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금 수입 편
기부불신 책을 쓰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 중 하나는, 모금단체들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다는 점이었다. 물론 공시된 자료들이 있긴 하지만, 정보 자체도 부족하거니와 비교대상 없이 자신들의 숫자만 나열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상태에선 기부자들이 기부단체에 대해 자세히 알기 어렵다. 하이닉스의 매출액이 얼마나 높은 지를 제대로 체감하려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크기를 알고, 다른 경쟁사들의 매출액을 함께 확인해야 하는 법이다. 올해는 어느 단체가 모금을 많이 했는지? 배분에 초점을 맞춘 곳은 어디고, 사람 손이 많이 가는 사업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곳은 어디인지? 내가 기부하고 있는 단체는 잘 성장하는 중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이를 위해, 2024년 자료부터 주요 단체들의 공시를 비교분석해 보기로 했다. 비교가 보기만큼 단순한 작업은 아니었다. 물론, 표준 서식이 있다고는 하지만, 각 단체들마다 이를 조금씩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게다가 표준 서식 안에 기부자들이 궁금해하는 모든 정보가 포함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즉, 비교를 위해서는 노출되어있는 숫자만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공과 가정을 거쳐야 한다. 최대한 합리적인 수준의 가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내부사정을 다 알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아래의 내용이 100% 정확하진 않다. 이런 문제는 공시 자료가 충실해지면 차차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혹시 각 단체에서 추가 자료를 제공해 준다면 이 내용은 과거의 것이라도 계속 수정본을 만들 것이다.
빅5는 월드비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굿네이버스,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를 의미한다. 언젠가는 빅5의 구성이 바뀔 수는 있겠지만, 기부금 규모와 인지도까지 함께 생각하면 무난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기부금으로만 치면 사회복지 공동모금회가 가장 크지만, 이는 법정 기부금 단체이자 다른 단체들에게 배분하는 역할의 기관이므로 제외했다. 기본 내용은 각 단체의 감사보고서를 참조했다. 1365기부포털이나 국세청 홈페이지를 통해서 누구나 볼 수 있는 자료들이다.
(※ 이 중, 굿네이버스의 경우, 굿네이버스 인터내셔날과 사회복지법인 굿네이버스 두 개로 나뉘어서 감사보고서를 작성한다. 두 곳의 숫자를 더해서 정리했다. 굿네이버스 인터내셔널에서 기부금 일부가 사회복지법인 굿네이버스로 전달되는데, 이는 사회복지법인 굿네이버스의 '출연자 및 이사등 주요 구성원 현황 명세서'를 참고했다. )
비교분석은 여러번에 걸쳐 나눠서 발행될 예정이다. 이번글은 "기부금 수익"에 대한 글이다. 이후에는 비용, 그리고 수입 및 지출보고서의 비교분석으로 이어진다.
먼저 기부금 수익에 대해서 알아보자. 이것은 단체가 받은 현금기부, 현물기부, 회비 등을 포함한다. 즉, 정부나 지자체에서 받는 보조금 등을 제외하고, 개인과 기업으로부터 받는 거의 대부분의 수입을 의미한다고 보면 된다. 빅5의 기부금은 꾸준한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2023년도부터 1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기록한 1조 722억 원은 작년(1조 340억)보다 3.7% 늘어난 수치다. 빅5의 기부금 수익은 21년 14.2%, 22년 6.5%, 23년 10.0% 등 고공행진을 이어오다, 올해는 3.7%라는 상당히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단체별로는 희비가 엇갈렸다. 1위는 굿네이버스로 3,095억이다. 전년도보다 무려 20% 늘어난 수치다. 현물기부가 370억 가량 늘어난 덕이다. (이부분에 대해서는 약간 이상한 숫자들이 보이는데, 이는 제일 마지막 단락에 후술할 예정이다) 2위는 월드비전으로 2,834억원이다. 전년도에 기록한 3,137억 보다는 무려 9.6% 하락한 수치다. 절대금액만 따져도 302억원이 줄어들었다. 