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모금비용의 현주소
2024 빅5 공시비교 시리즈의 '0. 들어가며' 부분은 내용이 모두 같습니다. 이 시리즈가 처음이 아니신 분은 바로 본론부터 보시면 됩니다.
기부불신 책을 쓰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 중 하나는, 모금단체들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다는 점이었다. 물론 공시된 자료들이 있긴 하지만, 정보 자체도 부족하거니와 비교대상 없이 자신들의 숫자만 나열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상태에선 기부자들이 기부단체에 대해 자세히 알기 어렵다. 하이닉스의 매출액이 얼마나 높은 지를 제대로 체감하려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크기를 알고, 다른 경쟁사들의 매출액을 함께 확인해야 하는 법이다. 올해는 어느 단체가 모금을 많이 했는지? 배분에 초점을 맞춘 곳은 어디고, 사람 손이 많이 가는 사업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곳은 어디인지? 내가 기부하고 있는 단체는 잘 성장하는 중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이를 위해, 2024년 자료부터 주요 단체들의 공시를 비교분석해 보기로 했다. 비교가 보기만큼 단순한 작업은 아니었다. 물론, 표준 서식이 있다고는 하지만, 각 단체들마다 이를 조금씩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게다가 표준 서식 안에 기부자들이 궁금해하는 모든 정보가 포함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즉, 비교를 위해서는 노출된 숫자만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공과 가정을 거쳐야 한다. 최대한 합리적인 수준의 가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내부사정을 다 알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아래의 내용이 100% 정확하진 않다. 이런 문제는 공시 자료가 충실해지면 차차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혹시 각 단체에서 추가 자료를 제공해 준다면 이 내용은 과거의 것이라도 계속 수정본을 만들 것이다.
빅5는 월드비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굿네이버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를 의미한다. 언젠가는 빅5의 구성이 바뀔 수는 있겠지만, 기부금 규모와 인지도까지 함께 생각하면 무난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기부금으로만 치면 사회복지 공동모금회가 가장 크지만, 이는 법정 기부금 단체이자 다른 단체들에게 배분하는 역할의 기관이므로 제외했다. 기본 내용은 각 단체의 감사보고서를 참조했다. 1365기부포털이나 국세청 홈페이지를 통해서 누구나 볼 수 있는 자료들이다.
비교분석은 여러 번에 걸쳐 나눠서 발행될 예정이다. 이번글은 (1) 모금 수입 편에 이어 (2) 모금비용에 대한 글이다.
(2) 모금비용
빅5 단체들은 수입의 몇%를 모금비에 할애하고 있을까? 모금비 비율 계산에 정답은 없다. 이 글에서 계속 설명하겠지만, 모금비 비율은 계산법에 따라 달라진다. 모금비 숫자는 변하지 않겠지만 이 숫자를 어떤 숫자와 비교하느냐에 따라 비율은 바뀌게 된다. (이 글에서는 전체 지출, 기부금수익, 개인기부금에 대비한 모금비 비율을 각각 계산할 것이다)
공시자료에는 모금비 총액만 나올 뿐 모금비 비율을 공식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각 단체들의 모금비 비율을 공개하는 곳은 홈페이지의 재정보고 페이지다. 보통 한 해 동안 쓴 총비용(지출액)과 모금비를 비교하여 비율을 계산한다. (후술하겠지만, 모금비 비율을 가장 작게 보이게 만드는 계산법이다.) 얼마를 사용했을까? 홈페이지에 게재된 자료들을 취합해 보면, 작년 한 해 동안 빅5 모금단체들은 모두 1조 3,140억 원을 지출했으며 이 중 9.1%인 1,192억을 모금비로 사용했다.
홈페이지인 만큼 따로 정해진 게시규정이 없기 때문에, 서로 다른 부분들은 아래와 같은 수정을 거쳐서 더했음을 밝혀둔다.
