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 278
신지원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조현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신지현
제목: 탐라에 있는!
상품이 많이 팔리면 좋은데 어쩐지 비례하여 씁쓸함이 차오르는 지현이었다.
“오늘도 엄청 팔렸네요”
지현은 잠시 본업에서 휴식을 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에서 부모님이 음식점을 하고 있어 이를 돕고 있었다.
지현이 식당일을 돕기 시작하면서 갈비집엔 수많은 손님이 찾아왔다.
지현이 자신의 본업인 마케팅을 활용하여 부모님의 갈비집을 홍보했기 때문이었다.
홍보문을 보고 갈비집을 찾아온 손님들이었다.
갈비 맛에 한 번 놀라고, 지현의 외모에 두 번 놀라 일석이조의 즐거움을 찾는 손님들이었다.
“어머, 따님이 정말 예쁘시네요, 혹시 연예인 아니예요?”
지현은 연예인은 아니었지만, 연예인 해보지 않겠냐는 질문은 이미 수업이 들었다.
지현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슈퍼기획의 에이스였다.
다만 수년간 쉬지 않고 달려오다가 최근에는 이별까지 경험하고 살아가는 게 무엇인지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지 혼자서 이겨낼 수 없는 번아웃이 왔다.
“사직서입니다.”
자신이 이끌어 줄 테니까 이 회사의 가장 높은 곳까지 함께 올라가보자고 말했던 팀장님에게 사직서를 제출하는 지현이었다.
팀장은 놀라서 지현에게 무슨 일 있냐며, 곧 인사과에서도 지현과 상담을 했다. 결국 우선 지현이 원하는 대로 쉬고 오라고 우선 1년짜리 유급휴가를 주었다. 그럼에도 마음이 변하지 않으면 퇴사를 처리해주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역시 회사는 회사, 사람을 생각해준다고 하지만 슈퍼기획과 같은 업종, 경쟁회사에는 향후 3년간 이직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있었다. 그렇게 만약에 퇴직을 한다면 억대 퇴직금을 받는다. 향후 다른 경쟁 업체로 이직하지 않는다는 조건 때문이었다.
“음..”
부모님의 집은 경쟁회사는 아니니까. 지현은 이제 뭘 할지 고민해보았다. 자신한테 필요한 게 휴식이라면 지금 이렇게 부모님을 도와 일하고 있는 것도 잘못된 일 중 하나였다.
그냥 서울에 남아 있을 걸 그랬나? 그냥 쉬면 뭐하냐고 고기집에 나와서 일하라고 하는 부모님이었다.
원래 잘나가던 3층집 고기 집이었는데, 요즘은 새로 생긴 여러 프랜차이즈에 밀려버렸다. 유능했던 마케팅 회사의 직원이었던 지현은 이 일을 감지하고 부모님 고깃집을 홍보해서 예전만큼 다시 손님들인 인산인해를 이루게 만들었다.
덕분에 부모님은 좋아하고, 지현에게도 고마워했지만 지현은 씁쓸했다.
‘쉬고 싶어서 왔는데, 여기서도 쉬지 못하네’
지현은 곧 짐을 정리하고, 부모님에게도 편지를 올려 다시 서울로 올라가겠다고 하고 집을 나왔다. 다만 서울로 올라가는 건 아니고 아예 다른 곳으로 떠나는 지현이었다.
지현은 SUV이지만 애칭으로 ‘딸기’라는 이름을 지어준 차를 타고 갈 수 있는 대로 엑셀을 밟고 달렸다. 그러다 고속도라고 끝나고, 도로도 끝나는 길에 들어섰다.
파도가 땅을 향해 밀려왔다. 어느새 땅끝마을 해남까지 오게 된 지현이었다.
“이젠 더 이상 못 가네”
어느새 땅끝마을까지 오게 된 지현은 땅끝이라 불리는 곳에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저 바다 저 편에도 땅은 있었다. 제주 섬을 지나 멀리, 오키나와가 있나? 일본이 있나? 호주인가? 정확히 무엇이 있는지는 몰랐다. 그러다 차를 가지고 제주로 갈 수 있는 배편이 있다는 소식을 알게 됐다.
“제주.. 휴식지로 좋겠지?”
그렇게 배편을 끊고 차를 몰아 배에 승선했다. 배에 차를 운전해서 오르는 건 처음이라 기분이 오묘했다. 이런 새로운 기분을 느껴보고 싶었던 것 같았다.
오랜만에 심장이 조금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서울을 처음 올라갔을 때 이런 기분을 느꼈던 지현이었는데, 다시 그 기분이 났다.