그동안 쭉 1위 자리를 지켜오다 처음으로 굿네이버스에 선두자리를 내주었다. 3등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2,333억을 기록했다. 14.3%나 증가한 수치다. 4위와 5위는 유니세프와 세이브더칠드런이다. 각각 3.5%, 4.4% 하락한 숫자다. 숫자만 보면, 월드비전과 유니세프, 세이브더칠드런으로 가야했던 기부금을 굿네이버스와 초록우산이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실 이 기부금 수익은 빅5의 모금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현물기부나, 공동모금회 배분등 일반적인 모금과는 상관이 적은 숫자들까지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주 간단한 문제 "다른 기부자들은 어디다 기부하고 있을까?"에 제대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공익목적사업의 수익 세부현황'에 나오는 '개인기부금품'을 확인하면 된다. 개인기부금에 개인이 후원한 물품이 포함된 것으로 보이는데, 일반적으로 물품후원은 기업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기에, 각 단체의 개인기부금 크기를 비교하는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본래 이글은 "추정 실질기부금"이라는 개념을 잡고 각종 자료를 통해 재계산을 하려고 하였으나, 해당 자료에 나오는 개인기부금을 그대로 취합하는 것이 가장 정확도가 높다고 판단하여, 글을 수정하게 되었다. 25/5/18)
공동모금회의 개인기부금을 여기서는 함께 살펴본다. 기부금 수익의 경우, 공동모금회의 역할상 모금회에서 모금한 기부금의 상당수가 빅5로 흘러들어가는 구조이기에 함께 표에 넣지 않았지만, 개인기부금품은 기업이나, 법인등에서 받은 기부금품을 제외한 금액이기에, 함께 비교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빅5와 공동모금회에 개인 기부자들이 기부한 돈은 얼마일까? 2024년 기준 8,592억이었다. 재미있게도 실질 모금액만 기준으로 재계산 하면, 다시 순위는 바뀐다. 여전히 월드비전이 부동의 1위를 차지 한다. 1,915억원을 기록했다. 굿네이버스의 2024년 기부금 수익은 935억에 달하는 현물기부에 기인한바가 크다. 실제 굿네이버스 인터내셔날의 현물기부는 872억원이었는데 이는 전년(445억)보다 96%나 증가한 수치다.
공동모금회의 경우, 기부금 수익은 8477억원에 이르지만 (1~3위를 합친 금액보다 많다) 개인기부금은 1,674억원으로 월드비전-굿네이버스에 이은 3위다. 다만 감사보고서에는 개인기부를 2,538억으로 기재했는데 (주석 13. 모금수입) 이는 '공익목적사업의 수익 세부현황' 자료에서 (4)기타기부금품을 모두 개인기부금으로 합산한 것으로 보인다. 합산기준이 다른 것으로 보이지만, 일단 '공익목적사업의 수익 세부현황' 자료의 개인기부금품 데이터는 모든 단체가 같은 기준을 적용했을 것으로 판단, 공동모금회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했다)
개인기부금을 중심으로 보니,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의 순위도 바뀌었다. 기부금수익 1,518억 중 거의 대부분(1,396억)이 개인기부금이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경우, 기부금수익중 상당수가 법인으로 나온 것으로 판단된다. 개인기부금은 1,162억원으로 빅5중 4위에 해당한다.
재미있는 것은 각단체별 성장률이다. 1위인 월드비전은 5년간 -1%~1%의 정체기를 걷고 있는 반면, 다른 4개 단체들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5년동안의 성장률을 살펴보면, 월드비전이 -1.2%의 역성장을 기록하는 사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무려 23.6%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런 현상은 유독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면, 굿네이버스(18.8%), 유니세프(19.0%), 세이브더칠드런(13.0%)등 모두 두자리수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세이브더칠드런의 경우, 24년의 저조한실적(-8.6% / 이에 대해선 후술)으로 인해 낮아보이는 것 뿐, 23년까지는 3년간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11.6%-7.1%-3.5%)
24년 자료만 보면, 단체별로 희비가 더 엇갈린다. 전체 개인기부금이 1.7% 성장한 가운데, 월드비전(1.0%), 굿네이버스(0.6%), 유니세프 (1.8%)은 평균수준의 성장률을 보인 반면, 어린이재단과 세이브더칠드런의 희비는 엇갈렸다.