유니세프 홈페이지 재정보고에는 모금비가 대신 '아동권리 옹호 및 PR 등'이라는 계정이 있다. 이 안에는 후원자 관리 및 제반 홍보활동 외에 국내아동권리 옹호 및 교육 프로그램 비용이 포함된다. 이번 계산에서는 공시자료 상의 모금비 85.4억 원을 사용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아직 2024년 자료를 홈페이지에 업데이트하지 않았다(6월 4일 현재). 따라서 2024년 공시자료를 기준으로 2024 총지출(1,016.3억)과 모금비를 조합하여 비율을 계산했다.
홈페이지의 내용과 공시자료의 모금비가 다를 경우(홈페이지의 결산은 현금주의(예산 회계)로 작성한 것으로 재무제표 및 결산서와 상이한 경우가 있다), 공시자료를 우선으로 했다.
각 단체들의 모금비 비율을 보자.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의 5%부터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의 18.7%까지 다양하다. (이글 전반에 걸쳐 유니세프의 모금비 비율은 꽤나 적게 나오는데, 이 부분은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 이유를 살펴볼 것이다.) 먼저 밝혀둘 것은 모금비에 정답은 없다는 사실이다. 아끼고 아껴서 최소한의 돈만 모금비로 쓰고 남은 비용을 모두 어려운 이들을 돕는데 쓰는 것이 맞을 수도 있고, 모금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서 더 많은 기부자들을 모으고 그 돈으로 더 큰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빅5의 평균 모금비 비율은 9.1%다. 기부자들이 실망할만한 숫자는 아니다. 기부금품법에서도 기부금의 15%까지는 사업수행비가 아닌 비용 즉, 모금비와 일반관리비에 사용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보통 일반관리비에도 2-5%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카드결제 수수료만 해도 2-3%가 카드사로 지출된다), 10% 정도의 모금비는 무난하다고 여겨질 것이다. (※ 물론 이 단체들이 모금비 비율을 15% 이상으로 가져가도 문제는 없다. 이들이 받는 기부금은 후원회비 명목의 정기기부금이기 때문에 기부금품법 적용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때문에 15% 이상으로 모금비를 써도 문제는 없다. 15%라는 규제가 있었다면, 애초에 모금비 비율이 15%를 뚫고 넘어간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공시자료 입력에서부터 애를 먹었을 것이다.)
제13조(모집비용 충당비율) 모집자는 모집된 기부금품의 규모에 따라 100분의 15 이내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기부금품의 일부를 기부금품의 모집, 관리, 운영, 사용, 결과보고 등에 필요한 비용에 충당할 수 있다.
'지출액' 대비 모금비 비율이 자연스러운 것은 애초에 재정 보고 자체가 수입과 지출을 비교하는 형식으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아래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재정보고처럼 단체들은 보통 같은 해의 수입과 결산 금액(2,881억)을 맞추고 그 안에서 각 비용들의 비율을 계산한다. (모금비 비율은 오른쪽 상담에 "11.3%"로 되어있는 부분이다.) 기부자들이 헷갈리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렇게 계산된 모금비 비율은 실제보다 축소된다. 지출액에는 모금과 관련없는 내용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홈페이지의 모금 비율 계산에 사용되는 연간 지출액은 당해 수입에 연동되어 있다. 이 수입액에는 기부금과는 상관없는 보조금, 전년도부터 이어온 이월금 등이 모두 포함된다. 위의 어린이재단의 재정보고에서도 404.7억 원의 보조금이 전체 수입의 14.0%를 차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보조금은 정부나 KOICA(해외사업으로 인한 수입)에서 받은 것으로 사업비 명분의 수입일 것이다. 모금비를 꺼내 쓰긴 어렵다. 수익 사업(0.6%)이나 기타(프로그램 운영수입 1.8%) 수입도 마찬가지다. 비율도 미미하거니와 수입을 만들기 위해 쓴 비용을 빼고 나면, 유의미한 수준의 모금비를 빼서 쓸 수 있는 수준은 아닐 것으로 판단된다. 심지어 이월금(3.0%) 역시 2024 모금액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금액을 빼고 나면, 결국 총 수입의 80.7%만 남는다. 바로 기부금품 영역이다.
