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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한 Mar 14. 2024

이도현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캐릭터 - 93


이도현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도현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임동현

제목: 바둑리그


“신의 한 수”


모든 바둑기사들이 추구하는 한 수다. 

동현도 마찬가지로 신의 한 수를 추구한다.


바둑기사마다 신의 한 수를 생각하는 정의를 달랐지만 

모두의 꿈이 다르듯. 


즉, 신의 한 수는 바둑기사들의 꿈을 다르게 표현한 것과 같았다. 


동현은 어릴 때부터 바둑기사가 되고 싶어했지만

많은 난관에 부딪쳤다. 특히 가족의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어린 나이게 프로바둑기사와 대등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고

결국 아버지도, 어머니도 설득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마침내 세계대회에서 한국의 대표로 나가 우승하기까지 하는

엄청난 면모를 보여준다. 


동현의 실력을 겸비한 외모를 보고 반한 팬클럽까지 만들어진다.


‘더 이상 이룰 게 없다’ 라는 표현까지도 

동현에게 닿은 게 바둑세계의 동현이었다. 


어쩌면 알파고에게 두번째로 이길 수 있는 바둑기사가 

동현이지 않을 까란 기대도 했지만


10전, 10패. 


이제 ‘바둑’이란 종목으로 인공지능에게 이기는 건 

절대의 영역에 들어서 안된다는 걸 더 증명한 꼴이 되어버렸다. 


동현의 파죽지세의 기세도 인공지능에 대한 패배소식으로 인해 

다시 축소되는 듯 싶었지만 


바둑을 원점으로 새로운 종목의 창설을 시도하는 자가 있었다.

그는 현 바둑세계의 정점 후보 중 하나인 동현을 찾아왔다. 


“새로운 세계로 도약하지 않겠습니까?”


동현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바둑은 19x19의 판에서 361개의 교차점에서 싸운다. 


그런데 그가 제안하는 건 9개의 바둑판을 합친듯한 새로운 판. 

60x60판에서 3600줄의 교차점의 새로운 바둑판을 말했다. 


“크게 만든 다고, 커지는 게 아닙니다”


동현은 처음 바두라고 자신의 이름을 밝힌 그의 말을 듣고

축구장 크기를 늘린다고, 농구장 경기장을 늘린다고

축구나 농구가 재밌어지는 것도 아니고

야구장의 크기를 늘리면 오히려 홈런은 사라지게 된다는 논리를 펼친다. 


“그냥 늘리는 게 아닙니다. 새로운 규칙도 추가해요. 이 바둑은 팀전으로 이루어지는 겁니다”

“팀전이요?”

“네, 양쪽 모두 5명씩, 총 10명이 펼치는 두뇌 싸움이죠”

“혼잡해질 뿐인 것 같네요”

“아아. 근데 턴은 양팀 돌아가서 하나고, 한 명씩 두는 게 아니예요, 스포츠의 재미 실시간이 중요하죠”

“?”


동현은 바두가 말한 방식에 흥미가 갔다. 

그가 말하는 규칙은 다음과 같았다. 


60x60 3600줄 격자의 바둑판 9개를 합친 새로운 바둑판에서. 

각자의 턴은 돌아가지만 10명이 차례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10명이 동시에 바둑알을 두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스포츠에서 확실하게 다른 것은 

만약 두 팀이 하나의 격자에 양쪽 모두 둘 경우 

그 수는 무효가 된다. 


“쉽지만, 쉽지 않군요”

“원래 바둑이란 게 그렇잖아요. 그냥 집을 더 많이 짓는건데, 매우 어렵잖아요?”


바두의 말에 동현은 흥미를 느끼며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집에 있는 모든 바둑판을 모아 9개를 모아놓는 동현

조용히 차를 마시면서 바둑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스스로 만든 9명의 인격으로 5:5 싸움을 해본다. 


첫 중앙을 놓기 위해 

정모양의 십자가를 양쪽이 놓는다.

양쪽 모두 그렇게 하면 수는 무효가 된다. 


상대도 이 수를 쓸 수 있으니 

중앙은 견제하되 다른 4수를 다른 곳에 둔다.


바둑에도 다른 스포츠와 같게 

포지션이라는 개념이 생길 수 있었다. 


“흥미롭네”


특별히 다른 종목을 질투하거나 하진 않았지만

아무래도 바둑은 혼자 하는 싸움이 강했다. 


같이 두면 훈수가 되어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그 훈수가 필요로 인한 팀의 전략이 되는 순간이었다. 


“아홉 바둑 판..”