억대를 호가하는 마케팅 업무를 하면서 항상 ‘절대’로 실수하지 말아야 하지 하면서 마음을 옥죄었던 지현이었는데, 처음 가는 건 아니지만 새로운 방법으로 향하는 제주길은 어쩐지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차를 주차해서 인계하고 밖으로 나와 배의 갑판으로 올라갔다. 바다바람이 불어오고 하늘에는 갈매기들이 배를 돌며 ‘꺄악’ 울어대고 있었다.
“새우과자이라도 하나 사야하나”
새우과자를 사서 갈매기 먹이로 주던 모습이 떠오르는 지현이었다. 새우과자를 사려고 하는데 이미 배를 타서 다소 무리였다. 그러나 배에서도 매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음. 매점이 어딨지”
매점을 찾는 도중에 배에서 숙박이라도 하는지 무언가를 잔뜩 사 들고 오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그에게 매점의 방향을 묻는 지현이었다. 남자는 말 없이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방향을 알려줬다.
“고맙습니다.”
하고, 복도를 따라 걷던 지현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냥 말로 해주면 안 되나 싶었다. 언제 어디서든지 예절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지현이었다.
매점에서 새우과자를 사 들고 나오는 지현이었는데 이미 항구에서 출발한 배였다. 갈매기들이 배를 따라오지는 않았다. 수가 매우 줄어든 갈매기들이었다.
“바다에서 왜 갈매기를 찾는 지 알 것 같네”
배를 따라오는 갈매기도 적은 수는 아니었지만 항구에 정박해 있었을 때보다는 수가 확실히 준 것을 알 수 있었다.
“너네라도 많이 먹어라”
지현은 갈매기들에게 새우과자를 주기 위해 새우과자을 들어 하늘로 들어올렸다. 지현이 든 새우과자를 향해 날아오는 갈매기와 눈이 마주쳤다.
문득 지현은 자신이 저 갈매기처럼 먹이감 주변을 떠나지 못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새우과자가 마를 때까지 갈매기들에게 모두 나눠준 지현이었다. 어느새 하늘 위를 날고 있는 갈매기 숫자도 많이 줄었다. 그때 배에서 방송이 나왔다.
<비상 상황을 전파합니다.>
‘비상이라고?’
설마 배에 무슨 일이 난 건 아니겠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이면? 문득 걱정이 된 지현이었다. 이런 기분 참 많이 느껴봤는데, 매번 억대를 호가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작은 실수라도 하면 어쩌나 했던 생각들이 다시 한번 지현을 찾아왔다.
이런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쉬려고 한건데, 어딘가에서 보았던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라는 말이 자신에게 적용되고 있는 걸까? 뛰어봤자 벼룩이라는 말처럼, 결국 부처님 손바닥 안이라는 고언처럼 자신도 그러한 처지인가 싶었다.
“무슨 일이야”
지현뿐만 아니라 배에 탑승했던 많은 승객들이 걱정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무슨 일인지 확인하기 위해 방송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떠들던 아이들도 조용히 시키는 가족들이 있었는데, 배에서 안내한 방송에 따르면 배에 문제가 생긴 건 맞았다. 그러나 다행이도 이 배가 아니라 인근 해역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었다.
배에 문제가 생겨 구조신호가 와서 지금 우리 배는 구조 신호가 있는 위치로 이동할 것이라는 말이었다.
“지금 이 배도 만실아니야?”
지현은 사고가 난 배에 부디 큰일이 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먼저였는데, 왜 꼭 우리가 가야 해? 라는 마음에 둘만한 말을 꺼내는 걸 듣게 되자 자신이 들었던 말이 진짜가 맞는가 확인하려 고개를 들었다.
지현과 같은 생각을 하는 게 그 말을 꺼낸 동료에게도 있었나 보았다. 왜 그런 말을 하냐고 혼나는 것 같아 보였다.
“…”
지현은 부디 아무 일도 없길 바라는 느낌이었다. 다르게 생각해서 만약에 우리 배가 사고가 났을 때 아무도 구하러 오지 않는 상황이 없길 바라는 마음이었으니까.
지현이 탄 여객선이 곧 사고가 난 해역으로 이동했다. 사람들의 걱정 어린 신음소리가 곳곳에서 터지기 시작했다. 여객석이 도착한 바다에는 다른 배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인 것처럼 보였다. 지현이 탄 배보다 훨씬 큰 배처럼 보이는 배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방송이 나오니 우리 배는 안전상 더 가까이 접근하지는 못하고 배에서 구출한 사람들을 임시 승선해 태우겠다는 말이었다.
“그럼 어떻게 하는 거야? 다시 돌아가는 거야?”
아까와 다른 사람이었다. 그는 시계를 확인했다. 아무래도 급히 제주로 가야 하는 모양이었다.
“아..”