제대로 된 모금비 비율이 궁금하다면, 기부금품을 기준으로 계산을 해야 한다. 이때 모금비는 어떻게 변할까? 전체 기부금 대비 모금비 비율은 비중은 9.1%에서 2%P 늘어난 11.1%가 된다. 아래의 그래프를 보면, 정부보조금을 받지 않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이 단체는 정부 보조금이 아니라, 유니세프 본부로부터 지원금을 받는다)를 제외하면 모두 2%P 정도가 상승한 것을 볼 수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의 모금비 비중은 이렇게 될 경우 20%를 넘어가게 된다.
이제 좀 더 본격적으로 들어가 보자. 기부자들이 알고 싶은 것은 결국 '내가 낸 기부금에서 얼마가 모금비로 쓰였는가?'다. 즉, 개인기부금액과 개인기부금에서 꺼내 쓴 모금비의 비율을 알고 싶어한다. 이 비율을 이제부터 '실질 모금비 비율'이라고 부를 예정이다. 연간 개인기부금은 이미 공시자료에 나와있다. 그럼 개인 기부금에서 꺼내 쓴 모금비는 어떻게 계산할 수 있을까? 물론 이 숫자는 공시자료 어디에서도 계산되어 있지 않다. 몇 가지 합리적 가정을 더해 추론 해보자. 최대한 모금비가 적게 나오도록 보수적으로 가정했음을 미리 밝혀둔다.
기부단체가 모금비를 꺼내쓸 수 있는 곳은 두 군데다. 개인기부금과, 그 외의 기부금. 그 외의 기부금이란 기업이나 다른 재단 등에서 들어온 기부금을 뜻한다. 편의상 법인기부금이라고 부르자. 이 기부금에서도 모금비를 꺼내 쓸 수 있을까? 이 기부금은 대개 사업을 지정해서 들어오기 때문에, (본래의 용도가 아닌) 모금비로 쓸 수 있는 비율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기업에게 사업을 제안하면서, 모금비까지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단체는 거의 없다(난 들은 적이 없다). 기획비 명목으로 일반관리비 정도를 요구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아예 모든 모금비를 개인기부금에서 꺼내 쓴다고 가정할 수도 있지만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해보자. 법인기부금에서는 기부금 대비 모금비 비율의 1/3만 꺼내 쓴다고 가정하자. 예를 들어 월드비전의 기부금 수익 대비 모금비 비율은 11.5%다. 기부금 1,000원당 115원을 모금비로 꺼내 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때 법인기부금 1000원에서는 115원의 1/3인 38원만 꺼내썼다고 가정한다. 그리고 남은 모금비는 모두 개인기부금에서 꺼내온 것으로 계산한다. 이렇게 재계산하면 법인기부금에서는 3.8%를, 개인기부금에서는 15.2%를 모금비로 꺼내 쓰는 것이 된다. 이렇게 각 단체들의 '실질 모금비 비율'을 계산하면, 다음과 같은 표가 완성된다.
모금비 비율은 다시 15.2%로 상승한다. 아무래도 법인기부금이 많았던 단체들의 숨어있던 모금비가 확인된다. 전체적으로 4%P 수준의 상승을 하면서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10%P 이상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13.9%--> 23.2%). 애초에 이 단체의 기부금은 50% 이상이 법인기부금으로부터 나왔었다(개인 1,162억, 법인 1,170억). 반대로 개인기부의 비율이 91.9%에 이르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실질모금비 비율은 역시 거의 늘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된다(5.6%->6.0%). 결과적으로 세이브더칠드런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나란히 25%에 육박하는 만큼을 개인기부금에서 모금비로 꺼내 쓴 것으로 파악된다. 개인기부자가 10,000원을 기부하면 2,400원 내외가 어려운 이웃이 아닌 모금비용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뜻이다.
