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8)
어린 왕자와 주인공은 이제 이별을 준비한다. 왕자는 말한다. 우리에겐 각자 다른 별이 있다고. 그 별은 여행자에겐 길잡이고, 학자에겐 문젯거리이고, 상인에겐 그저 돈 일 뿐이다. 하지만 정작 별은 말이 없다. 주인공은 전혀 다른 별을 갖게 될 거라고 왕자는 말한다.
나의 별은?
빛나는 별이 되고 싶었다. 그늘 없이 상처 없이 밝고 해맑게 스스로 빛을 내는 자체발광 별처럼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통통 튀는 긍정의 기운과 뭐든 좋게 보는 선천적 해맑음. 그런 빛은 주위의 변화에 쉬이 흔들리지 않고 그저 스스로 빛난다. 그러나 나의 밝음은 어딘가 수상한 점이 있다. 주위의 눈치를 살피고 그들의 밝기에 맞추어 나의 밝기도 조절한다. 때론 밝게 때론 어둡게. 그것은 배려고 사회성라는 이름일까. 어두운 하늘에서 더 어둡게, 더 큰 빛, 태양 앞에선 그 빛을 반사해서 더 밝게 빛을 냈다. 누군가의 인정에 뛸 뜻이 기뻐하고 누군가의 불만에 의기소침하는 얄팍한 신념의 빛. 상대에 따라 속수무책으로 변하는 나의 빛. 그런 빛도 별이 될 수 있을까.
관리자의 인정과 동료의 칭찬, 공인된 기관에서의 상장과 인증으로 사회 속의 나는 빛을 내곤 했다. 지난 수업혁신사례 연구대회에서 경기도 3등급, 전국대회 3등급을 했다. 3등으로 간신히 턱걸이했지만 그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음에 감사했다. 그와 동시에 나도 하면 되는구나라는 성취감. 쉬는 시간, 자는 시간을 쪼개 간신히 제출한 보고서지만 수업 철학, 나만의 방법을 고심해 녹여낸 한 권의 책에 대한 자부심도 느껴졌다. 보고서가 상을 받았다는 건 분명 축하받을 일이지만 그것은 정부정책, 교육부의 방침이라는 강렬한 태양빛을 내가 적절히 잘 비추어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이기도 하다. 교육청, 교육부가 내게 보여준 Green light.
그래, 너 잘하고 있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어.
두 종류의 별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과 항성의 빛을 반사해서 빛을 내는 행성, 위성, 혜성 등의 별이 있다. 사람도 이와 비슷하다. 스스로 밝은 기운을 만들어서 주변을 밝게 비추는 사람도 있고, 다른 사람의 빛을 반사하며 밝음을 유지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어땠나. 뭔가 열심히 해놓고도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의 인정과 칭찬이 있어야 그제야 인정하는 그런 사람. 자만심이나 잘난 척을 경계하느라 자부심과 자신감을 잃어버린 걸까. 실 한호라기 차이일 뿐인 그 사이를 겸손이라는 이름으로 안전하게 살았다. 내 빛을 못 보고 외부의 인정에 빛이 반사되길 바라며 해바라기처럼 바깥으로 목을 길게 빼고 살았던 세월. 외부로 향한 마음은 누군가의 인정에도 누군가의 질책에도 흔들리지 않을 강단을 키우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상황을 읽고 빛의 강도를 스스로 조절하고 있음은 내가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는 항성임의 강력한 증거였다. 내가 내는 빛을 스스로도 알아채지도 못할 만큼 어리석었던 나. 좋은 빛, 밝은 빛을 따라다니는 순응적인 태도도 빛을 내던 시절을 지나 스스로의 빛을 알아차리고 그 빛을 적당한 곳에서는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틀, 제도, 시스템의 불합리를 발견하고 실현가능하고 적절한 대안을 찾아 그것을 권한이 있는 자리에서 명확하고 공평하게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즐거운 교육공동체를 만들고 싶다. 적절한 정책이 없다고, 불필요한 서류를 계속 만든다고 불평하는 것보다 그 정책, 그 서류를 없애고 바로 잡을 수 있는 위치에 올라 나만의 스타일로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 그런 권한이 있는 직책을 얻어 불합리하고 불변한 제도나 사업을 적당한 방법으로 직접 고쳐내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도끼처럼 내 머리를 쿵하고 내리친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 열차의 기관사입니다.
여러분,
잠시 시간을 내어 창밖을 봐주시겠습니까?
서울의 아름다운 야경도 좋지만
저는 저기 달리는 수많은 자동차들의
불빛을 보곤 합니다.
아마도 운전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차에서 나는 불빛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모르고 있겠죠?
이것은 바로 우리 모습인 것 같습니다.
멀리서 보는 사람은 빛을 느껴도,
정작 우리는 모르고 있다는 것이죠.
여러분 또한 저 빛나고 있는 차량들의 불빛처럼 언제 어디서나 반짝이고 있는 존재라는 것, 잊지 마시고요.
오늘 하루도 대단히 고생 많으셨습니다.
모두 안전히 귀가하시고, 푹 쉬세요.
고맙습니다.
(어느 지하철 기관사님의 감동멘트)
출처: https://naver.me/FPnDDLFT
우린 저 멀리 야경을 보러 멋진 장소를 찾아다니지만 정작 자신이 만드는 빛을 발견하고 즐기는 것에는 인색하기만 하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고 소중한 것은 가까이에 있다는 간단하지만 심오한 진리에 귀 기울인다. 그리고 용기 내본다. 내 빛을 찾고 그 빛에 맞는 자리를 찾아보겠노라고. 내 안의 에너지로 빛을 내는 별이라면 쉽사리 그 빛을 잃지도 않을 것이고 더 밝은 빛을 찾아 목을 빼고 기다릴 필요도 없지 않나. 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면 그 문화를 직접 바꾸라는 모리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오늘은 새삼스러운 결심을 해본다. 앞으로의 거처에 대해 고민하는 나에게 나와 친한 지인은 단호하게 말했다.
샘,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마세요.
난 누구 말 듣고 혁신하고 바꾸는 사람 아닌데, 딱 한 명이 그걸 바꿨어요.
그게 바로 부장님이에요.
자부심을 가져야 해요.
#라라크루13기
#7-2
#어린왕자
#화요일엔샛길독서
<화요일엔 샛길독서> 어린왕자 첫 번째 연재가 끝났습니다. 그간 <어린왕자>와 함께 하는 샛길독서 여정을 함께 해주신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조금 쉬었다가 주옥같은 고전과 함께 하는 샛길독서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I'll be 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