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3. 송년회

라라크루 13기 합평회 후기

by 화요일

3번째 송년회

글 쓰는 모임, 라라크루를 시작하고 세 번째 송년회였다. 추운 겨울 오후에 만나, 어색한 인사를 한 후, 헤어질 때는 늘 아쉬움에 몸서리치는 그런 모임이다. 처음에는 온라인에서 글로만 보다가 실제로 얼굴을 보고 모임을 하면 한 동안은 어색함을 떨치기 쉽지 않았다. 그런데 3번째 송년모임에는 그런 어색함이 사라지고 익숙한 편안함이 어느새 자리 잡았다.


3시간의 합평회

이번 합평회의 미션은 주어진 단어를 포함한 글을 짓는 것이었다. 미션 단어는 [달, 잠, 구두, 책, 석류]였다. 다른 건 어떻게든 글 속에 넣겠는데 문제는 석류였다. 이 궁리 저 궁리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얘기를 들어보니 나만 그런 건 아니었다.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진다. 어떤 사람은 시로, 어떤 사람은 에세이, 어떤 사람은 판타지 소설로 만들어냈다. 주제어는 같지만 모두 다른 글이 탄생한 것이다. 라라의 대장님은 요런 콘셉트로 다 같이 글을 쓰면 괜찮은 책 한 권이 되겠다며 야심 찬 기획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은 단어로 작가님들마다 다른 색깔의 글을 완성하고 소감을 나누는 것이 색다른 매력이 있었다. 모두에게 주어진 같은 재료로 뷔페처럼 다양한 음식으로 차려진 글을 맛보고 품평하고 아이디어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3시간이 흘렀다.



맥주 3잔으로 3차까지

놀기는 좋아하지만 술을 못 마시는 나. 그래도 달짝지근한 갈매기살에 맥주는 못 참는다. 시원한 맥주 두 잔을 콸콸콸 받아서는 과감하게 드링킹 했다. 홀짝홀짝 넘어가는 그 맥주맛이란. 쌈 싸 먹는 고기맛이나 주거니 받거니 토크맛이나 어느 하나 빠짐없이 좋았다. 갈매기살에 삼겹살까지 푸짐하게 먹고 살아남은 사람은 6명. 오붓하게 이자카야까지 가서 2차를 한다. 강남 뒷골목에 자그마한 선술집은 작기도 작은데, 간판에도 불이 꺼져있어서 눈앞에 두고도 못 찾을 뻔했다. 이런 신비주의, 보물찾기 같은 콘셉트 매우 좋다. 어찌어찌해서 'ㄱ'자 테이블에 자매 작가님 사이에 껴서 어색하고 불편하게 모서리 토크를 나누었다. 1인 주점이라 잊을만하면 한 개씩 나오는 감질나는 안주덕에 맥주 한 잔으로도 우리의 대화는 길고 재미나게 이어질 수 있었다. 2차가 끝났는데도 시간은 8시. 남은 6명 중 2명이나 보컬 수업을 받는다는 이유로 3차는 고민 없이 노래방으로. 그런데 와서 보니 나머지 4명도 숨은 고수, 보컬수업만 안 받았지 장르만 다른 동네 명가수들이었다. 한 명은 트로트장인, 다른 한 명은 락커, 감성 발라더, 꺾기장인 보컬리스트까지. 이런 팔방미인들 같으니라고. 마이크와 예약곡은 쉴 틈이 없었고 주거니 받거니 듀엣과 솔로 곡들로 열창을 이어가며 겨울밤은 깊어만 다.



글만 쓰는 사람은 아닌지라

글 쓰는 사람들이라고 만났는데, 밥도 잘 먹고 고기도 잘 먹는다. 그것도 많이 먹는다. 게다가 노래도 잘하고 기획도 잘하고 말도 잘한다. "한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라는 노래 가사처럼 이들의 매력은 무한대였다. 까도 까도 매력은 계속 나오고 게다가 사방팔방으로 여러 방면으로 뻗어있었다. 글 쓰는 것은 우리를 연결하는 끈이고 이유지만 우린 참 다른 색깔의 재능으로 빛났다.


가끔 보자고 했다. 안 보면 그리울 만큼 띄엄띄엄. 그래야 더 오래 볼 수 있다고. 아껴보자고 했다. 일 년에 한 번 크리스마스트리가 빛나는 것처럼 서로 다른 빛이 쓸쓸한 나무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처럼 12월의 추운 겨울밤은 글 쓰는 사람들의 따뜻한 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