평균 15.2%, 최고 24.4%의 비율은 분명 높은 숫자다. 기부금품법의 15%보다도 높고, 일반 기부자들이 고개를 끄덕일만한 숫자도 아니다. 모금 사업모델 관점에서 봐도 그렇다. 일반 제품도 아니고, 정기기부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모금업계에서, 그리고 해지도 어려운 이 업계에서 25%까지 올라가는 모금비 비율은 상당히 높은 숫자로 보인다. 앞의 가정이 상당히 보수적이었음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더 무서운 것은 추이다. 빅5 단체들의 24년 실질 기부금 비율은 모두 23년 대비 상승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18.2%에서 23.2%로 5%P가, 월드비전은 11.6%에서 15.2%로 3.6%P가 올랐다. 비율로 따지면, 어린이재단은 27.4%, 월드비전은 31.0%가 올랐다는 뜻이다. 좋지 않은 사인이다. 심지어 빅5 모금단체 가 기록한 24년의 실질 모금비 비율은 모두 지난 5년 중 최고치였다. 장기적으로 봐도 계속 우상향 추세라는 뜻이다. 이 데이터가 내년에 어떤 숫자를 보여줄지 우려된다.
이전 글에서 본 모금 성과의 정체와 함께 보면 더욱 심각하다. 모금액은 점점 줄어드는데, 비용은 오르는 중이다. 2021년부터 4년간의 데이터를 보면 개인기부 성장률은 4% 대를 유지하다가 1.2%까지 내려왔는데, 모금비는 매년 5~6%성장하다가 24년에는 21.2%나 성장했다. 21년 22년만해도 비슷하게 증가하던 비율이 23년부터 그 격차가 더 커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빅5가 차지하는 기부시장의 크기가 정체된 상황에서, 모금에 대한 경쟁만 점점 더 커지는 모양새다. 기업으로 치면 매출은 정체되는데, 이 매출을 떠받들기 위한 비용이 계속 올라가는 구조다. 특히 2024년은 너무나 안좋은 숫자들이 나와버렸다. 모금 전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때다.
이번엔 각 단체에 초점을 맞춰 개인기부 성장률과 모금비 성장률을 비교해보자. 내부적으로 모금팀에서 늘 고민하고 있겠지만, 역시 매우 위험한 숫자들이 나온다. 모금비 증가를 5%대로 억제한 굿네이버스와 세이브더칠드런을 제외하고는 모두 24.0%~39.3%의 모금비(개인기부금 배정) 증가를 보였다. 물론 모금비 증가를 억제한 두 단체는 개인기부 성장률이 0.6%, 그리고 -8.6%에 그쳤다. 하지만 모금비를 늘렸다고 개인기부도 함게 성장한 것은 아닌 것이, 32.4%를 증액한 월드비전은 1.0%의 개인기부 성장률을, 24.0%를 증액한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도 고작 1.8%의 개인기부 성장률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그나마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큰 돈써서 의미있는 개인기부 성장률을 이끌어낸, 그나마 다행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다.
한 가지 계산을 더 해보자. 총 1만 원의 개인기부금을 증액하기 위해 각 단체들은 얼마의 모금비용을 썼을까? 지난 5년간 각 단체들은 모금비를 얼마를 써서, 기부금을 얼마나 증가시켰을까? 5년간의 누적 모금비와 그로 인해 증가한 개인기부금을 비교해 보자. 기존 기부자들의 이탈을 막고 신규 기부자를 모아서 최종 1만 원을 증액하기 위해 빅5 단체들은 얼마씩을 쓰고 있을까?
사실 이 지표는 빅5 단체들의 수입 대부분이 정기기부인 점에 기인한다.명확하게 정기기부 비율을 정리해 놓은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와 굿네이버스 인터내셔날의 개인기부금 대비 정기기부비율이 각각 97.8%, 98.9%에 달하기에, 다른 곳들도 대체로 90%는 넘는 수준일 것으로 예상한다. 그래서 여기서는 개인기부금의 증가액을 정기기부금의 증가액이라고 가정하고 계산하기로 하자. (따라서 정확한 계산은 불가능하다. 다만, 꽤나 많은 모금비가 소진되었다는 점을 보여주기엔 충분하다고 판단, 글에 싣기로 결정했다.)