이유를 알 수 없지만 항공이 아닌 배편을 선택한 그가 잘못한 건 아니었다. 다만 사고가 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거니까.
긴급하게 의료가 필요한 사람들은 다른 배를 통해 항구로 들어가게 되고 제주로 가길 원하는 사람만 우선 이 배로 옮겨 탄다고 했다.
그렇게 몇 사람이 배에 탔다. 저 여객선이 향하는 곳도 제주였던 것 같다. 그러나 그들의 표정은 망연자실했다. 살아남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모든 걸 잃었다는 절망감에 사로잡힌 사람도 있었다.
갑판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구해진 남자에게 다가가는 지현이었다. 커피캔을 내밀었다.
“괜찮으세요?”
이런 경험을 할 거라고는 배를 탈 때까지 전혀 알지 못하는 지현이었다. 아니, 차를 타고 무작정 달릴 때까지도, 그 전에는 자신이 퇴직을 할지도 몰랐던 지현이었다.
“… 괜찮아야죠..”
다행히 배가 가라앉은 사고는 큰 사고였지만 군,경,소,민이 합동하여 초동조치를 잘한 덕분에 인명피해는 없었다. 다만 재산 피해는 이제 추측될텐데 엄청날 것으로 생각됐다.
제주로 향하는 사람들 중 절반이 외국인이었다. 국내선이 아니라 해외에서부터 제주를 향해 여객을 오던 사람들처럼 보였다.
“제주로 가시던 거예요?”
“제주로 경유해서 일본으로 가던 중이었습니다.”
이들은 제주에서 자신들을 일본으로 다시 데려갈 배를 기다리던가 사고의 후유증이 있으니 다시 돌아가던가 할 사람들이었다.
“그래도, 다행이네요.”
“그..쵸.”
그의 말을 들어보니 자신의 모든 재산이 배에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는 말을 들었다.
“준수라고 했죠?”
“네.”
“그래도 이렇게 살아 있는 게 어디예요.”
자신이 이런 위로를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던 지현이었다.
비록 짐은 다 잃었지만 집은 잃지 않은 그였다.
그는 제주에 가서 게스트 하우스를 하기 위해서 직접 이사를 하던 중이라고 하였다.
“우선 제가 집까지 데려다 줄게요”
“네?”
그는 차를 타고 이 여객선에 탔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차를 보여주기까지 한다.
“저 이래 봬도 베스트 드라이브예요.”
“괜히, 신세를 지게 됐네요. 고맙습니다.”
지현은 서울에서 누군가 자신을 도와줬으면 하는 마음을 떠올렸다. 그때를 떠올리며 준수를 도와주고자 했다.
배가 제주에 도착하고, 지현과 준수는 차를 타고 제주 땅을 밟았다.
준수의 집에 도착한 지현은 깜짝 놀랐다. 게스트 하우스라고 해서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펜션 정도만 생각했는데, 이건 지붕 낮은 호텔과 같아 보였다.
언덕 가에 바다가 보이는 전경, 배산임수로 최적인 이런 곳이 아직까지 관광지로 개발이 안됐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드는 건물이었다.
“우와, 엄청나네요?”
“제가 직접 지은 건물입니다.”
“네?”
준수는 꽤 잘나가던 건축가였으나, 지현과 같이 번아웃이 온 이후 모든 걸 정리하고 제주로 내려오는 걸 준비했다고 했다.
“이건 게스트 하우스가 아니라 호텔을 운영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두 개가 운영방법이, 그리고 등록해야 하는 거 뭐 이런 게 까다로워서. 우선 펜션으로, 게스트 하우스로 시작해보려고요”
“아, 그런 현실적인..”
준수는 지현에게 악수를 건넸다. 여기까지 데려다 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 위해서 였다. 그런데 지현이 수줍게 미소 지으며 준수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보자 준수의 볼도 불그스름하질 수밖에 없었다. 사뭇 열에 열은 설레게 만들 지현의 아름답다 라는 말로도 어쩌면 표현이 부족할 지현이었으니까.
“저.. 무슨 할 말이라도?”
“혹시, 저 여기서 일해도 돼요? 저 밥값 잘합니다.”
어쩐지 이 게스트 하우스에서 자신의 무너진 마음을 다시 세울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드는 지현이었다.
“네..?”
준수는 바다에서 벌어진 일 때문에 바로 일을 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지현을 이곳에 잡아들 수 있다면 내일이라도, 아니 오늘이라도 당장 일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 그러죠”
“좋아요!”
두 사람의 손바닥이 서로의 체온을 느꼈다. 이제는 사업에 관련한 생각이 마주할 것이고, 어쩌면 서로의 보이지 않는, 그러나 느낄 수 있는 마음까지도 맞닿을지도 모르는 두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