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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보영 Oct 27. 2015

[부부의 탄생 #15] 본격 '스드메' 정복기

외로움의 서사가 결혼 블로그로 바뀌는 미라클 스토리

난 스튜디오 촬영 절대 안 해.


나의 굳은 다짐이었다. 후일에 촌스러워지지 않는 웨딩 사진을 여지껏 본 적이 없다. 웨딩 촬영은 어떻게 찍어도 한 3년만 지나면 좀 부끄러워진다. 그 당시에는 세련되고 감각적으로 보여도 결과는 같은 듯 했다.

내 눈에는 야외에서 자연스럽게 찍은 사진이 가장 예뻐 보였다. 그래서 셀프 웨딩 촬영을 목표로 이것저것 알아보기 시작했다. 셀프 웨딩을 위한 드레스 대여 업체가 생각보다 굉장히 다양하고 많았다. 데이트 스냅 촬영 해 주는 곳도 많고. 나는 거의 열 군데가 되는 셀프 웨딩 드레스샵을 즐겨찾기에 추가하고 자주 들여다 보았다.



난 드레스에 절대 돈 많이 안 쓸 거야.


단 하루, 몇 시간만 입고 끝인데 백만 원 단위로 돈을 쓰는 건 나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스튜디오 촬영을 한다면 패키지로 드레스를 여러 벌 빌릴 수 있겠지만, 난 본식에만 입을 것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일회용 드레스였다. 친구 결혼식에 가서 '와, 정말 예쁘다!'라고 생각한 적이 딱 두 번 있다. 객관적으로 예뻐서가 아니라 그 친구 자신에게 꼭 어울리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드레스는 원래 기본적으로 다 예쁘기 때문에 이런 경우를 빼고는 단 한 번도 남의 웨딩드레스가 인상에 남지 않았다. 나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메이크업은 어차피 다 비슷하겠지.


웨딩 쪽에서 메이크업 못하는 샵은 살아남기조차 힘들 것이다. 적어도 이 바닥에 계시다면 숙련된 기술자들이실 게 분명하니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아무 데나 가도 상관없었다.




그 시즌에 마침 잘 아는 동생이 작은 웨딩 사업을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고 디자인을 하던 친구였는데, 작품으로 소통하는 일에 능한 센스있는 아티스트였다. 그녀는 아무 것도 없이 카메라와 뛰어난 감성, 보정 기술(!)을 가지고 맨몸으로 뛰어들었다. 청첩장과 부케까지 직접 만들었다. 친애하는 신개미 부부가 첫 고객이 되었다. 결과물이 굉장히 좋아보였다. 그래서 우리도 그 친구(이하 '이 대표')에게 부탁하기로 했다.


M과 나, 그리고 '이 대표'는 셋이 만나 밥을 먹고 수다를 떨었다. 우리가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간단히 들려주고 이 대표는 우리에게 맞을 법한 장소와 컨셉을 이야기 해 주었다.

"문학가와 음악가의 만남이잖아요. 제가 딱 어울릴만 한 곳을 봐 뒀는데..."

서촌이었다. 그녀는 심지어 사전 답사도 다녀왔다고 했다.

윤동주문학관과 시인의 언덕, 창의문, 예쁜 카페와 골목들이 우리의 주 촬영지로 결정되었다.

나는 수도 없이 드레스샵 홈페이지를 들여다 보았지만 결국 사지 않았다. 음, 그러니까 취향상 치렁치렁한 드레스를 입고 사진 찍기가 싫었다. 촬영 끝나면 다시 입기 부담스러운 과한 드레스보다는 실용주의를 택하고 싶었다. 나는 폭풍검색으로 흰 원피스를 두 벌 샀다. 2만원 대 하나, 3만원 대 하나. 그리고 한복 대신 입으려고 산 예복 정장까지. 이렇게 세 벌로 웨딩촬영을 했다.



