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왜 이렇게 매력적이세요?

[라라크루]10기 합평회 후기

by 화요일

사락사락 시간이 쌓이는 소리

함께 글 쓰는 온라인 모임 [라라크루: 라이트 라이팅 크루,Light Writing Crew] 모임을 한지도 어언 2년이 되어가나 보다. 워낙 숫자에 약해서 잘은 기억이 안 나지만 5기부터 시작해서 지금이 10기니까 대략 그 정도 될 거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는지 몰랐다. 무엇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을까.



스벅스벅 걸어오는 소리

토요일 오후 3시. 봄의 문턱, 뭘 입을까 고민하게 하는 계절이다. 패딩은 무겁고 코트는 살짝 추운 그런 날, 괜한 고민에 시간낭비하다 결국 코트에 목도리까지 챙겨 들고 나선다. 오랜만에 강남에 진출하는 날이라 최대한 강남스타일에 맞춰보지만 경기도 촌놈이 그 느낌을 정확히 구현해 내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도 좋다. 읍내에 나가는 설렘으로 나풀나풀 가벼운 마음으로 버스를 탄다. 먼 곳에 오시는 문우 한 분은 일찌감치 오셔서 별다방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시고 스벅스벅 오신단다. 그 말이 재미나서 나도 모르게 리듬을 타며 말해본다. 스벅스벅~~



숙제는 막판에 해야 제 맛

'띠리링 띠리링' 카페에 올려둔 글에 답글이 달리는 소리다. 다들 열심히 숙제 중이다. 합평회 가기 전에 참가자들이 올린 글을 다 읽어보는 것이 숙제다. 미루다가 가는 날이 돼서야 겨우 한다. 막바지에 긴장감 넘치게 숙제를 하는 맛이란 해 본 사람만이 안다. 집중력은 최강, 속도는 초고속. 합평회 시간이 다가올수록 댓글 알림음은 더욱 다급해진다. 나도 질세라 열심히 댓글을 달며 화음을 얹는다. '다들 왜 이렇게 글을 잘 쓰는 거야.' 질투가 날 지경이다. 솔직 담백한 글, 시원시원한 글, 그림처럼 그려지는 글, 논문처럼 분석적인 글, 청국장처럼 구수한 글, 착하디 착한 글, 그림에 글자가 그려지는 글, 총천연색 무지개처럼 개성이 확실한 글을 정신없이 읽는다. 그러는 동안 지하철을 타고 가는 시간이 어느새 훌쩍 지나있다.



아프고 힘든 이야기가 유독 많았던

합평회가 시작된다. 자신의 글에 대해 이야기하고 피드백을 듣는다. 그런데 이번 글들은 유난히 아프고 힘든 이야기가 많다. 결핍과 스트레스, 내적 부조화와 분노 등이 글의 강력한 동기가 될 수 있다고는 하지만 다들 안 아프고 안 힘들었으면 하는 마음에 안타까움만 가득했다. 시국도 어수선하고 나이 들어가는 몸은 여기저기 아프고, 직급은 오르는 데 월급은 쥐꼬리만큼 오르고 일은 배로 많아진다. 거기에 스트레스는 덤. 학년이 오르면 아이들 교육비도 따라 오르고 연로하신 부모님의 건강은 예전 같지 않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이 와중에 경조사비 낼 일은 왜 그렇게 많은지. 대한민국 중년의 삶은 101호나 102호나 엇비슷하다.


답답하고 속상한 마음을 다독이며 위로하고 인생선배들의 애정 듬뿍 담긴 조언도 주고받는다. 박식하고 수려한 글에 감탄하고 칭찬하고 넋이 빠져 경청하다 보면 합평회 세 시간은 어느새 훌쩍 지나있다. 내 최애 스텔라장 노래도 다 못 듣고 파리이야기를 많이 못해 아쉬웠지만 뒤풀이가 있으니 참기로 한다. (중간에 잘린 게 더 나았을 수도 ㅋ)



멋진 작가들과 더 멋진 독자들이 모이는

뒤풀이는 합평회의 꽃. 배부르게 먹고 편하게 서로의 글,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초보작가들의 눈물겨운 투고 경험기, 출판과 판매, 홍보의 어려움. 책을 는 일련의 과정의 생생한 에피소드가 넘쳐난다. 그중에서 백미는 서로의 글에 대한 후기타임. 라라크루에서는 멋진 작가님들을 만날 수 있어 좋고 그 보다 더 좋은 건 멋진 독자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글은 꾸준히 쓰고는 있지만 독자들이 읽을 만한 글인지, 공유하고 나눌만한 글인지 알송달송할때가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있을때쯤 라라크루의 열혈독자님들의 반응을 들으면 너무 반갑다. "하나만 투어 너무 좋아요. 작가님 글 재밌는데~" 등등 다정한 반응, 긍정의 피드백을 들으면 귀가 쫑긋, 자존감도 회복된다. 독자들의 좋은 피드백만큼 작가를 춤추게 하는 건 없다. 동시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일주일에 두편 글을 쓰는 것만도 벅차서 것만 다른 작가님의 글을 많이 못 읽고 있는데... '이제 나도 열심히 읽고 좋은 독자가 되야겠다'다짐한다. 벌써 시간은 9시, 그만 집에 갈까 하는 순간, 절절한 표정을 한 애교쟁이 작가님의 한 마디.


작가님, 벌써 가시려고요?

이 표정에 안넘어갈 자 누군가.


슈렉의 장화 신은 고양이 마냥 간절한 눈빛과 표정에 그만 무장해제. 막내딸이 엄마 언제 오냐고 연신 물어대는 문자에 나도 모르게 "늦어. 먼저 자~"하고 말았다. 어느새 2차 장소로 가고 있는 나. 이것은 개미지옥이다. 한번 걸리면 나올 수 없는 ~ 그렇지만 나도 모르게 따라가고 만다. 그녀는 말한다. "작가님~왜 그렇게 매력적이세요?" 이런 멘트는 연애할 때도 못 들어 본 말인데. 그 후로도 애정고백은 계속된다. 허허실실 웃고만 있는 나. 기분 좋은 말에 바닥을 쳤던 자존감도 올라가고 술기운도 올라가고. 그 후로도 오랫동안 뜬금 고백이 계속되었지만 아무도 그녀를 말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즐기고 있었던 것 같다. 온라인 모임이 이렇게 따뜻할 수 있을까. 목동에 광명, 안산 들렀다 용인까지 휘 돌아가는 코스를 마다하지 않는 맘씨 좋은 드라이버까지 갖춘 최상의 드림팀.


아니, 이 모임 왜 이렇게 매력적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