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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Dec 18. 2023

대상의 영광을 그대에게

라라크루 : 송년회후기

우리는 정직한 지원과 격려를 원한다. 그러면서도 막상 누군가 칭찬을 해 주면 그 말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갑작스러운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토요일 저녁, 온라인으로만 만났던 작가님들과 송년회를 하기로 한 날이다. 오전에는 다른 독서모임, 오후에는 라라크루 송년회, 꽉 찬 주말 일정에 지칠 법도 한데 어느 하나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강남역 근처 한의원을 알아보고 중간에 침치료까지 받아가며 몸을 재정비하여 송년회 장소로 향한다. 늘 이런 일에는 알 수 없는 열정과 에너지가 솟는다.


백일장 대상이 나라고?!

작가들의 송년회는 남다르다. 백일장을 개최하고 상도 주는 모임, 연예대상분위기는 무엇?!  <라라크루>의 대장님이 수상자를 차례차례 부르신다. 그럴듯한 상장과 개별 상품까지 준비해 주시는 노고와 센스에 늘 고맙고 감사하다.  낭랑한 목소리로 장려상부터 금상, 대상까지 차례대로 이름을 부르시는데, 엇. 내 이름이 있다. 그것도 "대상"에. 이게 맞나? 내가?! 기분이 좋으면서도 믿지 못할 결과에 어리둥절하다.


(대상을 받은 글도 살짜꿍 올립니다.)

https://brunch.co.kr/@blume957q7n/309



누가 어떻게 상을 뽑았을까요?

싸우자고 시비 거는 게 아니라 진짜 내가 왜 뽑혔을까 궁금해서 대장님과 이사님께 묻는 말이다. 쟁쟁한 출간작가와 필력이 좋은 작가님들도 많은 라라크루 아니었던가. '내가 진짜 잘 써서 주신 것일까?'의심하고 물었는데, 운영진 두 분이 직접 뽑아주셨다는 말씀에 더욱 놀란다.


딱 보는 순간, 만장일치로 뽑았죠.
그리고 아시죠?
화요일님은 천상 글쟁이라는 거~^^



안이사님의 말씀에 한번 더 놀라고 얼떨떨하다. 브런치 구독자수는 185에서 멈추었고 그렇다 할 인기몰이를 한 대표글도 없다. 씁쓸했지만 '인기와 숫자에 연연하지 말자'라고 스스로 세뇌하며 라라크루의 일정에 따라 숙제를 열심히 했을 뿐이다. 크루님들 덕분에 댓글과 조회수는 소폭 상승했지만 다시 잠잠해졌다. '내 글은 그저 그런 가보다. 어쩔 수 없지모. ' 생각하고 있었던 터. 이 와중에 책을 몇 권이나 출간하신 대장님과 책도 쓰시고 많은 분의 글을 읽으신 안이사님, 그런 두 분이 내 글을 뽑으셨다니 '와. 실화냐' 믿기지 않는다. 내 글을 읽고 또 읽어본다. 그래도 나는 잘 모르겠다.


작가님, 글 잘 쓰세요.
아, 진짜요?
맞아요. 진짜 잘 쓰세요.


돌아가며 작가님들과 대화를 나누며 또다시 듣는 말이다. '그냥 인사말로 하시는 말이겠지. 내가 무슨.' 겸연쩍고 쑥스러워 "아니에요." 손사래를 친다. 참으로 다정하고 좋은 작가분들이라 생각하고 어쩔 줄 몰라 얼른 화제를 전환한다.


그만! 누군가 당신을 칭찬해 준다면. 정말  그 말에 귀를 기울어야 한다. 아무리 그런 일이 익숙하지 않고 계면쩍더라도, 계속 숨을 들이마시고 귀를 기울이고 그 말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칭찬을 받는 것이 이렇게도 좋다는 것을 반드시 느껴 보아야 한다. 작가가 되려면, 자신을 향한 긍정적이고 솔직한 격려를 받아들이는 데에 필요한 여유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하니까. (114p.)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칭찬받고 싶어요.

자신감과 자만심, 겸손과 비하 사이의 모호한 경계, 이들 사이에서 균형감을 유지하는 것은 늘 어렵다. 칭찬의 말에 수긍하면 으스대는 마음이 생기고 자만해질까 주저했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겸손한 태도가 아닌 것 같아 우물쭈물했다. 사실은 인정과 칭찬의 말을 늘 원하면서도 막상 그런 말을 들으면 어쩔 줄 모르는 나였다. 나의 장점을 받아들이는 것에 미숙했다.


언제였을까, 초3 막내아이가 방을 잔뜩 어지러 놓고 정리하라는 나의 말에 딴청을 부려 혼낸 적이 있다. 애 셋이 내 맘 같지 않아 문득 힘들고 속상한 마음에 침대에 누워 끙끙 앓고 있는데,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어느새 막내가 발을 주무르고 이불을 덮어주고 있는 것이다. 막내의 마음은 모르고 화가 난 터라 '방은 안치고 뭐 하는 거야!'하고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이 말에 막내는 훌쩍훌쩍 울기시작한다. 급 미안해진다. 왜 그러냐고 묻는다. 아이는 이내 눈물을 훔치며 내게 말한다.


엄마한테 칭찬받고 싶었어요.