촬영 당일. 우리는 차를 렌트해서 옷가지들을 싣고 갔다. 아주 덥고 습한 날이었다. 이 대표는 땀을 뻘뻘 흘리며 카메라와 부케 두 가지와 크고 작은 소품을 들고 낑낑 올라왔다. 미안하고 고마웠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금방 적응이 되었다. 나중에 우리 언니와 친구 하나까지 합류해서 깔깔 웃으며 즐겁게 촬영을 마쳤다. 끝나고 맛있는 치킨도 먹었다. 특별하고 재미난 소풍을 다녀온 기분이었다.

이 대표는 그야말로 최선을 다해 견적보다 넘치도록 애를 써 주었다. 그러더니 입소문을 타서 지금은 일과 결혼함(...) 그녀의 대표 상품 '풀잎청첩장'도 일품이다. (http://mayiflower.com/)




(아래 사진은 내가 브런치 사진 편집툴로 보정 한 것들이다...)



더 예쁜 게 많지만 독자의 시력 보호를 위해 얼굴 잘 안 보이는 사진 위주로 골랐습니다. (촬영: may i flow+er?)




이렇게 '웨딩 촬영' 미션 클리어.






드레스와 메이크업이 남았다. 지난 화에서 플래너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한 바 있는데, 여기서도 주목할만 한 지점이 나온다.

청담동은 결혼 산업의 메카 같다. 셀 수도 없는 드레스샵, 메이크업샵은 물론 남성 정장, 다양한 웨딩 관련 사무실이 즐비하다. 보통 드레스는 플래너가 정해주는 세네 군데 샵을 방문하여 피팅해 보는데, 이를 '드레스 투어'라고 한다. 플래너는 신부와 이야기를 하면서 여러가지 카탈로그를 보여주고 신부에게 잘 맞는 스타일로 골라준다. 이게 일반적인 방식이다.


하지만 우리는 좀 달랐다. 굳이 말하자면 하나의 과정을 더 추가했다. 이건 M의 아이디어이다. 드레스와 메이크업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그가 무릎을 치며 말했다.

"진짜 끝내주는 생각이 났어."

"뭔데?"

"일종의 역발상이지. 남들이 플래너가 시키는 대로 드레스 투어 다닐 때 우리는 먼저 플래너 투어를 해 보는 거야."

말인 즉슨, 드레스샵을 몇 군데 돌아다니는 것처럼 몇 명의 플래너를 돌아가면서 만나보자는 것이다. 우리가 당신과 계약을 할지 말지는 잘 모르겠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일단 알아만 보러 왔다고 찾아가면 된다. 대신 중요한 게 있다. 나의 기준을 분명히 정하는 것이다. 나는 어떤 스타일을 원하는지, 견적은 얼마 정도로 생각하는지 미리 생각하고 가는 거다. 어떤 드레스샵이 있는지 좀 알아보고 가는 것도 좋다.

M은 예전에 다른 걸 알아볼 때 연락이 닿은 플래너가 둘 정도 있었고, 나는 예식장 대관료를 무료로 잡아준 플래너와 연락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셋을 만나려다가, 한 분은 청담에 안 계시기에 각각의 플래너 두 분만 만나러 갔다. 두 사무실은 걸어서 오 분 남짓한 거리에 있었다. 우리는 한 시간 정도 차이를 두고 상담을 예약했다.



처음 만난 플래너는 20대 중반 정도로 보였다. 우리는 정해진 기준을 상냥하고 분명하게 전달했다.

"촬영은 셀프라서 본식 드레스랑 메이크업만 할 거고요, 경제적인 견적을 받고 싶어요."

그 플래너는 친절했지만 이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 허둥대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묻기도 하면서 아무튼 열심히 설명해 주었다. 드레스샵과 메이크업샵 카탈로그를 열 권 넘게 본 것 같다.

"원래는 견적이 이 정도가 나와요. 그런데 제가 받아놓은 쿠폰이 있거든요. 그거 쓰시면 이렇게 할인해 드릴 수 있어요."

본식 드레스+본식 메이크업+부케+부토니아까지 75만원이라고 했다. 쿠폰은 할인 해준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둘러댄 말 같았다. 생각보다 싸다고 느꼈지만 결정적으로 그 플래너가 보여준 드레스샵이 별로 끌리지 않았다. M 역시 촌스러워 보인다고 귀엣말을 했다. 우리는 고려해 보겠다며 밝게 인사하고 나왔다.



