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kphrasis
밤바다 (Agnes Martin, 1963)
완연한 봄
바다는 가라앉지 않는다
이 밤은 제 풀에 깊어지다 말고
평면 위에 멈춰 서서 가만히 제 몸의 털을 고른다
고양이의 눈동자에 어린 터키쉬 블루의 결마다
빛이 아주 얇게 스친다 금빛은 빛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나간 시간의 흔적으로 어둠 속에 간신히 머문다
어둠은 닫히지 않고 시야는 꺼지지 않는다
이곳에서 보이는 것은 망망한 바다가 아니라
그 앞에 서 있는 동안 차오른 내 안의 깊이
수평과 수직의 엄격함 대신
서로를 비껴가는 다정한 간격들
파도 대신 가름이
탄식 대신 규칙이 낮게 되풀이된다
가까이 다가가면 선은 흔들린 채로 계속된다
완벽한 질서가 아니라 기어이 종말을 유예하려는
연필의 고독한 압력처럼
여기에는 삼키는 몸도, 떠오르는 부표도 없다
하늘과 바다를 가르는 비명 없이
밤은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막막함과 평온이 같은
높이에서 출렁이는
나의 밤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