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6일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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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동안의 고독>으로 유명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첫 문단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저는 첫 문단을 쓰는 데 몇 달이 걸리는데, 일단 첫 문단이 생기면 나머지는 아주 쉽게 나옵니다. 첫 문단에서 저는 책에서 다룰 문제 대부분을 해결합니다. 주제와 문체, 분위기가 정해지지요. 적어도 제 경우에, 첫 문단은 책의 나머지 부분이 어떻게 될 것인지 보여주는 일종의 표본입니다.” 라고 말한다.


몇 달을 고뇌해 빚어낸 그 유명한 <백년 동안의 고독>의 첫 문장은, 그가 말한 ‘표본(Sample)’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가장 완벽한 예시이다. ‘여러 해가 지난 미래’의 시점에서 ‘총살형이라는 현재’를 거쳐, ‘얼음을 보러 갔던 과거’로 순식간에 이동한다. 이는 부엔디아 가문이 겪게 될 순환하는 시간과 운명론을 단 한 줄로 선포한 것이다. 그리고 ‘얼음’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사물을 생전 처음 보는 경이로운 존재처럼 묘사함으로써,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무너지는 이 소설 특유의 마술적 사실주의의 톤(Tone)을 확립했다. 그리고 ‘총살 집행권 앞’이라는 극적인 상황을 던져 독자의 멱살을 잡고 이야기의 심연으로 끌고 들어간다. 마르케스는 이 한 문장으로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세 가지 요소-주제, 문체, 분위기를 완벽하게 해결한 것이다.


그는 가족과 아카풀코로 여행을 가던 차 안에서 갑자기 <백년 동안의 고독> 첫 문장이 떠올랐다. 그는 그 문장이 떠오르자마자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와 18개월 동안 두문불출하며 소설을 완성했다.


1947년 보고타, 법대생이었던 20살의 마르케스는 친구에게 책 한 권을 빌려 숙소로 돌아왔다. 그는 침대에 누워 첫 문장을 읽자마자 거의 침대에서 굴러떨어질 뻔한 충격을 받는다.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침대 속에서 자신이 한 마리의 거대한 갑충으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책은 카프카의 변신이다. 보통 사람이 자고 일어났는데 벌레가 되었다면 비명을 지르거나 공포에 질리는 것이 먼저다. 하지만 카프카는 '발견했다(entdeckte)'라는 지극히 객관적이고 정보 전달적인 단어를 선택한다. 마치 남의 집 벌레를 관찰하듯 자기 몸을 서술하는 이 쌍둥이자리적 냉정함이 독자에게는 더 큰 공포와 기이함을 선사한다.


“세상에, 이게 가능하다니!(¡Carajo, esto sí se puede!)”


마르케스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소설이 우리가 흔히 알던 방식(지루한 사실주의나 도덕책 같은 이야기)으로만 쓰여야 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만약 이런 식으로 써도 된다면, 나도 소설가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마르케스에게 카프카의 첫 문장이 충격적이었던 이유는 그것이 자신의 뿌리와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카프카의 그 천연덕스러운 문체에서, 어린 시절 자신에게 말도 안 되는 귀신 이야기와 기적들을 마치 옆집 일처럼 덤덤하게 들려주던 외할머니의 화법을 발견했다.


그날 밤, 그는 잠을 자는 대신 책상 앞에 앉아 자신의 첫 단편 소설인 「세 번째 체념」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만약 당신에게 이런 ‘벼락같은 첫 문장’이 찾아오지 않는다면? 마르케스처럼 18개월을 버틸 엔진은커녕, 당장 오늘 밤 한 페이지를 채울 연료조차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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