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 271
허남준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허남준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남재선
제목: 환궁
“세자 저하는 어디에 계신 가”
곧 대비가 될 중전이 세자의 위치를 물었다.
그러자 신하들은 전국을 돌며 잠행을 하고 있는 세자의 위치에 대한 추측을 내놓았다.
왕실의 잠행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극비 사항이었다.
신변의 위험이 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전하께서 이런 상황인데, 꼭 출궁하셔야 했더냐!”
세자의 잠행에 대한 사실도, 임금이 승하한 사식도 아직은 궁궐 내에서도 소수만이 아는 사식이었다.
특히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이 아니면 임금에 대한 죽음의 소식은 몰랐다.
“중전 마마. 망극하옵니다.”
“어서 세자를 데려와야 한다. 그 위치를 아는 사람이 없는 가?”
“목적지를 두고 가신 게 아니라, 백성을 살피는 목적으로 갔던 길이라, 정확한 목적지가 없고 발길이 닿는 곳으로 이동중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익위사도 모두 세자의 곁에 있는 가?”
“잠행이기에 궁의 눈을 피해 최소한의 인원만 데리고 나갔고, 대부분 동궁에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춘추관과 예문관에서 세자의 기록을 위해 그리고 지원을 위해 소수의 인원이 세자저하 곁에서 따르는 걸로 아옵니다.”
중전은 눈을 감고 생각했다. 앞으로의 미래를 그리는 듯 보였다.
“재선. 너는 세자를 찾아와 궁으로 데려와라”
재선은 중전의 조카였다.
중전의 오빠인 남하욱의 아들로 우연히 아버님이 시킨 일로 중전에게 물건을 전하러 왔다가 임금의 승하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아직 과거시험 준비도 하지 않은 유생도 되지 않았던 재선이었다.
재선은 사실 유생이 되고 싶은 마음보다는 검과 활을 드는 무인이 되고 싶었다.
이 나라의 최고의 문신가문인 남씨에서 최초로 최고의 무인이 되고 싶었던 재선이었다.
“네 전하. 명령을 받을겠습니다.”
재선은 그저 선물을 전하러 왔을 뿐이었다.
그렇기에 갑작스럽게 이러한 중대한 사항에 휘말리게 된 게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그렇다고 해서 겁난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일은 매우 중차대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우선은 서둘러 출발을 해야했다.
세자의 정확한 위치도 모르는 게 문제였다.
중전의 명을 받은 재선은 서둘러 움직였다.
자신의 숙모의 아들이기도 한 세자를 찾는 일.
촌수로 보면 사촌 사이인 세자가 있어야할 동궁에도 들렀다.
일부러 세자를 찾아온 척하여 사람들이 앞으로 자신이 할 일에 대해서
‘세자’와의 연관성을 지우기 위해서 였다. 얼마나 속을 지 속을 사람이 있을 진 몰랐다.
재선은 동궁에 있는 익위사를 통해 익위사령의 행방을 물었다.
세자의 위치는 몰라도 익위사령의 행방은 알 수 있을지도 몰랐다.
두 사람이 같이 있을 확률도 높았기 때문이었다.
“사령께서는 지금..”
그들은 세자의 잠행을 재선이 캐려는 것인가 의심했다.
현재 궁궐에서 일어난 사항에 대해서 설명할 겨를은 없었다. 해서도 안되고 다른 방법으로 그들의 신뢰를 얻어야 하는 재선이었다.
“중전 전하께서, 나에게 세자를 만나 전하라는 명령이 있었다. 세자께서 잠행을 다니고 있으신 것도 아니까. 나를 경계할 필요는 없다.”
여기서 괜히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었던 재선은 최대한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선에선 고백했다. 그러자 익위사졸 중 하나가 앞으로 나왔다.
“사령께서 최근에 함경도 쪽에서 연통이 오셨습니다. 지금은 북방에 잠행을 나가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에 암행으로 투입된 어사, 중석 대감과 합류하신 걸로 추측이 됩니다. 그곳으로 가보시옵서서”
그의 얼굴을 보니, 그는 오래전에 재선과 함께 무과 공부를 같이 했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재선은 집안의 반대로 인해 무과시험에 응시하지 못했고 그는 당당히 무인이 되었다.
“고맙습니다. 한돌이”
고개를 끄덕이는 한돌이었다. 재선이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주고 있다는 사실에 기뻤지만 지금의 용무는 개인적인 감정이 실리면 안될 것 같아 기쁨을 표현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재선은 곧장 함경도로 가기 위해 준비했다.
중전에게 받은 위급시 사용할 수 있는 마패를 받았다.
일반적인 마패는 한 마리에서 세 마리의 말이 그려져 있었다.
조금 더 왕의 명령을 받고 움직이는 마패 같은 경우엔 색다른 그림이 있었다.
