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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Dec 09. 2023

달콤 쌉싸름한 너

[라라크루] 송년백일장

2023년, 글쓰기와 

나에게 쓰기란 무엇이였나 잠깐 생각한. 달콤 쌉싸름한 다크 초콜릿 같다고나 할까. 첫맛은 쓰고 뒷맛은 달달한 생초코의 . 나에게 쓰기는 부족하고 허점 투성이인 나를 마주하게 하는 씁쓸함이었고, 내 웃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친구였 예기치 못하는 곳으로 다다르게 하는 재밌는 놀이였 틈나면 생각나는 취미였다. 이렇게 쓰기는 무미건조한 삶에 달달하게 스며들었다. 31가지쯤 될 다양한 글쓰기의 맛을 오목하게 한 스쿱씩 그득 담아 본다.


차가운 병실에서 고통을 마주하면

올해 초, 수술방에서 새해를 열었다. 내 몸의 1센티도 안 되는 나쁜 조각잘라낸 날, 마취도 풀리지 않은 나를 반겨준 너. 차가운 병실에 덩그러니 있으려니, 하얀색 화면 속에서 네가 말을 걸어왔다. 텅 빈 화면에 깜박이는 커서가 뭔가가 쓰이길 다소곳하게 기다리는 것 같았지. 기어코 머릿속 단어들이 하나씩 끌려 나오고 어느새 술술 풀려나와 문장이 되고 글이 되었다. 생경했던 통증은 글이 되며 차가웠던 나는 슬그머니 뜨거워지곤 했다. 이렇게 내 안의 온기를 소환해 주었다.


https://brunch.co.kr/@blume957q7n/179



거친 감정의 파도가 나를 덮치면

삼 남매별다른 계획 없이 찾아간 제주바다. 거친 바다 위의 성난 그들의 요구거친 파도만큼이나 나의 분노를 일으키고. 물결이 집채만 하게 일어났다사라지듯 이따금 닥치는 감정의 소용돌이는 글이라는 소쿠리에 담아 휙 잡아채 날려버렸다. 밀려오는 감정과 글감의 콜라보는 글이라는 볼 것으로 만들어 담아내면 거친 감정도 잔잔한 미풍이 되어 훌쩍 가벼워진다. 비로소 내 마음을 쓰담쓰담할 수 있는 여유도 찾게 되고. 이렇듯 쓰기는 나에게 자장가고, 포옹이고, 토닥임이었다. 


https://brunch.co.kr/@blume957q7n/185



투명한 너를 외면하지 않을게

속상한 날, 작아진 날, 부끄러운 날, 묘한 감정이 일 때면 그 감정을 글로 찾아내 들여다본다. 복잡했던 내 생각의 뿌리를 한참 내려가 찾아가 보면 어린 꼬마였던 내가 있고, 철부지 욕망덩어리였던 젊은 내가 다. 웅크린 나를 일으켜 세워 글로 북돋아 주면 이내 가벼워지고 조금 더 뻔뻔해진다. 나를 보여줄 정확한 단어를 상황을 감정을 더 잘 찾아낼수록 나를 더욱 선명하게 볼 수 있게 되고. 글은 이렇게 나를 반사하는 거울이 된다. 시간과 공간과 감정을 투사해서 나를 볼 수 있는 울트라 캡짱 미러링 서비스. 부끄러운 나를 마주할 용기가 있다면 나를 주제로 한 이야기는 무궁무진하게 나온다. 깊은 곳에 숨겨진 나도 알지 못했던 과거의 나, 숨겨진 가 더욱 선명하게 낯선 모습으로 손짓할 테니까. 


https://brunch.co.kr/@blume957q7n/262




그대를 위한 러브레터


사람들은 왜 글을 쓰냐고 묻는다. 나는 말한다.


글을 읽을 때 지나친 나를 보게 되고
글에 대해 나누며 동지를 만나게 되고
다시, 글을 쓰며 비로소
조금 더 온전한 내가 된다고.  


때때로 지나친 감정의 천착은 자기 연민이라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나도 모르게 글로 징징대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는 한없이 부끄러웠. 바쁘고 정신없는 일상 속에서 지나친 감정들을 글로 마주하지치고 속상했을 내가 왠지 가엽고 불쌍하고 소심한 내가 바보같고.  마저도 빠져들 여유도 별로없지만 자기 연민은 글 쓰는 나에게  조심해야 할 빨강신호다.


언제나 혼자만의 이야기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 그 중심은 잃지 않으려 쓴다. 내 글을 읽어줄 이름 모를 그 누군가를 위해 러브레터를 쓴다고 생각하면서. 정성을 담아 사랑을 담아 조심스레 써 내려가는 연애편지를 보내듯 단어하나, 표현하나를 고쳤다 지웠다를 수십 번씩 하고. 어느 순간, 에라 모르겠다 '발행!'을 클릭! 그래놓고는 창피함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지만 . 내 안으로 깊이 들어가 숨기고 감추고 싶었던 것이 글이 되면 누군가와 나눌  있는 공공의 것이 된다. 세상에 나아가면 내 것이지만 또 내 것이 아닌 게 되고. 우표를 붙여 우체통에 넣어 보낸 편지처럼 내가 쓴 글은 나를 떠나 누군가에게로 나아간다.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질리지 않는 것들의 공통점은 결국 강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다른 것들과 조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빵이 그렇고 밥이 그렇다. 진한 나를 받아줄 그것이 흰 백지이고 흰 화면이었다. 결국 모든 걸 받아주는 공간 속에서 글은 태어나게 된다. 잊지 말아야겠다. 어딘가에 쓸 곳이 있다는 것, 내게 글 쓸 시간이 있다는 것, 거친 글을 잠시라도 읽어줄 독자가 있다는 . 그렇게 많은 것들의 도움으로 울퉁불퉁, 단짠조합의 어설픈 글이 탄생한다는 사실을. 이렇게 계속 갈고닦으면 언젠가는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언제고 생각나는 밥 같은 이 되겠지. 2024년에는 어떤 맛 글을 짓고 맛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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