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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한 May 27. 2024

권은빈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캐릭터 - 167


권은빈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권은빈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장은비

제목: 찰나의 기록


검지와 엄지로 만든 총 모양, 그렇게 한쪽을 반대로해서 네모의 프레임을 만든 후 세상을 바라보는 은비,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프레임’ 공간이라는 찰나를 포착했다. 그림을 그려 자신이 포착한 찰나를 남기기도 했지만, 그림 실력보다는 사진을 찍는 실력이 훨씬 좋은 은비였다. 


“나도 그림을 잘 그리고 싶은데”


잘 사는 집은 아니었지만 부족하진 않았고 딸 은비가 원하니 들어주지 않을 부모님들도 아니어서 은비를 위해 그림 온갖 그림 학원을 다 다니게 했던 부모님, 절대 자신들이 힘들어서 가 아니라, 은비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달, 그만 그림은 포기하는 게 어때?” 들인 돈이 있기에 절대 못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잘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보통의 ‘그림을 배우지 않은’사람들에 비해서 더 나은 정도였다. 그림을 볼 줄 아는 눈이 생긴 정도? 


아마 보통의 사람이 그림을 은비처럼 1년만 배워도 프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수준이었는데, 은비는 찰나라는 순간, ‘프레임’에 대한 포착은 기가 막히게 잘했으나, 그 프레임을 덧씌워 편집하는 일은 무리였다. 


반면 이론은 빠삭하기에 오히려 그림 코칭은 잘했다. 자신은 그렇게 못하지만 이런 경우에 이렇게 저렇게 하면 된다는 건 알고 있으니까. 마치 우리가 공부를 할 때 배우는 이론을 현실에서는 쓸 수 없는 것처럼, 외국어를 읽을 수는 있지만 순간적으로 폭발해야 하는 대화는 하지 못하는 것처럼, 은비의 그림 실력이 그러했다. 


“됐어, 이제 안해!”


겉으로는 은비를 위로하는 척하는 부모님 이었지만, 속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은비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미웠다. 


그림 실력과 반비례하게 그림을 사랑하는 은비였으니까, 그래도 여기까지 했으면 됐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니까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25시간 동안 그림을 그려 보기도 했다. 


자신의 실력이 늘지 않는 건 노력하지 않아서, 그래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뿐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인정해야만 했다. 자신의 실력의 한계는 여기 까지다. 더 이상 높이 올라 갈 수가 없었다. 아무리 성장하던 시기라도, 자신의 한계 성장치가 있듯이 은비의 성장도 여기까지였다. 그림은. 


“그럼, 나 이제 사진 배울 래”

“사진?”

“내가 사실 그림을 좋아했던 것도 내가 포착한 프레임을 더 잘 표현하고 싶어서였으니까”


부모님은 또 다시 은비가 하고 싶은 게 그림과 비슷한 사진이라서 걱정이 됐다. 그림도, 사진도 사실 실력이 매우 뛰어난 게 아니면 취미로 가지기엔 더할 나위 없는 특기였지만, 밥 벌어먹고 살기에는 정말 잘해야 하는 영역이니까, 장인의 영역, 예술의 영역이었으니까. 


“그래, 하고 싶다는데 해야지, 배워보자 은비야”

“아니, 사진은 안 배워도 돼. 그냥 이제 시간만 투자하면 돼”


부모님은 다시 사진 학원을 알아보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은비의 말에 그림을 그만두는 일에 충격을 받은 게 아닐까 고민을 했지만 그런 건 그저 기우였을 뿐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왜 은비가 그림을 못 그린 건지 이해가 되는 느낌이었다. 자신이 포착한 순간의 찰나, 하나의 프레임을 더 잘 표현하고 싶어서 그림을 하고 싶었다는 은비의 말에 힌트가 있었다. 


그림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사진을 찍는 실력은 이미 은비는 한계를 벗어난 범재, 아니 천재였던 것이었다. 


“이거 정말 니가 찍은거야?”

“우아…”


은비는 자신의 그림을 만나러 온 손님들에게 저절로 ‘우와’라는 감탄사를 자아냈다. 그동안 은비는 자신이 포착한 이름 프레임을 화려한 색채를 통해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었는데, 그게 그림으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림과 사진은 조금은 다른 영역이었으니까. 