혼자서 10인의 역할을 하며 바둑판에 바둑알을 놓는 동현은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361개의 격자가 있을 때도 바둑 판 위에는

수많은 세계가 펼쳐지고 우주의 기운이 돌고 있었다. 


지금의 판을 내려다보고 있으니

마치 살던 마을에서 도시로 나가고, 비행기 위해서 살던 곳을 내려다 보던 기분이 느껴졌다.


직접 본 건 아니나 

우주선에서 지구를 보았을 때의 마음. 

그런 기분을 느끼는 동현이었다. 


“재미는 있겠네”


하는 플레이어도 그렇고, 보는 사람들도 재밌을 것 같은 대결이었다.

10개의 돌이 한 번에 놓아진다.


그 외의 규칙은 바둑과 같다. 

다만 여기서 주요한 점은 내 팀의 돌도 어디에 둘지 모른 다는 것이다. 

합의야 하겠지만 그건 경기 직전의 토론이 가능하다.


이유는 게임판을 두고 마주보며 나란히 앉았던 것과 다르게

어차피 판이 커져서 사람이 직접두는 건 한계가 있게 되서 


원으로 둘러 싸 보게 된다. 

내 옆에는 적 팀이 앉는다.


말을 금지하는 조항은 없지만 

선수의 양 옆으로는 적 팀이 앉는 구조였다. 


그렇기 때문에 팀 합이 매우 중요한 스포츠가 된 것이다.

바둑의 새로운 단계로의 도약이었다. 


곧 스포츠협회가 설치되고 

프로바둑리그라는 이름과 9개의 판과 새로운 규칙이 추가됐으니

풋볼과 풋살처럼 다르게 불려져야 한다는 여론도 생겨났다. 


총 8개의 팀이 만들어졌다. 

동현의 행선지는 많은 언론들이 주목했다.


새로운 스포츠의 탄생이라는 이름 하에

최고의 스타인 동현이 선택한 팀은 서울 바둑 팀이었다.


목표는 당연 코 초대 챔피언이었다.

동현의 이름에 뒤지지 않는 내놓으라하는 선수들이 영입되었다.

후보선수들까지 합쳐서 9명의 선수단이 꾸려졌다. 


선수교체는 언제든 가능했다. 

감독은 자신의 팀에 배정된 10칸 중의 5칸. 즉 선수들의 위치를 조정할 수 있었다.

다만 한 번에 교체하는 건 안되고 교체된 선수와 두 번 바꿔줘야 했고

들어갔다고 끝이 아니라 교체카드는 언제든 사용할 수 있었다.


다만 수를 두기 전에 신청하고 두고 난 직후에 교체가 이루어졌다.

바둑이란 이름에서 아홉 개의 바둑판으로 이루는 바둑이라고 하여

구판바둑이라는 이름으로 재 탄생되었다. 


그렇게 구판바둑리그가 출범식을 가졌고

동현은 특별히 연단에 서서 연설을 하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임동현입니다. 저는 이런 연설자리에 서는 게 사실 어려운 일이라서 짧게 말하고 들어가겠습니다”


수많은 기자들이 사진을 찍어대며 플래쉬를 터트렸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동현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오래 바둑을 두어왔고, 이제는 새로운 시대로 도약을 앞두고 있습니다. 두는 판이 달라졌죠. 더 커지고 수많은 수가 더 늘어났습니다. 이제는 혼자가 아닌 팀으로 해야 하며 나의 대한 믿음을 넘어 팀을 신뢰 해야하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동현의 한마디 한마디가 끝날 때마다 박수소리가 이어졌다.

바둑은 원래 동양권에서 인기가 많고 서양에는 관심이 적은 편이었는데


새롭게 출범하는 구판바둑에는 다양한 외국에서도 관심이 많아 보였다.

현재로는 아시안게임에서만 정식 종목인 바둑이었지만 

구판바둑은 팀 전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올림픽의 종목으로 바로 갈 수도 있다는 

여러 소식들이 전해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벌써 구판 바둑에 대한 월드컵을 출범 준비팀이 준비중이기도했다. 

다른 스포츠에 비해서 구판과 바둑알만 있으면 되기도 했다.


동현은 준비해왔던 문서에 적힌 글 대로 읽은 건 없고 결국 자신의 소신대로

생각나는 대로 말을 했다. 

준비한 글은 태양계를 넘어 안드로메다까지 갈 기세였지만

막상 꺼내는 말들은 투박하고, 단순했다. 


마침내 마지막 말까지 이어졌다. 

그 소리에 많은 사람들이 박수갈채를 보냈다. 

앉아 있던 사람들이 서서 기립박수를 보냈다. 


