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물꿈 Aug 01. 2023

7. 시민덕성으로의 변화 필요성

신념윤리가 아닌 책임윤리 중심의 세계시민교육  

민주시민교육과 세계시민교육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보니 세계시민교육은 그 구성적 특징으로 인해 다양한 개념의 포괄성 및 다면적 접근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세계시민교육은 이전의 비슷한 교육운동이 실천과정에서 나타난 한계들을 보완하면서 재구성된 교육이며, 이론적으로 세계시민교육은 민주시민교육을 포괄하는 개념임을 또한 알 수 있었죠.


그러나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이와는 반대로 세계시민적 개념을 민주시민교육 안에서 구술하고 포괄하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민주시민교육의 일환으로 세계시민교육을 추진하고자 하는 모습도 보이는데요, 사실 담당 선생님들도 이를 크게 고려하여 전달하거나 개념적으로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들었습니다.


이것은 앞서 언급한 대로 두 교육 형태가 상호보완적인 커리큘럼으로 이해되기에 발생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논란일 수도 있겠지만, 동시에 이와 같은 혼동 지점은 세계시민교육이 다소 인지 중심의 도덕성 교육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우려가 있습니다.


구체적 실천을 위한 학교 현장에서의 많은 고민과 노력이 존재했음에도 과거 한국사회 안에서 진행되어 왔던 일반적인 시민교육을 돌아보았을 때, 학교 교육에서의 시민교육은 주로 내용 이해 및 인식 관점에서 이뤄지고 있던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처럼 전통적인 시민교육이 가치이해 중심으로 진행되다 보니 공유지점이 많은 세계시민교육 또한 도덕 · 윤리 중심의 개념 전달식 교육 형태로 동일하게 인식되기 시작했죠.


이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현재 세계시민교육 과정 안에서 여러 다양한 교수학습방안 이 제시되고는 있으나 실제적인 사회적 문제해결 방안 모색이나 관련 참여로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게다가 해당 주제가 현재의 입시 중심 교육과정의 핵심부에서 벗어나 있기에 시간과 에너지, 비용이 집약되는 실행 과정은 자연스럽게 학기 중에 내용을 건너뛰는 경우가 많아 충분한 이해와 그에 대한 기능적 실천학습까지 기대하기는 현장에서 어려움이 많을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실질적으로 세계시민교육을 진행하는 교사의 역할은 관련 교과를 중심으로 관련 정보나 지식을 전달하는 수준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었고, 혹 실천 프로그램의 진행에 대한 의지가 있더라도 관련 사례나 방식에 대한 정보 및 이해 부족으로 세부 실천까지 발전시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더불어 참여하는 학생들에게도 세계시민교육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사회 흐름에 대응하지 못한 채 현실감 없는 원론적인 정보 전달 교육으로 인식되어 깊은 공감을 얻기에도 부족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악순환으로 세계시민교육은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던 특유의 역동성이 희석되고 점차 도덕수업과 비슷하게 되었던 것이죠.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게 생각되는 것이 혹시 없었나요? 앞서 민주시민교육의 핵심 가치나 성취 내용을 살펴본 것처럼 민주시민교육 또한 실천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잖아요? 그렇다면 한국사회 안에서 ‘왜 시민교육은 도덕성 위주로 흘러가게 되었나?’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급격한 민주주의 이식과정을 통해 사회나 개인이 그 가치와 개념을 체화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과 장이 마련되지 못했던 한국사회의 특수성을 언급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보다 근원적으로는 우리에게 전통적인 시민에 대한 인식틀이 기존의 신유학적 흐름 속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가 한 번쯤은 의심해 볼 필요도 있을 것 같아요.


한국인의 (정치적)행동을 지배하는 상징체계는 크게 두 가지 맥락에서 형성되었다고 생각되는데요(이현휘). 하나는 서양에서 수입한 근대학문의 맥락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의 역사에서 계승한 전통학문의 맥락, 그중에서도 특히 조선시대의 신유학입니다. 이러한 신유학의 문제점은 그 사유체계가 신념윤리에 가깝게 구성되어 있어 행위자의 내적 신념 내지 영혼의 구원을 우선시하며, 그런 과정에서 파생되는 행위의 결과는 철저히 무시된다는 점입니다.


막스 베버(Weber)는 “도덕적으로 순수한 동기의 추동만을 중요시할 뿐 자신의 행위가 초래할 결 과에 무관심한 채 자신의 열정에만 사로잡힌 정치적 행위자는 결국 자신의 정치적 책임을 저버리게 된다”라고 말하며 신념윤리가 가져오는 폐해에 대해 언급한 바 있는데요, 이를 바탕으로 한다면 향후의 시민교육은 신념윤리가 아닌 행위의 결과를 온전히 지는 책임윤리로의 적극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이는 시민교육과 결을 같이 하는 세계시민교육 영역에도 동일한 시사점을 가져다줍니다. 앞으로의 세계시민교육은 도덕 및 인성교육 형태의 시민교육과의 차별화를 통해 현장교사들의 개념적 혼돈을 줄이고, 보다 명확한 내용 이해를 바탕으로 해당 교육을 현장화 · 실천화시킬 수 있느냐가 핵심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존의 세계시민교육이 통속적으로 가지고 있던 기존의 ‘도덕성 (morality)’ 중심의 관점을 현실적 상황과 결부시킬 수 있는 ‘시민 덕성 (virtue)’으로 이동시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후에는 시민덕성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6. 민주시민교육과 세계시민교육의 비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