“어떻게 이렇게 찍을 생각을 했어? 우와, 빛 쓰는 것 좀 봐..”


조리개를 통한 빛의 양을 조절해, 순간을 복사해내는 힘, 그게 바로 카메라였고, 순간을 위해 기다릴 줄 아는 게 은비였고, 그런 순간을 영원이란 도장을 찍을 수 있는 게 바로 은비였다. 


“니가 그린 게 이거 아니지 설마?”


은비의 그림과 사진, 사진은 정말 누가 봐도 감탄이 나왔지만 마치 이 사진에 대한 부분을 그림으로 표현하러던 은비의 그림은 엉망인 느낌이었다. 마치 깨끗한 집의 구조를 자신이 편한대로 물건을 가줘다 놓아서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은 느낌이었다. 


“어… 맞아..”

“은비야! 너 정말 그림 포기하기 잘했다. 이 아까운 재능이 빛을 못 볼 번 했잖아?”

“야, 너 그림한테도 그리고 사진한테도 사과해”

“야, 내가 뭐”


은비는 친구들의 칭찬 같이 않은 칭찬 속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림은 아무리 해도 한계가 느껴졌는데, 사진에서는 아니었다. 마치 자신을 가두려 했던 우리가 사라진 느낌이었다. 새장 밖을 나선 새처럼 날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어항 속을 빠져나온 물고기 같았다. 


“첨부터 사진을 했어 봐, 그럼 더 대단 해졌을 거잖아”

“대단해 지려고 하는 거 아니니까..”


자신은 그저 자신이 보는 프레임을, 더욱 아름 답게 표현해 보고싶었는데 안됐다. 자신의 재능으로는 그런데 자신에게는 그런 프레임을 보는 재능이 있다는 사실이 있는 것이었다. 


“너 거기 서 봐”


은비의 재능은 인물을 찍는 사진에서도 드러났고, 자연을 보는 눈에서도 드러났다. 곧 재능을 알아본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잡지사에서도 제안이 왔다. 


은비는 자신의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돈이 된다는 사실을 느꼈다. 그동안 그림을 그리면서는 다른 사람들이 이런 호사를 누리는 걸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는데, 사진의 영역에서는 자신이 그 주인공이었다. 


뉴스에서는 관련 학과를 나오지도 않은 천재라는 이름을 썼지만, 은비는 자신이 미술학과를 나왔다는 사실에 이게 관련학과가 아니면 뭐냐! 나는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다며, 자신은 디자인학과 미술학, 그리고 예술학을 배웠다고 정정보도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면서 자신이 꿈을 꾸었던 대학을 가본다. 이 대학을 가기 위해서 노력했던 고등학교 시절의 학원들도 생각났다. 입시 미술을 하던 시절, 어떻게 든 대학에 오겠다고 25시간이나 잠을 자지 않고 그림을 그렸던 의지, 원래는 그림을 포기하라고 말하던 학원 선생님도 그런 은비를 보고 열심히 도와주었다. 


“은비야, 네가 그림에 재능이 없는 건 빨리 인정할수록 좋아. 근데 너한텐 노력의 재능이 있어, 그 노력의 재능으로 내 말이 틀렸다는 걸 증명해 내길 이 선생님은 바란다.”


거의 불법과외 수준으로 은비를 도와준 선생님이었다. 그 선생님을 떠올리며 은비는 ‘선생님 죄송합니다. 선생님 안목이 틀렸다는 증명할 수는 없게 됐지만, 그래도 선생님의 제자가 나름 그림으론 아니지만 그림과 비슷한 과목으론 성공을 했습니다’, 왠지 죄는 안 지었지만 죄 지은 기분을 느끼는 은비였다. 


대학가에서 자신의 스무 살 때처럼 꿈을 펼치는 사람들을 보려고 왔는데, 여전히 그때와 같이 꿈을 꾸는 사람도 많았고, 그저 대학을 목표로 잡고 와서 길을 잃어버린 사람들도 많았다. 


은비는 문득, 그날의 자신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을까? 그저 대학을 목표로 한 후 대학에 들어와서 놀기 바쁜 학생이었을까, 방황하는 학생이었을까? 아니면 뭐든 열심히 해보려던 학생이었는가를 떠올린다. 


그때 아직도 대학교에서 조교를 하는 선배를 만났다. 


“오, 장은비? 네가 웬일이야?”