정기기부자는 새로 모이기도하지만, 정기기부를 중단하는 기부자들도 있다. 정기기부금을 줄이거나 늘리는 기부자들도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정기기부자는 계속 누적되는 개념이다. 돈을 100억을써서 신규 기부자를 섭외했다 한들, 그만큼 기존 기부자들의 기부를 해지했다면 증가는 0이다. 이 단체는 지금의 기부금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100억을 쓴셈이된다. 이 비용이 높으면 높을 수록 이 단체의 '모금안정성'은 낮다고 할 수 있다.
5년간 개인기부금(정기기부금)의 증가액부터 보자. 22.5억 원의 개인기부금액 하락을 기록한 월드비전을 포함, 빅5의 개인기부금은 전체적으로 779.9억이 증가했다. 그리고, 같은 기간 이 단체들은 모금비로 모두 4,326.2억 원을 사용했다. 기부금 1만 원을 늘리기 위해 54,381원을 사용하고 있었다. 보통 기부자들의 정기기부금액이 월 3만원/ 연간 36만원이라고 생각하면 기부자를 한명을 순증가 시키기 위한 비용이 거의 195만원에 이른다는 뜻이다. .
역시 단체별로 차이가 큰데, 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13,781원,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굿네이버스가 32,000-43,000 수준을 나타낸데 비해, 세이브더칠드런은 무려 10만 원을 넘긴 것은 주목할만하다. 물론 기부금이 1,247.8억 원을 사용하고도 오히려 기부금의 감소를 막지 못한 월드비전도 모금의 효율성을 다시 고민해봐야 하는 시점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열심히 돈을 써 신규 기부자를 모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개인기부금의 증가 속도가 느리다면, 신규기부자 모집의 효율이 떨어지거나, 해지율이 높은 것은 아닌지 확인해봐야 한다.
신규 기부자 모집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빅5의 개인기부금은 이미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23년 2.3%, 24년 1.2%) 23년에는 월드비전(-1.0%)이, 24년에는 세이브더칠드런(-8.6%)이 역성장을 기록했다. 예전처럼 '기부'라는 새로운 문화를 확산해 나가는 시기도 아니고, 중견 단체들이나 소셜벤처 비영리 스타트업 등 돈으로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옵션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특별히 기부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거아, 경제가 호황기에 들어서지 않는 이상 이 흐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생각보다 높은 해지율도 의심해봐야 한다. 아마 빅5 정도 되는 단체들이면 장기 기부자들의 비율도 상당할 것이다. 안정적인 장기기부자들을 두고도 해지율이 높다는 것은 신규유입된 기부자들의 해지율이 꽤나 높을 수 았다는 뜻이 된다. (자세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정확한 숫자를 파악할 수는 없다) 모금비 사용이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기부자들의 기부 경험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히 되팔기 논란까지 나오고 있는 굿굿즈 마케팅은 그 특성상 (굿즈만 받고 해지하는) 높은 해지율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굿즈 모금의 표면적인 성과와 달리 내부적으론 안 좋은 지표들이 쌓이고 있지 않은지 확인해봐야 한다. 이미 할만한 사람은 다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동통신사의 번호이동 경쟁 마냥 서로의 기부자를 뺏고 뺏기는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더 위험한 것은 간접 모금비의 존재다. 실제 사용된 모금비는 24%보다 더 올라갈 수도 있다. 회계규정상 모금비에 속하진 않음에도 불구하고, 누가 봐도 모금비로 느껴지는 비용들은 있기 때문이다. 이 비용들은 보통 캠페인이나 세계시민 교육 그리고 권리옹호 사업과 같은 이름으로 존재한다. 이 개념을 이 글에서는 '간접 모금비'로 부르기로 한다. 이 글에서 각 단체들의 간접 모금비를 따로 구하지는 못한다. 정보가 너무 제한적이다. 다만 간접 모금비가 상당한 수준임을 알 수 있는 몇몇 단서들을 제시함으로써, 그 존재를 증명할 예정이다.
