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작은 행복을 찾았니?
아기를 낳고 신생아 시기를 지나면서, 하루가 정말 빠르게 흘러간다는 걸 처음으로 실감했다. 밤에는 몇 번씩 깨고, 낮에는 수유와 기저귀 갈이, 재우기와 달래기를 반복하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정신없는 하루 속에서도 마음이 잠깐 반짝이는 순간들이 있었다. 아기가 처음 웃어 준 순간, 햇빛이 거실 바닥에 따뜻하게 내려앉은 오후, 잠든 아기를 바라보며 잠깐 숨을 돌리던 시간 같은 것들.
그 순간들은 분명히 너무 소중했는데, 며칠만 지나도 기억이 흐릿해졌다. 그때 문득 '이 작은 행복들을 흘려보내지 않고 붙잡아 둘 수는 없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기록 앱을 또 하나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하루에 하나, 작은 순간을 발견하고 남길 수 있는 앱.
그런데 막상 생각해 보니 작은 행복의 순간을 알아차리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어쩌면 그것도 일종의 훈련 같은 게 필요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누군가 먼저 작은 순간을 발견해 이야기해 준다면, 그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레퍼런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퇴근 후 먹은 떡볶이 한 입에 피로가 사라졌다”거나 “노을이 너무 예뻐서 잠깐 서서 하늘을 올려다봤다” 같은 아주 작고 사소한 이야기들. 그 이야기를 듣다 보면 '아, 이런 것도 행복일 수 있구나.'하고 자연스럽게 시선이 바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루’라는 캐릭터를 만들기로 했다. 영화 연출을 전공한 동생에게 전화해 앱 컨셉를 이야기했고, 곧바로 캐릭터 컨셉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평범한 일러스트 캐릭터였다. 그다음에는 종이 인형 같은 형태를 시도했고,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헝겊 인형 컨셉에 도달했다. 어쩐지 조금 서툴고, 완벽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따뜻한 느낌의 캐릭터.
동생은 한동안 우리 집에 머물며 몇 날 며칠 같이 캐릭터의 디테일한 설정을 발전시켰다. 망원동에 사는 하루라는 캐릭터의 생활, 좋아하는 것들, 소중한 사람들, 그밖에 하루의 작은 이야기들. 동생은 짧은 영상과 음악을 만들고 나는 하루의 목소리로 글을 썼다. 그리고 MOODA를 함께 만들었던 디자이너와 개발자와 다시 팀을 꾸렸다. 그렇게 해서 ‘행복한 하루’라는 앱이 탄생했다.
‘행복한 하루’ 앱을 받으면 첫 번째 에피소드 ‘출근길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매일 저녁 8시, 새로운 에피소드가 365일 동안 업데이트된다.(이야기 업데이트 시간은 설정에서 변경할 수 있다.) 가능하다면 홈 화면 위젯에 추가하는 것을 추천한다. 업데이트되는 재미가 배가되기 때문이다. 하루가 자신이 발견한 작은 행복을 10초짜리 짧은 영상과 음악, 몇 줄의 문장으로 들려주고 나면 이렇게 묻는다.
“오늘, 너의 작은 행복의 순간도 들려줄래?”
나는 보통 하루가 끝날 때, 오늘 찍은 사진들을 쭉 훑어본다. ‘행복한 하루’ 앱에는 오늘 날짜에 찍은 사진만 보여주는 기능이 있는데, 이게 생각보다 꽤 유용하다. 그 사진들 중에서 딱 한 장을 고른다. 그리고 그 순간에 대해 몇 줄을 기록한다. 유난히 한 장을 고르기 어려운 날이면 '아, 오늘은 행복한 순간이 많았네. 감사하다.'라는 생각이 든다. ‘행복한 하루’에 내 기록을 쌓아가는 일은 나만을 위한 일이지만, 지친 삶을 위로하고 주어진 삶에 감사하게 해주는 꽤 큰 힘이 있다. 이 감정을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느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행복한 순간은 자랑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삶에 감사하고 살아 있음에 감사하라고 하늘이 주는 선물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행복이든 슬픔이든, 그것이 무엇이든 내 안에서 온전히 느끼고 받아들이고 흘려보내고 나면 결국 남는 것은 삶에 대한 감사인 것 같다.
요즘은 자극적인 숏폼 영상들이 끊임없이 쏟아진다. 빠르게 소비되고, 빠르게 잊힌다. 그 사이에서 하루에 하나의 순간을 천천히 바라보는 이 앱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조금 느리더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천천히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다.
하루에 하나, 작은 행복을 발견하는 일이 우리의 삶을 조금 더 다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