네 마리 이상의 말과 더불어 여러가지 표식이 있었는데 재서이 받은 마패에는 용이 새겨져 있었다.
이는 왕이 사용하는, 또는 임금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 또 왕의 명령을 직접 받은 자라는 표식으로 이 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신분을 보장받는 증표였다.
“오랜만이구나, 나의 보물”
재선은 집으로 가 자신이 직접 제작에 참여한 보검을 꺼냈다.
아버지 남하욱이 자신의 집에서 한 번만 더 검을 들면 호적을 파버릴 거라는 협박을 했다.
호적 따위! 하고 검을 들어 훈련을 했더니 이제는 재선이 아끼는 동료들의 앞길로 협박을 했다.
중전의 가족의 힘을 이용해 재선을 돕는 자, 재선을 만나는 자 모두 서인으로 강등 시켜버리고 권리를 박탈할 것이라고, 너만 홀로 무인이 되어 그들의 원수가 되어야 할 것이다 라고 협박하자, 그제야 재선은 아버지 하욱에게 꿀을 수 밖에 없었다.
재선은 곧 마패를 챙기고 집안에서 제일 좋은 말을 골랐다.
재선이 허리춤에 칼을 찬 것을 보고 하욱이 놀라 화가 머리끝까지 난 채로 재선에게 달려왔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칼까지 차고 어디를 가느냐! 내가 호언장담하지 않았더냐”
그때 재선은 하욱에게 용패를 부여주었다.
그러자 하욱이 놀랐다.
“이것은”
“주상전하의 어명으로 향하는 것입니다. 어찌 신하인 제가 따르지 않을 수 있습니까? 그러지 않는 방법이 있습니까?”
그런 방법이 있다고 해도 입밖으로 꺼내는 순간 역모였다.
비록 남매가 중전이라고 해도 역모는 이 나라에서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위였다.
눈 앞에 있는 자신의 아들을 포함해 위까지 삼대가 뿌리 뽑힐 일이었다. 어쩌면 아래로 재선의 아들이 있었다면 손자까지 해서 사대가 그렇게 될 수도 있었다.
“어찌, 이 마패가”
“그럼 신은 주상전하의 하늘과 같은 어명을 실천하러 갔다오겠습니다.”
그렇게 재선은 아버지의 허락 없이 아버지가 가장 아끼는 말을 타고 밖으로 향했다.
하욱은 하염없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이 아끼던 말과 아들의 뒷모습만 바라보았다.
재선은 서둘러 북측으로 가 암행을 돌고 있는 세자를 만나야 했다.
주상전하의 죽음은 아무리 막으려 해도 곧 밝혀질 게 뻔했다.
세자가 대궁에 있지 않더라도 곧 도착한다는 소식이 전해져야 했다.
이대로 그냥 가만히 손 놓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오늘 중전을 만나러 궁에 가서,
전하를 같이 뵈러 가자고 중전이 자신을 데리고 갔던 게 아니었다면
자신조차도 세자의 암행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확실히, 비밀이 잘 지켜지고 있군..”
하지만 궁궐에서 나오면서 급하게 달려가는 자신을 붙잡는 친우를 만난 일은 영 껄끄러웠다.
그는 사사로이는 친구였으나, 현재 중전이 가장 두려워하는 연대감의 자식이었다.
“어딜 그렇게 가느냐, 그것도 궁궐을 나와서는”
“본 것이냐”
“뭘 그렇게 헐레벌떡 뛰어가? 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라도 궁궐에서 생긴 것이냐?”
“아니, 내 대소변이 급한데 궁궐에서 예의를 차린다고 엄청나게 참았다. 비켜라. 나중에 연락할 터이니 비켜”
일단은 다소 억울한 변명을 하면서 친우를 떼 놨지만, 궁궐에서 급하게 나온 자신의 모습을 목격한 분명히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연대감은 지금의 세자 저하가 아니라, 정하대군을 왕으로 세우고 싶어했다.
지금의 세자 저하도, 정하대군도 모두 훌륭한 왕자였다.
“아니, 역모를 일으킬 게 아니라면 상관없지”
정하대군은 숙모인 중전이 궁궐로 입궐하기 전에
전임 중전으로부터 나온 대군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정하대군이 세자가 될 것이었지만
현재의 조선을 장악한 새론의 반대에 부딪쳐 지금의 중전이 낳은 세자 저하가 세자가 될 수 있었다.
두 사람 다 어디하나 빠질 때 없는 이 나라의 참된 주군이 될 재목이었지만, 정하대군의 삶은 살아 있는 것 자체로 세자의 위협이 되는 그런 존재였다.
그게 어쩔 수 없는 왕실의 운명이었다.
그런 운명을 보고 재선은 자신이 왕족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사라들은 중전의 가족인 재선도 왕족으로 포함되는 거 아니냐고 했다. 정확히는 왕족은 아닌 그에 가까운 외척으로 구분되기도 했다.
