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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낮의새 Jan 07. 2023

"달라 달라"

10대를 이해하는 건 40대 

DDA-DDA-LA-DDA-LA-DDA-LA

I love myself!

난 뭔가 달라 달라 YEAH

I love myself!

난 뭔가 달라 달라 YEAH

난 너랑 달라 달라 YEAH

난 특별하니까 YEAH

남들의 시선 중요치 않아

내 style이 좋아 그게 나니까

I'm sorry sorry 바꿀 생각 없어요 Nope!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만 같은 각별한 느낌을 받았다.

계속 자기는 남들과 다르다고, 자기는 특별하다고 반복해서 주장하는데, 도대체 요새 애들은 왜 저렇게 자의식이 과한 건가 싶은 것이다.

자신이 실제 특별한지 아닌지는 본인 스스로가 아니라 제3자가 보고 판단할 일 아닌가.


40대로 접어들면서 급속한 ‘꼰대화’를 경험하고 있는 나는 점점 더 못마땅한 것들 투성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인 점은, 자기가 제일 잘난 줄 알고 남들 욕만 하고 사는 최악의 꼰대 레벨에까지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점점 더 늘어가는 그 못마땅한 것들 중에는 나 자신도 포함돼 있으니까. 

나는 내가 특별하지 않다는 사실도 너무 잘 알고 있다.


요새 생전 처음으로 약간의 자기 혐오 같은 감정 속에 허우적 대고 있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보니 나는 과거의 내가 꿈꿔왔던 모습과 거리가 먼, 그냥 그렇고 그런 40대 중년이 되어 있더라. 한창 앞만 보고 달렸던 20대, 30대 때는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이다.


물론 그 시절에도 나는 늘 좌충우돌 했고, 때론 ‘ 왜 나는 이것밖에 안되는가’ 좌절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때는 이렇게 차곡차곡 쌓여가는 좌절의 경험들을 통해 언젠가 연륜있고 숙달된 어른이 될 것이란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막연했던 시간의 포장지를 떨리는 마음으로 뜯어보니... 그 안에는 지금의 내가 들어 있었다.


페이스북을 보면 남들이 돈도 받지 않고 끼적거리며 쓴 글들이 명색이 기자라는 내가 쓴 글들보다 더 뛰어난 명문이다. 

뾰족하고 포근하지 못한 성격 탓인지 정신을 차려보니 주위에 남아있는 사람도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대범하거나 강단 있는 성격도 아니어서, 남들과 다른 목소리를 내며 주목을 받는 사람도 아니다.

갑자기 사는게 덧없다. 이제껏 잘 살아온 것인가 갑자기 회의가 든다.


그런데 문제는 이 나이가 되면 사람이 쉽게 바뀌지도 않는다. 

나는 더 훌륭한 사람이 되기는 글렀다.

나에게 남은 것은 이런 나라도 사랑해주며 살아가야 하는 날들 뿐.


그래서 나도 이제는 이렇게 외치는 것이다.

“나는 달라, 나는 뭔가 달라 달라”


어쩌면  MZ세대들이 서로 내가 특별하다고 외쳐대는 것도, 사실은 또래와의 비교와 경쟁에 지친 자신에게 거는 일종의 주문 같은 것이 아닐까.

이 말을 들으면 MZ세대는 화를 낼지도 모르겠지만, 갑자기 MZ세대에게 동병상련이 느껴진다. 어쩌면 10대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은 20대도, 30대도 아닌 40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10대들아, 너희는 지금 대단히 특별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특별해질 기회가 얼마든지 남아있단다.

‘달라 달라’ 같은 노래는 사실 우리 같은 40대 늙은이들에게 더 필요한 주문이야.


자, 사는게 덧없는 40대 있으시다면,

우리 함께 외칩시다.


DDA-DDA-LA-DDA-LA-DDA-LA

I love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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