두번째 만난 플래너는 척 봐도 우리 또래거나 그 이상의 연배 같았다. 이 일을 오랫동안 해 오신 걸로 보였다. 그분은 웨딩홀 대관료 50만원을 깎게 한 능력자이기도 했다. 우리는 앞서 말했던 똑같은 기준을 제시했다. 그 플래너도 열 권 넘는 카탈로그를 보여 주었다. 그런데 앞서 보고 온 것들보다 훨씬 고급스럽고 예뻐 보였다. 특히 꽂히는 샵도 몇 개 있었다. 우리는 우와, 우와를 연발하고 플래너는 그 모습을 뿌듯하게 지켜 보더니 말했다.
"이렇게 하면 총 견적은 딱 90만원입니다."
그 순간, 우리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생각해 보고 연락 드릴게요."

눈치 빠른 그녀는 우리를 다시 붙잡으며 물었다. 혹시 다른 곳을 다녀오셨냐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사실 다른 분께도 여쭤봤는데, 그분은 75를 부르셨거든요."

그러자 이 노련한 플래너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원래 드레스 투어 다니실 때 플래너가 동행해요. 이건 그 동행비가 추가된 견적이에요. 하지만 이걸 빼고 두 분이 직접 다니신다면, 제가 샵에 미리 다 연락 돌려놓을 거니까 거기서 문제 될 건 없을 거예요."

그녀는 동행비와 부케를 빼고 무려 65만원을 불렀다. 마지막 한 수를 둔 듯 했다. 비장함마저 느껴지는 상황. 우리는 견적을 듣고 깜짝 놀랐다. 보통 부케가 10만원 대이니 합치면 사실 앞선 플래너와 비슷한 견적이었지만, 드레스샵의 격이 너무 달랐다! 이건 뭐 고민할 여지가 없었다. 그렇지만 고민해 보겠다며 감사 인사를 드리고 나왔다. 상담 후 며칠 이내에 결정하면 서비스로 식전 영상을 만들어 준다고 하기에 다음 날 바로 예약했다.



결혼 업계에는 갓 대학을 졸업한 젊은 플래너가 많이 보이지만, 이 일을 오래 해 온 숙련된 플래너도 분명 많다. 그런 분들은 신랑신부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듣고 적절한 선에서 맞춰준다. 이 일을 오래 했다는 건 실적도 많다는 얘기. 그래서 웨딩홀 등의 결혼 관련 업체들도 이런 플래너가 제안하는 건 여간해선 맞춰주는 것 같다. 일에 능숙한 플래너는 기본적인 예약은 물론, 갑작스런 일이 생길 때 중간에서 노련하게 연락을 취하며 고객의 편의를 우선해 준다.

나도 그랬다. 촬영 전 날 갑작스런 비 예보가 있었다. 강수 확률이 높아서 일단 하루 더 미루기로 했다. 그러려면 메이크업샵의 예약도 하루 미뤄야 하는데, 하필 그날이 월요일이라 문을 닫은 것이다. (드레스, 메이크업샵은 대부분 월요일에 쉰다고 한다) 화요일이었던 예약을 수요일로 바꾸기 위해 플래너는 백방으로 알아보다 샵 원장님 개인 번호를 알아냈고, 원장님은 원래 쉬는 날엔 휴대 전화를 멀리 두는 편이었는데 우연히 플래너의 전화를 받았다고 들었다. 가까스로 예약을 미룬 뒤 플래너는 한숨을 쉬며 쉽지 않았다고 말하는데 그게 참 고맙고 또 멋져 보였다.






결혼을 앞둔 신부라면 웨딩드레스에 대한 환상이 있기 마련이다. 사실 드레스는 다 예쁘다. 다만 자기 맘에 들고 잘 어울리는 게 중요할 것이다. 그러니 드레스 투어를 하기 전에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을 미리 생각해 두는 게 좋다.