이 한마디에 망치를 맞은 듯 모든 게 멈춘다. 아이는 이렇게 솔직하게 자신의 속마음을 말하는 데, 나는 왜 내 욕구를 말하는 것이 힘들었을까. 칭찬을 받고 싶다는 아이의 말에 울컥해서 와락 안아주었다. 실은 내가 안은 것은 나의 딸이면서 어린아이였던 나이기도 했다. 깊은 곳에 감추어둔 욕망에 대해 생각한다. 나는 왜 내 바람과 욕구를 숨기고 살았을까.


켜켜이 쌓인 욕망과 바람들

어린 나는 동생 셋을 책임지는 맏딸이었다. 없는 살림에 돌봐야 할 아이는 많고 가게일에 집안일까지  엄마는 늘 아프고 힘들었다. 그런 엄마에게 나의 욕구를  수는 없었다. 늘 엄마의 필요에 반응했고 힘든 엄마의 짐을 덜어주고 싶었던 어른아이였던 나였다. 엄마가 일하고 들어오시기 전에 방을 치워놓고 동생들을 혼내 숙제도 시키고 어설프게 요리를 해서 저녁을 준비하기도 했다. 이런 나를 엄마는 고마워했고 착하다했고 또 미안해했다. 하지만 동생들은 달랐다. 고등어조림이 먹고 싶다고 했고, 드레스가 갖고 싶다고 했고, 왜 집이 가난하냐고 따져 물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힘든 엄마를 더 힘들게 하는 것 같아 나의 욕망을 감추었다. 엄마 곁에 자고 싶은 마음, 생김치에 두부를 먹고 싶은 마음, 나도 다른 친구들처럼 돈 걱정 없이 어학연수나 유학을 가고 싶은 꿈도 모두 접어두었다. 그렇게 나의 욕망은 아래로 아래로 쌓이고 덮이고 잊힌 줄 알았다.


숨겨둔 욕망의 부조화

나는 반대로 행동했다. 내 욕망과 바람을 표현하기보다는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더 포용력이 넓은 사람이 되어 더 많은 사람들의 요구와 바람을 품어야 한다고 나를 채찍질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인정해 주길 바랐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사람들의 말을 흔한 인사치레로 치부했다. 오히려 부족하고 모자란 나의 단점을 찾아내어 모질게 나를 단련하고 몰아세웠다. 내가 더 큰 사람이 되어 더 많은 사람의 요구를 감당해야 더 많은 칭찬을 받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자꾸만 더 나아지려는 나의 욕구는 더 많은 불만족과 공허함을 만들 뿐이었다. 현재의 나를 인정하고 칭찬하는 여유를 찾을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거짓 칭찬을 받고 싶어 남의 욕구에만 반응했던 어리석은 나였다.


외면했던 나의 욕구에 반응하기

어른 아이로 자랐던 나는 이제야 깨닫는다. 내 숨겨둔  욕구의 해소는 누군가의 필요와 요구에 반응하 인정받고 칭찬받음으로써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음. 대신에 내가 필요한 그것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충족시켜야 비로소 해소되는 것임을 뒤늦게 알아차린다. 그러려면 내가 뭘 원하는지 알아야 하는 것이고, 입을 꾹 닫고 남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은 겸손도 선함도 아닌 그저 고문임을 인정해야 한다. 남의 요구와 인정에 기대어 내 만족을 투사시켰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이제는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반응해야 할 때이다.


잘한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용기

그동안은 나를 고치고 바꾸고 변화해야 할 대상으로  분석하고 몰아세웠다. 늘 불안했고 부족했던 건 남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욕심이 만든 부작용이었을까. 그러면서도 남들 눈에 비친 좋은 나, 괜찮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용기는 부족했었다. 잘한 나를 부정하고 의심하는 것이 겸손이 아니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 또한 자만이 아니고 수용이었음을  몰랐을까. 이제는 나를 좋게 비춰준 그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하고 내 모습을 그대로를 가꾸어 가면 될 일이다.

그러니 무언가에 의지하고 싶어질 때 그 대상을 멀리서 찾지 말라. 바로 지금 자신이 의지하고 있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라. 그런 다음 마주 보고 있는 친구가  "난 네 작품이 너무 사랑스러워!"라고 말하면 그 기분을 그저 간직하면 된다. 대지와 의자가 당신의 몸을 쓰러지지 않게 받쳐 준다는 사실을 믿는 것처럼 그 친구의 말을 그대로 믿어라. (112p.)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갑. 분. 수상소감

대상의 영예를 그간 애쓴 나에게 돌립니다.

: 라라크루 운영진을 믿고 꼬박꼬박 글을 쓰고 발행한 꾸준함, 주변의 반응, 구독자와 조회수, 좋아요 숫자에 흔들리지 않았던 묵직함, 나를 돌아보고 갈고닦는 일을 소홀하지 않았던 그 성실함에 스스로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이런 저를 알아차려 주신 수호대장님과 안이사님의 탁월한 안목에 심심한 감사의 말씀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좋은 동료이며 든든한 응원자이고 믿음직스러운 독자이신 라라크루와 글벗님들께도 허리 숙여 고마움의 인사를 전합니다. 저는 늘 하던 대로 착실하게 저만의 글쓰기 여정을 뚜벅뚜벅 이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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