가 아닌 동네사람들이 산책한다!

두 번째 파리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마지막 날

피카소 뮤지엄과 에펠탑

노트르담 성당 뒤편에 가고 싶었다.


아침부터 비바람이 불고 춥다.

파리지엔처럼 스카프를 두르고

거리를 걷는다.


피카소 뮤지엄을 찾아가는 길부터

헤매기 시작한다.

뮤지엄을 바로 옆에 두고

돌고 또 돌아 겨우 관람을 한다.

친구가 꼭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정원을 내려 보라고 했는데

비바람 때문에 테라스는 닫혔고

커피 머신도 고장이다.

아쉽지만 피카소는 진짜 천재란 걸

느끼며 발길을 돌린다.


에펠탑에 가는데

비가 쏟아지면 나무 밑에서 기다리다가

다시 걷고 또 피하기를 반복한다.

에펠탑 앞에 서니 해가 쨍하니 난다.

에펠탑 아래에서 또 길을 잃는다.

결국 전망대에 오르지 못했지만

내 인생의 사진 한 장은 얻었다.

2017_06_06_paris 313_3.jpg *에펠탑 아래에서 길을 잃고 전망대에 오르지 못해서 멋진 풍경을 만났다!


노트르담 성당으로 가는 길

버스를 타고 가는데 갑자기 멈춰 선다.

안내 방송이 나왔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다.


아침부터 비가 왔다 햇빛이 쨍하다가

다시 천둥 번개가 치고

6월에 얇은 옷뿐이라

있는 옷을 다 껴입고도

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추운데

이 무슨 소동인지...


이곳은 어디고 나는 누구인가

방황하다 하루 종일 커피를 못 마셔서

그렇다고 결론을 내린다.

우연히 보이는 서점에 들어가

쌍빼의 책을 사고 기쁜 마음에

바로 읽고 싶어 카페로 간다.

파리의 서점 옆에는 꼭 카페가 있다.

카페 드 플로르의 테이블 받침이

상빼의 일러스트다.

웨이터가 상빼도 이곳의 단골이라며

유쾌하게 말을 건넨다, 물론 불어로.

표정과 몸짓

간간이 쉬운 영어 단어를 섞어 말해

한참 대화를 나눈다.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 오늘도 행복한 하루야!


2017_06_06_paris 376_2.jpg *사르트르와 보브아르, 까뮈와 피카소의 단골이었던 카페 드 플로르는 장 자크 상빼의 일러스트를 테이블 받침으로 쓴다!

노란 화살표만 따라가면 되는

산티아고 가는 길 Camino de Santiago에서도

매일 길을 잃던 나는 길을 잘 잃는다.

그래도 혼자 꿋꿋이 여행을 떠난다.

요즘은 일부러 골목길을 헤맨다.

나만의 풍경을 찾아서.


*2017년 6월 6일

노트르담 성당 앞 광장에서

경찰이 테러로 오인해 실탄을 쏘는 바람에

대중교통이 모두 멈추고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2019년 4월 16일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로

이제 다시 만날 수 없는 내 인생의 단 한 번의 풍경!


* 과거는 미래에 항상 더 명확해진다.

- <오버스토리> 리차드 파워스


**장동건의 백투더북스 2부 셰익스피어 인 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