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기다려 줄게요
우리 집에는 저와 저희 신랑 신서방, 그리고 우리 둘을 똑 닮은 아들, 딸이 있습니다.
저와 신랑은 나이가 들어가며 점점 움직이기가 싫어진다는 생각에, 그리고 아이들은 그런 부모 때문에 덩달아 운동량이 부족 해진다는 생각에, 최신식 디지털 만보계 , 쌀 시계(小米 샤오미) 밴드를 온 가족 모두 구매했습니다.
매일매일 8000걸음 이상씩 걷자 약속했지만, 마음처럼 참 쉽지 않아요.
목표 달성을 위해 날이 좋은 주말, 집에서 뒹굴대지 않고 산책을 나가기로 했습니다.
역시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문을 열고 나서는 게 제일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오늘의 계획은 이러했습니다. 낙엽 지는 플라타너스 길이 아름다운 프랑스 조계지 쪽, 화이하이루를 걸으며 맛있는 코코넛 요거트를 먹고 걷다가 다리가 아플 때쯤 나타날 예정인 핫 플레이스, peets 커피에서 크레페와 커피도 한 잔. 그리고 프랑스식 공원 푸싱 공원을 가로질러 그 근처에 있는 성당까지 갈 생각입니다. 많이 걸을 수 있겠지요?
자주 걸어 익숙한 길이라, 지도를 보지 않고 즐겁게 걷습니다. 잠깐잠깐 걸음을 멈출 때마다 밴드를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우리 얼마나 걸었지? "
그러고 보니, 매번 딸아이의 밴드에 찍힌 숫자는 제 것에 찍힌 숫자보다 조금, 많습니다. 보폭이 짧은 아이들은 늘 저보다 더 많이 걸어야 했나 봅니다.
아.... 갑자기 아이들에게 미안해집니다. 이렇게 나란히 걸어도 엄마보다 늘 120% 더 걸어야 하는데, 저만큼 앞서가는 엄마를 따라잡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걸음뿐 아니라 생활에서도, 학습에서도 그랬겠지요?
오래간만에 긴 산책을 함께한 밤,곤히 잠든 아이들을 바라봅니다.
아이들은 잠도 참 열심히 잡니다.땀까지 뻘뻘 흘리면서요.
낮동안 어른들의 발끝을 좇아가느라 참 힘들기도 했겠지요.
아마도 이 시간이 아이들에겐,
어른들의 속도를 따르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들에 맞춰 보폭을 좁혀 종종걸음을 걷자니 아차, 제가 넘어질지도요.
그저 각자 열심히 걷다 가끔 멈추어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걷고 있는 아이들을 응원해주는 엄마가 되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