“어 선배님, 저 기억하시네요”

“나 이제 조교수야”

“오.. 승급하셨네요?”


대학에서 대학원, 그리고 이제는 교수까지 된 선배를 보며 새삼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느끼게 된 은비였다. 오래된 시간들이 지나갔다. 예전에 칠했던 물감의 물들은 이미 이제는 하늘 어딘가로 날아가 바다가 되었거나, 강물이 되었거나, 어쩌면 자신이 방금 마신 생수 속의 물이 됐을 수도 있다. 


“어쩐 일이야? 아 그림 확인하러? 예전에야 학교에서 살다시피 했지만, 이제 그림도 안 그리잖아?”

“아 제 소식 다 알고 계셨네요..?”

“그치,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는 꼭 그림으로 성공했으면 했다. 우리 학과 애들이 다 그렇긴 하지만 넌 유독 심했잖아. 집에 가라고 내가 잔소리를 하는 상담을 할 정도였으니까”

“그래, 너는 그림에는 재능이 없었던 건 맞지만. 그래도 노력하는 재능은 엄청났지. 근데 그때 내가 그랬잖아. 왜 그렇게 그림을 그리고 싶냐고 물었을 때”


은비는 또 다시 잊고 있었던 기억의 조각 하나를 꺼낸다. 왜 그림을 그리냐고 물었던 조교수가 된 선배의 물음. 


그때 자신이 찍은 사진들을 보여 주면서, 이걸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다고, 자신의 생각이 이런데 하는 부분들. 그때 선배는 은비의 말을 제대로 못 들었는지 사진을 보고, 그러려면 사진을 배워 보라고 말했었는데, 


“그 사진들 니가 직접 찍은 거였더라?”

“네, 그때도 그렇게 말씀드렸는데..”

“나는 유명한 사진을 가져온 건지 지금까지 알고 있었지, 처음부터 사진을 하지 그랬냐”

“제가 하고싶은 걸 해왔고, 한계를 느꼈고 스스로 포기했기에 지금의 제가 있는 거 아니겠어요?”

“음. 니 말도 맞다. 그래 열심히 하고, 학교는 그래서 오래전 기억을 상기하려고 왔어?”

“그냥, 옛 생각에 조금 취해보려고요 오늘은.”

“그래? 아, 너 때 마침 잘 왔다. 너랑 비슷한 애가 왔거든?”

“네..?”


자신처럼 노력은 하지만 재능이 없는 애가 또 어떻게 입시미술을 통과해서 이 대학에 오게 된 것일까? 은비는 선배의 말에 침을 꿀꺽 삼켰다. 


“잘 그리는데요?”


거대한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학생, 이미 대학 축제에 걸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치, 잘 그려, 너처럼 노력도 하고 너랑 조금은 다르지 근데 노력만큼은 네가 최고였잖아. 그런 노력의 본보기가 왔으니까. 쟤를 보면 비록 실력은 다르지만, 노력하던 네가 떠오르더라고”

“아..”


은비를 그가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봤다. 너무 집중한 나머지 자신과 선배가 온 것도 모른 채 넓은 강당에 배치된 축제 전판에 걸린 그림을 그리고 있는 학생, 


정말 노력하고 있었다. 


물감이 에어컨 바람으로 인공적으로 마르지 않고, 올바르게 마르게 하기 위해서 에어컨도 켜지 않은 채로 땀에 적셔진 셔츠들, 목과 어깨에 걸친 수건으로 연신 땀을 닦아내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그 모습, 


과거의 자신을 닮은 듯 닮지 않은 그였다. 

그리고 그가 그리고 있는 그림은,,


“설마.. 선배..?”

“맞아. 네가 찍은 사진이잖아.”


기억의 조각 속, 자신의 사진을 대학 축제에 사용해도 되겠냐는 문의가 있었다. 모교라는 말을 듣고 매니저한테 알아서 처리하라고, 사용허가 내주라고 했던 말. 


“제 그림…을?!”

“네 그림은 못써... 네 사진이지..”

“아..”


은비는 자신이 그렇게 표현하고 싶었던 느낌을, 단번에 알아차리고 표현하고 있는 그를 보았다. 

문득 그의 이름이 궁금해진 은비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가 자신의 사진을, 그림으로 만들고 있는 모습을 조금 더 감상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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