보통 얘기하는 A라인, 벨라인, 슬림라인처럼 어떤 '라인'인지는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정말 입고 싶던 디자인은 쇄골까지 레이스가 올라오는 클래식한 느낌이랄까. 가을 예식이라 더욱 그랬을 것이다. 긴팔 레이스도 고혹적으로 보였다. 흔히들 입는 어깨와 가슴팍이 훤히 드러나는 탑 형태는 예전부터 조금도 끌리지 않았다. 이상할 정도로 그건 분명히 아니었다. 어깨 끈은 더더욱 싫었다. (질색)(도리도리)


우리 언니들 말에 의하면, 피팅을 하다 보면 '내 거다' 싶은 그런 드레스가 있다고 한다. 나는 확신 없는 상태로 일단 드레스 투어를 시작했다. 두 군데만 가기로 했다. 처음 간 곳은 정말 친절하셨다. 드레스를 다섯 벌 정도 입어봤는데 맘에 드는 것도 있었지만 큰 감흥은 없었다. 두 번째 샵은 손님이 많아 보였다. 미리 검색한 바에 의하면 꽤 인기 있는 곳이었다. 카탈로그만 봤을 때도 나는 이미 이 샵에 더 마음이 기울었었다.

실장이라는 분이 오셨다. 내 취향을 들으시곤 적극적으로 이런 저런 드레스를 꺼내주시고 입혀 주셨다. 레이스 볼레로를 활용하면서 내가 원하는 스타일에 가깝게 피팅해 주셨다. 하지만 뭔가 조금씩은 '아닌' 느낌이 드는 것이다. 함께 온 M과 작은 언니 내외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고민하다가 결국 언니와 함께 원장님께 상담을 했다. 다행히 친절히 맞아주시고 맘에 드는 걸 찾아보시겠다며 다시 예약을 잡아 주셨다. 결국 며칠 후 그곳을 다시 찾았다. 이번에는 원장님이 직접 골라주셨는데 먼저 번이랑 완전히 다른 드레스가 나오는 것 같았다. 다섯 벌 넘게 입는 족족 맘에 드는 것이다. 그러다가 드디어 만났다. '이거다!' 하는 그 느낌. 남들이 뭐라 해도 내 맘에 쏙 들고, 내게 꼭 맞는 그런 드레스를 찾은 거다.


긴팔 레이스는 막상 입어보니 생각보다 답답해 보였다. 그래서 어깨는 트여서 여유 있게 보이고, 목까지 올라오는 레이스가 블링블링 예쁜 드레스로 골랐다. 생각지도 못한 벨라인이었지만 넓은 홀이었기 때문에 과감히 선택했다. 역시 후회 없는 결정이다. (드레스 예뻤다는 얘기는 빈말이어도 아직도 듣고 있다)



이겁니다.






이번 화를 쓸 때 M이 특별히 당부한 게 있었다.


"너무 결혼 블로그 같이 되지 않으면 좋겠어."


(미안...그렇게 되어버렸어...)



그래서 덧붙여 본다.

결혼식의 주인공은 신부라고 흔히들 말한다. 나의 신랑 역시 그 점을 알고 내게 많은 걸 양보해 주었다. 하지만 그걸 당연히 여기고 넙죽 받았다면 그는 점점 소외감을 느끼거나 자기 일이 아니라며 미루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세세하고 수많은 선택 앞에 우리는 늘 함께 했다. 아무리 봐도 도저히 차이점을 모를 수많은 카탈로그를 보면서도 함께 의논하고, 드레스 피팅할 때도 박수치며 예쁘다고 격려해 주었다. 고마운 일이다.

웨딩 촬영 막바지에 신랑 단독컷을 계속 찍어주었는데 수줍어 하면서도 진심으로 좋아하더라. 사실은 신랑도 주인공이 되고 싶어한다. 센스 있는 신부라면 가끔은 신랑이 주인공이 될 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전 잘은 못했지만 여러분은 부디 해내시길 ;ㅁ;)









신혼집 구하기 퀘스트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었는데

그 자체로도 재미있는 얘기가 많아 다음 화에 넘기겠습니다. (찡긋)




**처음부터 보기**
부부의 탄생(1) - 오랜 친구, 사실은 오래된 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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