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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숲 속집에 '생기발랄'이 찾아왔다!(1화)

내 곁에 머물다 간 숲 속의 고양이 2 ('둥'자돌림 4남매 이야기)

by 숲song 꽃song
숲 가까이 둥지를 튼 지 10년.
아직도 그곳에 사냐고 묻거나, 언제 다시 도시로 나올 거냐고 묻는 지인들의 궁금증과 무관하게 나는 이곳에 잘 뿌리내리며 살고 있다.
이곳으로 흘러들어오게 된 인연이 그러하듯, 10년째 숲에 사는 동안, 고양이들과의 인연이 자연스럽게 시작되었다가 어느 날 거짓말처럼 끝이 났고 또다시 시작되었으며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그러고 보니 귀촌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내 곁에는 늘 고양이가 있었다.

【'둥'자 돌림 4남매 이야기】

*이야기가 길어 1, 2화로 나누어 발행합니다.


고요한 숲 속집을 한순간에 생기발랄하게 만들어 준 녀석들! 이야기를 꺼내려니, 묻어두었던 그리움이 왈칵 솟는다.


숲에 들어와 살게 된 지 3년째 접어드는 늦가을 오후.

외출에서 돌아와 데크 위로 막 올라섰을 때였다. 한 번도 보지 못한 고양이 다섯 마리가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편안하게 드러누워 있었다. 나를 보고 잠깐 움찔하더니 이내 태연해졌다. 흑갈색에 드문 드문 흰색이 섞여 있는 예쁜 고양이들이었다.


'

보자 하니 어미옆에 새끼고양이 4마리가 한 데로 모여 젖을 빨고 있었다.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모르지만 갑자기 찾아온 것처럼 또 훌쩍 가버릴 것이라 여기며, 무심히 지나쳐 집안으로 들어갔다.

얼마가 지난 '지금쯤, 가고 없겠지?'하고 밖을 내다보았다.

그런데

'어라?'

새끼들 네 마리가 엎치락뒤치락 장난치며 재미나게 놀고 있었다. 어미는 한쪽에 몸을 붙이고 앉아 흐뭇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이 집에서 살아온 듯 조금도 눈치를 보거나 경계하는 기색이 없었다.

'아니, 요놈들 좀 봐라.'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저물녘이 되자, 또다시 밖을 내다보았다.


이번에는

'마치 제 집인 듯 늘어지게 잠든 모습이라니!'

아무래도 녀석들은 갈 생각이 없는 듯했다.




그 당시 우리 집에는 이미 실내에서 키우는 반려묘 한 마리가 있었다.
한마리로도 신경 쓸 일이 많은데, 여기에 새끼 넷과 어미까지 합치면

여섯!

그럼 ‘사료값은? 여행 갈 땐?"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나중에 새끼들이 또 새끼를 낳으면?’

이번엔 순식간에 고양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 눈앞이 아득해졌다.


'아, 안 되겠다. 다른 집으로 가보라고 쫓아내 볼까?'

'아니, 그래도 이 녀석들도 나름 골라서 우리 집을 찾아온 것 같은데….'

'새끼들 네 마리를 다 데리고 온 걸 보면, 어미가 먹이를 찾아 여기로 온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면, 여러 집들 놔두고 무슨 기준으로 우리 집을 선택했을꼬?'

'11월이니 곧 날은 추워질 것이고 그러면 먹을 것 구하기가 더욱 어렵겠지? 아직 새끼들 젖을 먹여야 하는 어미는? 새끼들은?'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고양이들을 잘 책임질 수 있을까 걱정이 되면서도 마음 한쪽으로는 받아줄 수밖에 없겠다는 쪽으로 조금 기울어졌다.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일이니 신중하자면서 남편과 나는 좀 더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거듭했다.

결론은 ‘겨울은 나도록 해주자.’

그리고 봄이 오면 뿔뿔이 흩어지기를 은근히 기대했다. 혹시나 하고 군청에 길냥이 관련 사업이 있는지 물었더니 마침 올해부터 길냥이들의 개체수 조절을 위해 중성화 수술 지원사업이 시작되었다고 했다. 가장 큰 걱정을 덜 수 있어 정말 다행이었다. 군청과 연계된 동물병원에 전화하여 바로 중성화 수술을 신청했다.


하룻밤이 지났다. 아침에 나와보니, 어미는 보이지 않고 새끼 네 마리만 데크에서 뒹굴며 놀고 있었다. 잠시 어디를 다니러 간 거겠지 했는데 어미는 돌아오지 않았다.

새끼 4마리에 자기 몸까지 얹기가 미안했을까?
아니면 네 마리를 우리에게 맡겨두고 또다시 자유를 찾아 나선 것일까?


돌아올까 싶어 며칠을 기다려 봤지만, 어미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둥자돌림 4남매’가 우리와 한 식구가 되었다.

문제는 이름. 네 마리에 붙여줄 이름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한참을 생각해보던 남편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네마리 다 주둥이()에 점이 있으니, 그냥 '둥'자 돌림으로 가자. 둥일, 둥이, 둥삼, 둥사!”

순간, 이보다 더 구분하기 쉽고 부르기 좋은 이름은 없어 보였다.



그리하여, '둥'자 돌림 4남매와 우리 부부의 숲 속 동거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렷다!

두둥! 쿵! 딱!

숲은 그날 이후, 고요 대신 생기발랄 '니야옹'소리로 가득해졌다.



♣ 2화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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