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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진 Jun 20. 2024

무의도 하나개 해수욕장 개펄 체험


  일박 이일 무의도 개펄 체험이다. 전등 다 끄고 인덕션 확인하고 화분을 돌아보니 작별을 서러워하는 듯 힘이 없어 보인다. 꼴꼴 소리가 나도록 물을 부어 주고 운동화 끈을 조였다. 석촌에서 9호선 급행을 타고 김포역에 내려서 인천공항역 가는 열차에 환승했다. 인천공항 제1청사 3층 출국 7번 게이트 앞 시내버스 무의행  01번을 타고 소무의도 정류장에 내렸다. 깨끗하고 단출한 섬 분위기는 고향에 온 듯 포근하다.

  우리는 우선 저녁과 아침을 해 먹을 수 있는 펜션을 정하여 배낭을 내려놓고 소무의도 산에 올랐다. 소무의도 다리를 건너서 데크길을 오르는 길에서 내려다보는 바다는 너무 탁 트여서 오장육부를 말끔히 세척한 기분이다. 곳곳에 포토스폿에 서면, 파란색에 흰 물감을 섞은 듯 맑고 깨끗한 하늘은 무엇이든 누구든 다 용서하고 싶게 한다.  


   섬을 한 바퀴 돌고 내려와 시간이 남아서 하나개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오늘이 음력 초사흘이라 썰물이 수평선 끝까지 물러가서 사람들이 점으로 보일 정도다. 흥분하여 개펄에 뛰어들어 마구마구 전진하다 보니 일행 언니가 안 보인다. 오잉? 멀리 돌아보니 보이지 않아 점심으로 먹은 물회가 잘못되었을까 걱정되어 돌아가 보니 팔이 아프다고 모래찜질하고 누웠다. 걱정하던 가슴을 쓸어내리고, 우리는 다시 저 수평선까지 전진한다.    이렇게 시원할 수가! 이렇게 좋을 수가! 고혈압은 약 먹으면 되지만, 고 흥분증은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난감하다.

  두 시간을 개펄 이랑을 걸으며 발 지압을 하다가 정시에 도착하는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 앞에는 바로 바다가 펼쳐지고, 소무의도 다리의 조명은 예술이다.


 


  아침에 기지개를 켜고 내다보는 바다는 어린아이가 방금 세수를 한 듯 말끔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산책길에 나선다. 저 등대까지 걷고 오자고 목표물을 정하고 비릿한 냄새와 함께 바닷가를 걸었다. 곳곳에 낚시꾼들이 벌써부터 텐트에서 나와 찌를 놓고 앉았다. 생각보다 젊은 이 삼십 대 청년들이다. 소소한 담벼락 밑에 피어난 접시꽃이 키를 자랑하고 있다. 색감이 어찌나 고운지 가슴은 벌써 살구빛 착시를 일으킨다.

우리는 육개장과 삼겹살로 조식을 해결하고 하나개로 향했다. 아직 썰물이 되지 않아서 우리는 데크길을 걸었다. 데크가 얼마나 긴지 물 위에서 걷는 맛이 시원해서 바람막이를 입어도 추울 정도다. 물빛은 옥가락지 같은 빛과 짙은 쑥색 같은 빛으로 일렁인다. 조금 지나니 검푸른 미역을 팔팔 끓는 물에 살짝궁 담글 때 초록으로 몸을 푸는 신비의 색이 나온다. 밀물이 깊이 들어온 곳은 유럽에서 흔히 본 올리브 색이다. 다양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물빛의 기를 받아 어깨가 들썩들썩 콧노래가 절로 난다.

  팔토시를 하고 장갑을 끼고 파라솔을 쓰고 등산 마스크를 쓰고 환호성을 지른다. 심장이 쿵쿵 춤을 추는데, 아래가 훤히 보이는 액티비티 다리도 용감하게 지나간다.


 


   데크를 다 걷고 나오니 물이 서서히 빠지기 시작한다. 같은 듯하면서 미세한 간격으로 물러난다. 바나나 껍질 검버섯 끼듯 검게 그을리지만, 호강에 겨워 요강이 깨진 들 어떠랴. 신발 벗고 개펄을 향해 내달린다. 의자를 가져와서 앉아 있는 분들이 많다. 정양을 위해 오신 듯하다. 물이 물러나는 만큼 의자를 옮기며 따라간다. 발바닥이 개펄의 이랑으로 인하여 지압이 잘 된다. 폭신한 펄이 엄마 품속처럼 보드랍다. 어느덧 흙으로만 보이던 곳에 조개가 숨어 있는 걸 발견한다. 보호색이 기가 막힌다. 발로 툭 건드려 보면 물컹하다. 조개를 한 홉은 될 만큼 주웠다. 건강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갈매기들이 조개를 다 집어삼키는 것 같다. 사람 반 갈매기 반이다.


한쪽에서는 '암이사(암을 이기는 사람들) 회원'들이 요가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비교적 젊은 사람들이다. 

   우리는 중식은 <솔양>이라는 중화요릿집에서 점심 특선 코스요리를 주문했다. 유난히 유산슬을 좋아하기 때문에 약간 우기는 감이 있지만, 밀고 나갔다. 역시 유산슬은 성공적이다. 탕수육도 금방 튀겨서 따끈따끈한 것이 찍먹으로 센스 있게 나와서 대접받는 느낌이라 만족이다. 그러나 개인별 식사에서 짬뽕을 시킨 언니가 팔팔 뛰고 난리법석이다. 맵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베트남 고추가 얼마나 대단한지 물, 물, 물 하면서 주방으로 내달린다. 다 짜장면 시키는데 유독 혼자서 짬뽕시키더니, 눈물 콧물 쏙 빼고 탕수육 소스에 면만 적셔 먹는다. 마지막에는 배도 부르고 맛이 좀 떨어지는 타임이지만, 오후에 개펄을 걸을 욕심으로 짜장면을 우걱우걱 다 먹는다. 집 나오면 철든다고 먹기 싫어도 꾸역꾸역 먹어 두는 어른이가 되니, 옛말 하나 그른 게 없다.


  

  우리는 갈매기 그림자가 길어질 때까지 개펄을 걷다가 인천공항행버스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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