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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름 Sep 07. 2023

"아홉 살 연하라고?!"

엄마 대신 라이더가 되었지 01

연상연하 커플이 흔해진 시대이다. 남자가 연상인 게 왜 기본값인지 모르겠지만, 유독 여자 나이가 더 많을 때만 '연상연하' 커플이라는 설명이 붙는다. 우리 부부도 연상연하 카테고리에 들어간다. 아홉 살, 아니 내가 1월 생이라 7살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니 열 살 차이인 건가?


이제는 "야~ 우리가 졌네!" 싶을 정도로 열 살 넘게 차이나는 커플도 있지만, 8년 전 우리가 사귀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아홉 살 차이는 주변 사람들에게 빅뉴스였다. "연~하~~?" 재밌어하다가 "아. 홉. 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는 경우가 대부분. '왜? 어쩌다? 어디서 만나서? 아니, 그게 가능해?' 묻고 싶은 말을 삼키며 흔들리는 눈빛으로 적당한 리액션을 고르기 바빠 보였다. 서너 살은 귀엽지만, 아홉 살은 미심쩍은가 보다.


이렇게까지 차이나는 연상연하 커플을 주변에서 보기도 힘들고, 영화나 드라마로 간접 경험한 건 극단적인 스토리가 대부분이니 그럴 만도. 돈 잘 벌고 카리스마 있는 여자에게 꼼짝 못 하는 온순하고 다정한 남자, 착해빠진 여자에게 돈을 뜯어가는 치명적인 매력의 나쁜 남자 같은.


나는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하기는 하지만 돈을 그다지 잘 버는 편은 아니다. 심지어 매년 매월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프리랜서이다. (심리 상담 업계가 미래 유망 직종이라는 이야기는 십 년도 넘게 들어왔지만, 그 미래가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애교 많고 귀여운 성격도 아니지만, "누나만 믿고 따라와!" 박력 있게 관계를 주도하는 쪽도 아니다.


남편은 내 앞에서만 보여주는 귀여운 모습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순둥하고 말랑한 성격은 아니다. 자기주장이 확실하고 좋고 싫음이 투명하게 다 드러난다. 매력이 있긴 하지만 치명적인 정도는 아니고(남편 미안), 나쁜 남자 스타일도 아니다. 일단 내가 다정하고 달달한 남자, 치명적이고 독한 남자 모두에게 거부감이 있다.


처음 얼마간은 사람들의 놀라는 반응이 재밌었고, "여어~ 능력 있네!"라는 말이 싫진 않았다. 하지만, 사귀는 기간이 길어지고 결혼까지 하고 나서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뭐라고 말하는지 따위는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놀라던 사람들도 점점 익숙해져서 나이 얘기를 굳이 하지 않거나 "다섯 살 연하랬나?" 헷갈리기도 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타인에게 관심이 없고, 적당한 무관심은 관계에 자유를 준다.


주변의 핫한 반응에 비해 우리의 연애는 화려하거나 야하지 않았고, 결혼 생활은 더더욱 그렇다. 일상은 단순하고, 바라는 건 소박하다. 어린아이들처럼 구겨진 표정과 요상한 몸짓으로 서로를 웃기려 하고, 귀여운 동물 영상을 열심히 공유하고, 나란히 누워 넷플릭스 드라마 한두 편 보다 잠드는 게 루틴인 우리 부부의 장르는 격정 로맨스라기보다는 코미디에 가깝다. 로맨틱 코미디도 아닌 찐 코미디.


그래서 나는 이 결혼 안에서 깔깔깔 자주 웃는다. 날이 갈수록 마음이 편안하다. 고양이 두 마리와 사람 두 마리가 침대 위에 뒤엉켜 나른하게 누워있는 주말마다 안전함을 느낀다. "아, 외롭네." 혼잣말이 날숨처럼 새어 나오던 상암동 최신식 6.5평 오피스텔에서의 싱글 시절이 이제는 먼지처럼 날아가버렸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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