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스 Dec 28. 2020

[Outro] 유럽여행을 마치고, 1년이 지난 이야기

[Outro] Answer: Love Myself - BTS

2020. 12. 27
대한민국 서울
Outro Answer : Love Myself - BTS





지난 1년 전 게시물을 보시겠습니까?


아침 출근길에 SNS 알람 하나가 떴다. 알람의 내용은 1년 전 오늘에 올렸던 게시물에 대한 리마인드 알람이었다. 리마인드 알람을 받을 때면, 어느새 유럽여행을 다녀온 지 시간이 꽤나 흘렀음을 실감한다. 유럽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유럽여행에서 앞으로 내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굳게 다짐했건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호기롭게 취업을 준비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취업시장은 얼어붙었다.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던 취업박람회나 특강도 취소되어 정보를 얻는 것도 쉽진 않았다. 수많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광탈하는 건 부지기수였다. 어렵게 면접 기회를 얻어도 처음 보는 비대면 면접, AI면접 등에 좌절을 겪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면접 본 회사에서 최종 합격 발표가 무기한 연기되었던 경험도 받았다. 유럽여행 이후 한국에 들어왔을 때,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자신감으로 충만했던 나에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했다.


힘든 상황에 놓일 때마다 틈틈이 지난 유럽여행 때의 사진을 되돌아봤다. 여행사진으로 그때를 회상하면서, 다시 힘을 얻었다. 여행 중 예상치 못한 변수에도 꿋꿋이 이겨나갔던 나를 돌아보면서 말이다. 여행에서 마주했었던, 나의 가능성을 깨우며 다시 일어섰다.


그렇게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할 일을 하다 보니, 지난 8월부터 내가 원하는 직무에서 일하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신의 한 수가 된 여행이 있다


지난 11월 27일은 기분이 너무나도 묘했다. 유럽여행을 다녀온 지 정확히 1년째 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바쁜 출근길에 나섰는데, 작년에는 일 년 뒤에 이런 모습을 상상이나 할 수 없었을 테다.


코로나19로 한 해동안 해외여행은 사실상 갈 수 없는 처지였기에, 사람들과 만나면 지난날의 여행 이야기를 주고받은 적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지난 유럽여행을 이야기보따리에서 꺼내곤 했다. 나의 유럽여행 이야기를 들으면, 사람들이 하나 같이 하는 말이 있다.  


"작년 유럽여행은 정말 신의 한 수였네요!"


지난 유럽여행은 정말로 '신의 한 수'란 표현이 가장 어울렸던 여행이었다. 유럽여행을 갈지 고민하던 나에게 현실을 직시하고 취업을 준비하라던 사람들도 나의 유럽여행에 대한 평가가 완전히 뒤바뀌어졌다. 오히려 잘 다녀왔다며 칭찬한 적이 많았다. 뒤짚힌 평가를 보면서, 사람일은 한시 앞도 알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 그 누가 전염병으로 해외여행을 못 가게 되리라 예상한 사람이 있을까? 75일 동안 장기간으로 유럽여행을 다녀온 나를 보며 부러워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볼 때마다, 유럽여행을 가기로 맘먹었던 작년 5월, 항공권을 지른 내게 고맙기만 하다.





나와의 대화를 했던 지난 유럽여행을 돌아보며


지난 2019년 9월 16일에 시작한 유럽여행은 75일의 여정을 지나 2019년 11월 28일에 끝을 맺었다. 총 11개국, 21개 도시에 머물렀고, 당일치기로 들른 마을까지 합쳐 46곳을 다녀왔다. 기차, 버스, 비행기, 페리까지 육해공을 아우르는 교통수단을 타며 유럽 곳곳을 누볐던 75일이었다. 75일간의 여행에서 나는 여러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길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너무나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보고, 들으며 정해진 정답이란 건 없다고 느꼈다. 그리고 내가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해 나와의 대화를 가장 많이 했다.


지난 유럽여행에서 겪었던 에피소드를 글로 남겼다. 그렇게 적힌 글은 브런치에 올렸다. 글 속에 적힌 수많은 나를 만나보면서, 유럽여행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내가 나를 바라보는 자세'를 배웠다는 점이다.


여행 준비 단계부터 실행, 난관을 극복하는 단계, 그리고 마무리까지 일련의 과정에서의 '나'를 만날 수 있었다. 계획대로 실행될 때의 성취감을, 어려움을 극복했을 때의 뿌듯함을,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마주했을 때의 짜릿함을 느끼는 '나'를 마주해왔다.


이런 과정은 1년이 지난 지금, 일상에서 나를 이해하는 바탕이 되었다. 한국에서의 나는 여러 상황을 생각하며 계획하는 습관을, 어려운 상황에선 해결할 수 있다는 냉정함을, 그리고 예상치 못한 상황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로움을 지닌 사람으로 거듭나고자 노력하고 있다.


'나'를 바라보는 자세를 일상에서도 실천하는 점, 이것이 이번 유럽여행을 통해 내가 배운 점이었다.





나중에 다시 유럽을 찾는다면


코로나19가 종식되어 다시 해외여행이 가능한 시기가 된다면, 나는 혼자 여행하는 건 미뤄둘 것 같다. 다음에 여행을 간다면, 누군가 함께 가고 싶다. 이번 여행으로 혼자 여행하는 즐거움을 제대로 즐기고 왔다면, 다음에는 함께 여행하는 즐거움도 누리고 싶다. 그게 가족이든, 연인이든, 친구든 상관없을 테다. 누군가 함께 유럽을 찾는다면, 지난 유럽여행의 기억을 함께 공유하면서 다닐 것 같다. 그리고 여행지에선 27살 생각이 많던 '나'를 마주할지도 모르겠다.


20대의 버킷리스트로 유럽 일주를 이루었다. 유럽에서 가보고 싶었던 도시와 국가를 선택해 모두 다녀왔다. 버킷리스트를 완수했기에, 앞으로 30대의 버킷리스트를 달성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30대의 버킷리스트는 바로 미국 여행이다. 동부부터 서부까지, 도시와 자연 그리고 문화를 느끼고 오고 싶다. 그러려면 현재에 더욱 충실해 버킷리스트를 달성하기 위한 준비를 멈추지 말아야겠다. 


여행을 다니며 일상에서의 동력을 채우는 것, 이것이 내가 여행을 다니는 이유다.


유럽여행을 다녀온 '어제의 나'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일상에서 힘차게 하루를 보내는 '오늘의 나'

언젠가 다시 여행을 나닐 '내일의 나'를 위해 다시 달릴 준비를 한다.



20대의 후회 없던 유럽여행 속 플레이리스트는 이렇게 마지막곡을 마쳤다.

Outro 곡 제목에 앞으로 살아갈 답이 있었기에, 마지막 곡으로 삼았다.


ANSWER : LOVE MYSELF


매거진의 이전글 Track.74 한 편의 희곡같던 여행의 막이 올라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