간접 모금비에 대한 설명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의 모금비 비율로 시작하고자 한다. 왜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의 모금비 비율은 낮을까? 광고를 적게 하는 것도 아니고, 굿굿즈는 거의 원조이다 시피한데, 평균보다 훨씬 적은 6%의 모금비 비율이라니 그 큰 차이가 의아하긴 하다. 유니세프 만의 특별한 모금 전략이 있거나 아니면 국제기구라는 브랜드 파워가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걸까? 다른 단체들과 달리 1:1 결연 후원을 운영하지 않아서 보다 효율적인 기부자 관리가 가능한 구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차이를 인정해도 모금비 비율이 24%에 이르는 단체들도 있음을 생각하면, 6%는 확실히 작아보인다. 숫자만 보고 '유니세프가 빅5중 가장 모금을 압도적으로 잘하는 곳입니다!'라고 결론 내리기 전에 몇 가지 확인해야 할 사안들이 있다.
아래 표는 2023년 광고주별 인터넷 광고현황이다. 인터넷 광고에 쓴 비용에 따라 1위부터 20위까지의 이름을 공개한 표다. 이 표에는 낯익은 이름들이 나오는데, 5위의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105.0억), 12위의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86.3억), 그리고 16위의 어린이재단 (65.5억)이 그들이다.
유니세프의 숫자를 눈여겨보자. 이 표에 따르면, 유니세프는 23년 광고비로 86.3억을 지출했다. 하지만 같은 해 유니세프가 제출한 공시자료상의 모금비는 70.0억 원이었다. 심지어 이 광고비 86.3억 원은 naver, daum 등에 게재하는 인터넷 광고만을 집계된 금액이다. 즉 TV나 라디오 등 전통매체에 사용한 비용까지 합친다면, 저 광고비는 86.3억 보다 더 더 늘어날 수 있다.
비용의 성격까지 고려한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광고비는 인력비용도, 분배비용이 될 수도 없으므로, '기타 비용'에 해당한다. 23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이 기타 비용으로 사용했다고 공시한 모금비용은 54.7억이었다. 86.3억과 54.7억. 최소 31.6억 원의 광고비가 모금비가 아닌 다른 비용으로 쓰였다는 뜻이 된다. 참고로 다른 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의 23년 모금비중 기타 비용은 136.4억, 어린이재단은 172.3억으로, 둘 다 이 표에 나와있는 매체비를 포함시킬 여력은 된다.
물론 저 광고비가 모두 '모금'을 위해서 사용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약일 수 있다. 하지만 후원계좌도 도와 달라는 멘트도 없는 광고를 본 적이 있는가? 대부분의 광고가 어떻게든 모금과 연결된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결국 70.0억 모금비용에는 포함되어있지 않지만, 어디선가 모금을 돕고 있는 간접모금비가 있다는 뜻이다. 6%라는 이례적으로 낮은 모금비 비율을 있는 그대로 믿는 것은 조금 재고가 필요해 보인다.
1년 전 출간한 책 기부불신에서도 한번 다루었지만, 공시자료 내에서 의구심이 드는 부분도 여전하다. 유니세프의 기부금품의 수입 및 지출 명세서에는 유니세프가 운영경비로 사용한 비용들이 잘 공개되어 있다. 일부 빅5 단체들과는 다르게, 모든 거래처의 이름이 실명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다른 단체들처럼 '모금비용'을 따로 구분해서 적는 대신, 소모품비나 지급 수수료, 업무 추진비 등 지출의 성격만 적시해 두었다. 그래서 특정 비용의 모금비 해당 여부를 확인하려면, 거래처의 이름을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마케팅이나 펀드레이징 전문 업체로 보이는 이름을 선별하는 것이다.