특히 세이브더칠드런은 -8.6%를 기록했는데, 정기기부 비율이 높은 국내 기부시장에서 좀처럼 나오기 어려운 숫자이기도 하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동안 높은 성장률을 보여왔던 단체이기에 더욱 의아한 숫자기도 하다. 조심스럽게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23년 9월에 있었던 대전 초등교사 사망사건에서 이어진 후원중단이 원인일 수도 있겠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약진도 인상적이다. 무려 9.0% 상승했다. 다른 곳과 달리, 이 단체의 성장률만 높은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 물론 정답을 알기 위해선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다만 또 조심스럽게 유추를 해보자면, 24년 화제가 되었던 "LG 틔운"활용 모금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 것 같긴 하다. 물론 이 캠페인 "굿굿즈 캠페인"의 끝판왕격 성격으로, 오히려 많은 비판에 시달리기도 했다. (실제 몇명이 이 캠페인으로 정기기부자가 되었는지는 아마 담당자들만 알 것이다)
이 숫자는 얼만큼 큰 숫자일까? 정확한 숫자를 구하기는 어렵겠지만, 정기기부 비율과, 1인당 정기기부 금액등을 활용하여 그 크기를 실감해볼 수 있다. 먼저 개인기부금 중 정기기부의 비율을 먼저 살펴보자. 안타깝게도, 정기기부 비율을 공개한 곳은 유니세프와 굿네이버스 인터내셔날 뿐이다. 2022-24년 3년간 이 두 단체의 개인기부금품 대비 정기기부 비율은 97.8%(유니세프), 98.9%(굿네이버스 인터내셔날/ 회비라고 표현되어있다)에 이른다. 물론, 공개된 정기기부금에는 법인의 정기기부금이 포함되어있을 수도 있고, 개인기부금품에는 여러 현물이 포함되어 있기때문에, 정확한 데이터라고 할 수는 없다. 게다각 굿네이버스의 경우, 두 법인이 한군데에서 모금을 받는 데다가, 사단법인 굿네이버스의 회비비율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정기기부 비율은 알기가 어렵다. 지금은 정확한 숫자를 찾는 것보다는, '빅5에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사람이 얼마나될까?'를 한번 추측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보자. 조금 보수적으로 잡더라도 전체적으로 90%는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즉, 빅5와 공동모금회에 정기적으로 기부되는 돈은 개인기부금품 8,592억의 95%인 8,163억 정도로 추론된다. 보통 정기기부 금액이 3~5만원 수준임을 감안, 평균 4만원을 가정하면 (평균 정기기부금액을 알 수는 없지만, 보통 1:1 아동 결연 정기기부금액이 3~5만원이다/ 월드비전은 해외 4만원, 국내 5만원, 굿네이버스는 해외 3만원) 약 170만명이 빅5에 기부하고 있다고 추측가능하다. 우리나라 15세 이상 인구가 4,395만명(통계청 21년 기준)임을 가정하면, 약 3.9%의 인구가 빅5의 정기기부자인 셈이다.
이번엔 각 보고서들이 제공하는 정보의 질을 살펴보자. 어디까지나 이번 글은 "수입"에 대한 이야기인 만큼, 오로지 수입 측면에서의 이야기만 다룬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표준서식이 있고, 회계기준도 엄격하게 관리되지만, 각 단체별로 딱 기준까지만 공개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더 자세하게 공개하는 곳도 있다.
유니세프는 23년부터 기부금 수익의 세부내역을 아래처럼 자세하게 공개하고 있다. 적어도 빅5중에서는 유일하다. 이런 데이터를 보면, 제한적이나마 이 단체가 어떤 방식으로 모금을 하고 있고, 주 수입원이 어디인지도 알 수 있다. 이 표만 봐도, 불황등의 여파로 전체 기부금 수익이 줄어들었으나(1,573억에서 1,518억으로 하락), 정기후원만큼은 1,332억에서 1,372억으로 오히려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반면 약간 한번에 이해되지 않는 숫자들도 있었다. 굿네이버스 인터내셔날의 감사보고서에 등장한다. 모든 단체는 총자산 또는 사업수익 금액의 10%이상에 해당하는 거래의 거래내역"을 제출하게 되는데, 굿네이버스 인터내셔날은 아래와 같이 주식회사 그리티와 유한회사 브이에프코리아, 그리고 주식회사 에프앤에프의 거래내역을 적어놓았다. 표만 보면, 그리티라는 회사에서 306억원을 기부받은 것 처럼 보인다. 해당 회사는 의류회사로 보이는데, 위에서 언급한 급격한 현물기부 증가와도 연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한 단체에 300억 이상을 기부한다는 것은 어지간한 대기업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참고로 DART(전자공시시스템/ 역시 누구에게나 공개된 자료들이다)에서 확인한 그리티의 기부금은 3.5억, 매출은 1.947억 수준이다. (현물기부라고 하더라도, 기부금으로 잡혀야 하긴 한다) 굿네이버스 인터네셔날이나 그리티에서 추가 설명이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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