굳이 가문으로 서열을 나열한다면 외척은 분명 왕실 다음의 가문이기는 했다.
재선의 우려대로 재선이 왜 그렇게 헐레벌떡 뛰쳐나갔는지 궁금한 진호였다.
진호는 정한대군파를 이끌고 있는 연숙절의 경론파였다.
경론파는 새론파와 적대하고 있었는데 소수였다.
그러나 영의정인 연숙절의 능력은 매우 뛰어난 사람이라 소수정예라 불렸다.
연숙절은 정한대군을 지금의 세자인 이열 보다 더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이열은 수줍음이 많은 계집애와 같은 성격이라 생각하지만
정한대군은 만인을 이끄는 사내대장부라 생각한다.
원래 왕권의 싸움에서 밀려난 왕자는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능력이 있어도 숨겼다.
그러나 정한대군은 달랐다.
자신이 비록 왕이 되진 못하더라도 능력을 써 백성을 편안하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항상 정한대군에게 왕이 되고 싶지 않은 지 떠볼 때마다 대놓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기회가 생기면 놓치진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정한대군이었다.
그런 모습에 자신은 왕이 될 자질이 부족하니 늘 노력하겠다고 말하는 현재의 세자보다 훨씬 더 높이 평가하고 있었었 영의정, 연대감이었다.
“뭘 그렇게 고민하느냐”
경론파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연대감이라 불리는 연숙절이었다. 그러자 진호는 오늘 낮에 있었던 일을 연대감에게 고했다.
“궁궐에서 나온 중전의 조카가 무언가 서두르는 입장이었다?”
이후 대감은 바로 사람을 시켜 남하욱의 집을 살펴보았는데 재선의 방에 불은 켜져 있었지만 사람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곧 사람을 시켜 궁궐에 소식을 빠르게 수집하는 연대감이었다.
그리고 곧장 정한대군에게 달려갔다.
어쩌면, 지금이 하늘이 내려 주신 유일한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재선은 북으로 달리면서 용패를 보여주며 말을 여러 달려 바꾸며 휴식을 최소한으로 하며 달리며 생각했다.
“아버지, 이 소인이 아버지 말대로 했으면 벌써 지쳐 나가 떨어졌을 것입니다.”
아버지가 반대하고 방해를 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무인의 길을 갈고 닦은 게 자랑스러웠던 재선이었다.
그리고 소문의 꼬리를 쫓아 마침내 세자를 만날 수 있었다.
“세자 저하, 신은 남가의 하욱의 자식. 재선이라고 합니다.”
재선은 곧 중전이 전한 편지를 세자에게 전했다.
“전하께서..”
그때 세자는 이제 판단해야했다.
북방에서는 이민족이 난을 일으켜 백성들을 유린하고 있었다.
“나는 궁궐로 가야할 수밖에 없는데, 이 곳을 버려두고 갈수도 없다. 궁이 이 나라의 중요한 요소이나, 저 자들도 이 나라의 백성들이다.”
“저하, 저들을 막는 일은 이 재선에게 맡겨 주시옵서서. 신 오랫동안 유생들이 붓으로 입신양명을 꿈꾸든, 그보다 더하면 했지 덜하지 않게 검으로 입신을 꿈꿔왔습니다.”
곧장 실력을 보이겠다고 세자의 호위무사 중 으뜸인 익위사령과 붙어보았다.
그런데 그 서로 여러 합을 겨루도 쉽게 판별되지 않았다.
조선제일검을 노리는 익위사령이었는데, 이제는 그 자리를 노리는 자가 한 명이 더 는 것이었다.
“대단하구나. 그래 무술은 알겠지만 전술도 아느냐.”
아무래도 북방의 장수들을 지휘하고 적을 토벌해야하는데, 그냥 검을 잘 휘둘러서 되는 게 아니었다.
“손자병법은 기본이고, 맹덕이 남긴 병법서부터 고대 삼한의 기록도 모두 통달하여 외우고 있습니다. 자리가 없어 실천하지 못했지, 지금 배움을 실천할 때인가 하옵니다.”
“그렇다면 믿고 맡기겠다.”
그렇게 세자는 재선을 관찰사로 임명했다. 필요하면 절도사와 더 큰 명을 내리겠다고 말하고 우선은 도성으로 향하는 세자였다.
그렇게 세자가 떠난 후에 곧장 이민족이 침입해 오자 재선은 우선 이들을 막고 세자를 따라 가겠다고 생각했다.
이민족 뿐만 아니라, 정한대군을 지지하는 세력이 세자가 왕을 죽였다 라는 거짓을 내걸고 임금의 복수를 하겠다고 일어선 정한대군을 차기 임금으로 즉위 시켜 반란을 일으켰다는 소식이 곧 세자에게도, 재선에게도 전해지게 됐다.
안으로도 밖으로도 ‘적’을 섬멸해야 되는 세자와, 재선이 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