24년 공시자료에서 뽑아본 모금비 의심 비용은 최소 89.3억이다. 확실한 전문 광고/모금대행사이자, 3억 원 이상의 비용 건만 추렸는데도 90억의 육박하는 숫자가 나온다. 공시자료 상의 모금비용(85.4억)보다 많다. 기부자들이 일반적으로 모금비라고 생각하는 비용이 모금비 안에 모두 들어가진 않았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럼 이런 광고비들이 모금비가 아니라면 어디에 들어가 있을까? 대표적으로 캠페인성 사업들이 있다. 아동권리 옹호사업, 세계시민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사업비로 분류되지만 사업 과정에서 충분히 단체에 대한 홍보와 모금을 진행할 수 있는 사업들이다. 꿈엽서 쓰기 대회를 진행하면서, 참가자들의 연락처를 확보하고 전화 모금을 하는 방식이다. (자세한 사례는 다음 단원에서 다룬다) 사업을 하지만, 홍보나 모금활동이 자연스럽게 녹아져있을 수 있다. 간접모금비다.
이미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포함하여 기부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빅5중 유일하게 모금비용을 홈페이지에 게시하지 않는다(물론 공시자료에는 잘 정리되어 있다). 다만 '아동 권리 옹호 및 PR 등'이라는 계정에서 '후원자 관리 및 제반 홍보활동, 국내아동권리 옹호 및 교육 프로그램'에 쓰인 비용을 집계해 두었다. 이 숫자는 204.4억으로, 모금비용 85.4억 원의 2.4배에 이른다. 204.4억에서 모금비 85.4억을 빼면 119.0억인데 이 중 일부가 간접 모금비로 쓰였을 것이다. 그래야 85.4억을 초과한 모금비 의심 비용들과 매체비가 설명될 수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정책을 연구한다거나, 정말 순수한 교육 프로그램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금액이 모두 모금성 비용이라고 가정해보자. 실질 모금비 비율은 6.0%에서 최대 14.0%까지 올라가게 된다. 즉 개인이 낸 기부금에서 유니세프가 사용한 모금비 비율은 간접 모금비까지 포함할 경우 최대 14%까지 올라간다.
6%보단 아쉽긴 하지만, 여전히 가장 적은 모금비를 쓰는 조직이다. 대충 12% 정도라고만 해도 빅5중 여전히 제일 낮은 비율이며(두 번째로 낮은 굿네이버스의 실질 모금비 비율이 13.1%다), 또 24.4%를 기록한 세이브더칠드런의 절반 수준이다. 다른 빅 5 단체들도 간접모금비를 쓰는 현실을 감안하면 (모금비의 범위를 지금의 유니세프처럼 간접 모금비까지로 넓히면, 다른 단체들의 모금비 비율도 더 올라가게 된다) 더욱 그렇다. 유니세프가 개인기부금에서 직간접 모금비를 가장 적게 꺼내 쓰는 단체임은 확실해 보인다.
다만, 이와 별개로 유니세프가 진짜 쓴 간접 모금비는 204.4억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 특이하게도 유니세프는 개인기부금 외에도 모금비를 꺼내쓸 수 있는 자원이 있기 때문이다. 158.5억에 달하는 유니세프 본부보조금이다.
유니세프만 보조금을 받는 것은 아니다. 아래 표에서 보듯이 다른 빅5 단체들도 보조금이 있다. 하지만 이들이 받는 보조금은 대부분 정부보조금이다. 보통 지정된 사업을 영위하는데 쓰인다(아마도 지역아동센터 등 시설 운영 관련 보조금인 것으로 판단된다). 즉, 보조금 전체가 사업수행비로 들어간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부에서 세금으로 주는 보조금을 모금비로 쓰는 것도 논리적으로 맞지 않아 보인다.
반면, 유니세프 본부 보조금은 다르다. 다른 용도로도 충분히 쓰일 수 있다. 유니세프가 어떤 용도로 본부 보조금을 사용했는지 알 방법은 없지만, 이런 본부 보조금이 모금비처럼 사업이 아닌 곳에 쓰일 수 있다는 점은 다른 단체(국경없는 의사회)의 사례로부터 유추 가능하다. (기사)
한국에서 모은 기부금 가운데 모금비로 사용된 금액은 전혀 없었습니다. 2015년 한 해 동안, 그리고 그전에도, 국경없는의사회 한국의 모든 모금비는 다른 국경없는의사회 국제 사무소들로부터 내부적으로 받은 보조금으로 지출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한국사무소/ 2016.8.8 )
애초에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모금액의 대부분을 유니세프 본부에 사업비로 송금하는 데, 유니세프 본부가 한국위원회에 국내사업을 위한 보조금을 다시 줄 이유는 적기도 하다.
