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데로 가라

각막이식 수술대 위에서 만난 순복의 평안

by 치유 보드미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라.”

그 말씀은 늘 내게 도전처럼 들린다.

상식적으로는 고기가 잡히지 않을 자리,

경험으로는 실패를 이미 알고 있는 자리.

그러나 예수님은 바로 그곳으로 가라 하셨다.


베드로는 항변하지 않았다.

“주여, 밤이 새도록 수고했으되 잡은 것이 없사오나

말씀에 의지하여 그물을 내리리이다.”

(누가복음 5:5)

그 한마디 순복이 기적을 일으켰다.

빈 그물이 채워지고, 절망의 자리가 생명의 자리로 바뀌었다.


나에게도 ‘깊은 데로 가라’는 부르심이 있었다.

그것은 각막이식 수술대 위였다.

수술 전날, 나는 이상할 만큼 평안했다.

떨림도, 두려움도 없었다.

그저 마음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속삭임 하나 —

“이건 나의 싸움이 아니라, 하나님의 일이다.”


그 순간 깨달았다.

순복은 체념이 아니라 ‘믿음의 집중’이라는 것을.

내가 손 쓸 수 없는 그 깊은 자리에서

하나님은 나보다 더 섬세히 일하고 계셨다.


수술대 위의 나를 생각한다.

모든 것이 멈춰버린 듯한 그 고요 속에서,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었다.

내가 아닌 하나님이 나의 생명을 붙드시는 자리였다.

그날, 나는 깊은 데로 내려갔다.

그러나 그곳은 어둠이 아니라

하나님의 손길이 닿아 있는 빛의 자리였다.


“깊은 데로 가라.”

그 말씀은 여전히 내게 속삭인다.

두려워 말라, 네가 보는 깊이는 나의 일터다.

그곳이 너의 끝이라 느껴질 때,

하나님의 시작이 된다.


순복은 항복이 아니다.

그것은 사랑하는 분을 신뢰하는 용기다.


#복음 #믿음 #평안 #브런치 #고백

작가의 이전글소녀와 구름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