“저는 언제나 신의 한 수를 추구해왔습니다. 비록 아직까지 신의 한 수를 완성시키지 못했지만, 이는 구판 바둑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구판바둑에서 신의 한 수를 완수하겠습니다”


그렇게 동현의 구판바둑 리그 출범식 축하 연설이 끝났다. 

이제는 실전을 보내기만 하면 됐다. 


출범식이 후 팀들이 만나는 자리, 

이미 서로 얼굴을 알고 있는 9단들이 모여 있었다.


그 중에서 유일하게 8단의 소년 이도현. 


“잘해보자 도현아”


동현은 그에게 악수를 건넸다.

결코 8단이라며 무시하는 기색 없이


“저도요. 잘 부탁드립니다. 프로님들”


팀이라고 해도 하나의 게임은 한 명이 온전히 책임져야 했던 바둑과는 다르다.

서로를 믿고 확신의 수를 두어야 했다. 


내가 두지 않아도 팀이 둔 수가 실수나 묘수가 될 수 있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게 매력인 구판바둑이었다. 


감독까지 겸해 5:5의 대결을 펼쳐 보인다. 

처음에는 아무 의논하지 않고 해보기로 했다. 


10개의 돌이 구판에 놓아졌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흰 돌이 2개, 검은 돌이 2개, 총 4개의 돌만 구 판에 놓아진다. 


아군, 적군 가리지 않고 서로를 쳐다본다.

생각이 같다. 그래서 잃는다. 


자연스럽게 입술에 손을 가져가는 동현. 

도현이 동현을 보며 침을 꿀꺽 삼킨다. 


혀로 입술을 닦는 친구, 귀를 만지는 친구, 

안경을 눌러주며 구판을 똑바로 응시하는 친구 


그렇게 서로의 습관으로 바둑판을 응시한다. 


처음으로 목소리가 터져 나온 건 감독이었다. 


“재밌네”


그러자 웃음소리가 잠시 흘러나오다가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진짜 승부도 아닌 연습게임일 뿐인데

동현은 오랜만에 바둑을 처음 시작했을 때를 떠올렸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느낌,

결혼식에서 아내의 손을 잡았을 때. 

그 전으로는 아내한테 처음으로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


그리고 처음 프로기사가 되어 당연한 승리라 생각했지만

무참히 패배했던 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처음 기원에서 돌을 내려놓았던 느낌.

일자의 포물선을 그리며. 뚝. 


거대한 장벽을 마주한 듯한 병사가 된 기분.

또는 전장 한 복판에서 말을 타고 질주 중인 장군이 된 기분. 


그런 벅차올랐던 순간들이 다시 파도가 되어 자신에게 밀려왔다. 


고작 연습일 뿐인데, 이제 한 수를 두었을 뿐인데

이제 이 엄청난 밀림을 뚫고


포식을 하려는 호랑이인지, 사자인지, 

초식이지만 강력한 코끼리인지 하마인지 모를 


‘적’을 뚫고 건너야 하는 밀림, 초원에서 

반드시 살아남고 승리하겠다는 각오가 


밤의 별처럼 빛나기 시작했다.


별이 툭, 구판에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첫 수. 


그리고 그리던 신의 한 수들이 펼쳐지는 느낌이었다.

모든 수가 그런 느낌. 


마치 자신을 포함한 열 명의 바둑의 신이 

자신의 수를 보여주겠다며 달려든 느낌을 받는다. 


남겨진 집을 많이 가진 자가 승리하는 단순한 승리공식. 

그러나 그 하나를 위해서 모든 걸 건다. 


이제 ‘반’집이라는 이름도 없다.

선 수가 유리하기에 있었던 반.


이제는 한 턴에 모든 돌이 동시에 놓아진다. 

모든 수가 신의 한 수가 된 것이었다. 


자신의 옆에 바둑돌을 들어올린다. 


“모든 수가, 신의 한 수 로군”


동현이 바둑돌을 들어 놓는 순간 

누가 먼저 할 것 없이 나머지 아홉의 수도 동시에 놓아졌다. 


그렇게 구판 위에 3600격자에 올라간 열 네 개의 돌. 

그들은 이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걸 쏟을 것이었다. 


신의 한 수란,

승리를 위한 수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수였다는 게 느껴진다. 


신의 한 수를 완성해가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자신이 놓았던 모든 수가


신의 한 수였다는 걸 깨닫게 되는 동현이었다.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 남으며 더 높은 도약을 위해 


동현은 다시 자신의 돌을 들어올린다.

동현의 팔에는 이미 힘줄이 서 있다. 


쿵. 하고 강하게 구판 위에 떨어지는 돌. 

그렇게 동현의 신의 한 수가 계속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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