다시 한번 정리하면, 24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모금비로 쓴 돈은 85.4억이 맞다. 공시자료(운영성과표)의 모금비용은 보조금을 포함한 수익을 바탕으로 작성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동권리 옹호 캠페인 비용 등 간접모금비를 포함하면, 이 비용은 최대 204.4억까지 커질 수 있으며, 보조금 내에서 간접 모금비로 사용된 금액이 있다면, 이 비용은 더 올라갈 수 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다른 빅5 단체들도 이런 간접 모금비를 쓴다. 대부분 편지쓰기, 그림 그리기 대회형식을 빌리거나, 학교나 어린이집에서 진행하는 세계시민교육의 모습을 띄고 있다. 물론 공개된 자료에서는 이 비용들 중 얼마큼이 간접모금비의 성격을 띠고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다만 이런 사업을 활용해서 잠재기부자를 발굴하는 사례는 많다. 잠시만 인터넷을 찾아봐도 아래와 같은 내용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글의 내용으로 유추해보면, 각 단체들이 학교나 어린이집에서 한시간정도 교육을 진행하면서, 제일 마지막에 자신이나 보호자의 연락처를 쓰라고 하거나, 공모전 형식을 띄면서 자연스럽게 보호자들의 연락처를 확보하고 모금활동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거리에서 스티커를 붙이는 행사를 할 때, 한명의 잠재기부자의 관심을 끌고, 이벤트에 참여시키고, 연락처까지 적게 하는게 얼마나 힘든지를 감안하면, 이런 교육형 방식은 훨씬 효율적인 모금 방법일지도 모른다.
물론 공짜는 없다. 이런 사업이 포함된 권리 옹호 류의 계정에는 꽤나 많은 비용이 배정되어 있다. 몇십억 단위부터 백억 원이상까지 다양하다. 다만 이 안에서 얼만큼이 간접모금비 처럼 쓰이는 지는 알수 없다. (월드비전 정도만 옹호사업비 18.8억원 중 3.5억 원을 세계시민 교육에 지출했다고 홈페이지에 명시해 두었다.) 설령 안다고 해도 그렇다고 어떤 사업이 어떻게 모금과 연관되어있는지도 알기 어렵다. 기부단체 입장에서 봐도 모금비는 많으면 많을수록 대부분의 기부자들이 안 좋아할 비용이기에, 굳이 간접 모금비를 따로 떼서 공개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진짜 모금비 비율을 계산해보는 과정에서 이런 간접 모금비의 존재는 의미가 있다. 빅5 단체들가 실제로 기부자를 관리하고 유치하는 데 들인 비용이 공시자료 상의 모금비보다 훨씬 높을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모금비만이 아닌 '모금을 위해 쓴 돈 전부'를 개인기부금을 비교한다면 모금비 비율은 실질 모금비 비율 (평균 15.2% / 최대 24.4%) 보다 더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기부자가 낸 기부금에서, 어려운 이웃이 아닌 모금을 위한 용도로 쓰이는 돈은 진짜 몇%일까?
지금까지 빅5 단체들 공시자료를 기반으로 모금비 데이터를 살펴보았다. 기부자로써의 궁금증 '내가 낸 기부금에서 얼마가 모금비로 사용되었을까?'의 답을 찾고 싶었다. 처음에 찾은 홈페이지의 숫자는 9.1% 이었지만, 여러 데이터를 조합하며 실제에 비슷한 숫자를 찾아가니 그 숫자는 11.1%, 15.2%로 늘어났다. 전반적으로 모금이 매우 어려운 상황임은 확실하다. 여기에 간접 모금비까지 포함하게 되면 이 숫자는 더 커질 수도 있다. 개별 단체로 보면 30%가 넘는 단체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25년에는 모금비관련 지표들이 더 나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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