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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낮의새 Mar 14. 2023

"당신이 가장 별 볼 일 없는 양자경이니까"

모든 곳에 존재하는 모든 가능성이 한번에


(작년 11월에 썼던 글이다)


장안의 화제인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봤다. 나에게는 단연코 올해 본 영화 중 최고.


이렇게 기발하고 기상천외하면서도, 개연성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뚜렷하면서, 사랑스럽고 감동적인 영화라니.


평범하고 보잘 것 없는 현실을 살고 있는 주인공은 수많은 평행세계에 살고 있는 수많은 양자경 중  우주의 적을 무찌를 수 있는 '특별한' 양자경으로 선택된다.


주인공은 묻는다. 왜 하필 나를 선택했냐고. 당신들이 찾는 것은 내가 아닌 다른 세계의 양자경일 것이라고, 나는 특별하지 않다고.


그러자 돌아온 대답. "우리가 찾는 것은 당신이 맞아. 왜냐하면 당신이 제일 별 볼 일 없는 양자경이니까. 그래서 당신이야말로 가장 나아질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은 양자경이니까." (대사를 외우지 못하므로 정확한 워딩은 아니다)


우주를 구해낼 양자경으로 선택된 주인공은 멀티버스를 여행하며 평행세계에 사는 또다른 양자경들이 가진 힘을 흡수해 레벨업을 해 나갈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된다.


그런데 그 힘이란게 쿵푸를 빼면 사실 대단한 것들은 아니다. 피자집 홍보알바를 하는 자신에게서 흡수한 간판 돌리기 기술, 음식점 요리사로 살고 있는 자신에게서 배운 주걱을 휘두르는 기술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 그런 별 것 아닌 기술들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매우 특별한 힘을 발휘하며 그녀를 점점 더 강하게 만들어준다.


그리하여 무적의 상대와 대적할 수 있게 된 '최강' 양자경은 마지막에 마침내 무엇이 되었냐면,,,


지금 세계의 원래 자기 자신이 되었다. 


수많은 나 중에서 가장 별 볼 일 없는 나, 그래서 무한한 가능성을 흡수한 나. 별 것 아닌 경험들이 쌓여 만들어진, 대단치는 않지만 특별한 지금의 나 자신으로. 그리고 그는 그 힘으로 가족과, 자기 자신과 화해한다.


모든 곳에 존재하는 모든 가능성이 한번에 구현된 존재, 그것이 바로 이 세계에 사는 지금의 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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