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놓고 무엇을 잡아야 하는가
우리 집 키다리 아저씨가 컴퓨터 업계에 종사하는 이유로 나는 암호와도 같은 복잡한 컴퓨터 언어들로 가득한 모니터 화면을 늘 보아왔다. 무의식 중에도 늘, 저런 외계어와 같은 언어를 모르고 살아도 된다는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우연성과는 전혀 상관없는 꽉 짜인 알고리듬에 의해 정확하게 그려지는 세상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 같은 것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세상이 변했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컴퓨터 코딩을 배우기 위해 학원에 다니고 유명한 해외 여름캠프에도 컴퓨터 코딩 클래스가 늘고 있다. 바로 얼마 전 프로젝트를 했던 D.LAB의 대표에게 왜 모든 사람이 컴퓨터 코딩을 배워야 하는지 물었었다. 지금도 진행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더욱더 모든 지식 ( 법률, 의료, 회계 등)이 인터넷 컴퓨팅과 연결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만 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국은 2014년 9월에 만 5세부터 프로그래밍 교육을 의무화하였고, 교육 선진국 핀란드는 초등학교에서부터 소프트웨어를 가르치며 최근 한국에서도 소프트웨어 교육이 의무화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D.Lab 연구소는 소프트웨어와 메이커 교육 그리고 창업가적 마인드를 길러주는 교육과정을 제공한다고 했다.
D.Lab 연구소는 크게 인포메이션 및 대기공간, 교육공간, 연구공간, 그리고 Makerspace로 구성되었다. 이 중 “makerspace”라는 명칭이 나에게는 다소 생소하여서 그 배경을 살펴보게 되었다.
Makerspace는 컴퓨터나 기계작업, 테크 놀러지, 디지털 아트, 일렉트릭 아트 등의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지역 커뮤니티센터나 학교, 도서관 등에서 장소를 공유하다가 자연스럽게 함께 지식을 공유하고 협업하는 형태의 커뮤니티로 발전된 것을 말한다.
주로 workshop, presentation, lecture 등의 형태로 서로의 지식을 공유하고 뭔가를 만들어 내는 작업이 주된 활동이라 그에 적합한 공간의 구성이 요구된다.
먼저 서로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나누고 토론하기에 적합한 데스크 레이아웃과 강의와 발표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빔프로젝트와 화이트보드 설치가 필요하다. 또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수많은 재료와 부속품, 도구들을 효과적으로 수납하고 사용하기 용이한 계획을 요구한다. 협소한 공간보다는 좀 더 여유 있는 공간의 필요성이 늘어나게 되자 점차 산업지구나 규모 있는 창고 형태의 건물로 장소들이 옮겨가고 있는 실정이며 멤버들 간의 게임의 밤, 파티 등을 통한 교류도 활발하다.
Makerspace는 원래 Hackerspace라는 이름으로 1995년 독일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2006년 Paul Bohn이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Metallab을 만들게 되고 이를 기점으로 1967개의 Hackerspace와 119개의 activty site, 354개의 planned site로 늘어나게 되었다. 2007년에는 북미지역의 hacker들이 Chaos Communication Camp를 방문하는데 이러한 공간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게 된다. 그들은 북미로 돌아와 NYC Resister(2007), HacDC (2007) 그리고 NOisebridge(2008)를 설립한다. 명칭이 hackerspace에서 makerspace로 바뀐 이유는 Hacker가 주는 부정적인 느낌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최근에는 중국이 상하이에 “Xin Chejian”(2010)이라는 makerspace를 오픈하여 개방형 기술과 새로운 사업모형을 제시하고 이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기에 힘쓰고 있다.
D. Lab 프로젝트가 막바지로 갈 때쯤 이세돌과 알파 고의 바둑 대국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었다. 바야흐로 인공지능의 시대다. 놀라움과 불안감이 교차한다. 이러다 로봇에게 인간이 설 자리를 다 빼앗기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소리가 제법 들린다. 회계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딸에게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다던 한 어머님의 말에 공감이 된다. 20년 안에 없어질 직업들 중에 회계사가 94%의 확률로 보고 되었기 때문이다. (출처 : 칼 프레이, 마이클 오스본 옥스퍼드대 교수 논문)
얼마 전 학부모 총회에 참석했다가 어떤 남자아이의 어머니가 하신 말씀에 모두 웃었다. “여자애들한테 치이고 인공지능한테 밀리고 아무 생각 없는 남자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걱정이에요”
“잡고 있는 것을 놓아야 새로운 것을 잡을 수 있습니다”
여러 우려의 소리들에 대한 한 전문가의 의견이다.
무엇을 놓고 무엇을 잡아야 하는가?
선택의 기준이 되는 가치는 무엇인가?
이것이 다음 세대의 고민이 되었다.
D.Lab 프로젝트를 마치면서 이 연구소가 한국형 Makerspace의 원형으로 잘 정착되길 바라며 또한 포기할 수 없는 사람의 가치에 대해 늘 고민하는 연구소가 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