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비 오는 날의 소풍
오늘은 눈비가 내리니깐 생각나는 그림책이 있다.
가브리엘 뱅상의 비 오는 날의 소풍.
부드러운 선과 색감이 따듯하다.
[가브리엘 뱅상]
벨기에 최고의 삽화가이자 전위적 어린이 책 삽화가로 평가받는다.
에르네스트와 셀레스틴 시리즈와 세계적으로 유명한
어느 개이야기, 꼬마인형과 같은 작품들로 많은 상을 수상했다.
뱅상은 사랑을 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꾸짖거나 훈계하지도 않는다.
그저 아무 말 없이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사랑에 아이도, 부모도 마음이 움직인다.
이 그림책이야 말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그림책이다.
-서천석 박사의 인터뷰 중
그저 아무 말 없이 지켜봐 주고 믿어주는 것.
잘하고 있는 가 싶다가도 어떤 때는 화가 치밀어 오고,
사랑만 주면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잘 안될 때가 더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비 오는 날의 소풍.
정말 잘 삐지는 셀레스틴! 그만 삐져!!라고 말하고 싶을 지경이다.
소풍 가려고 하는 날 하필 비라니!
곰아저씨의 뭐든 다해주려고 궁리하는 친절함은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거지?..
비가 안 오는 셈 치고 소풍을 떠나는 곰아저씨와 셀레스틴.
"그래서 내가 셀레스틴한테 그랬죠. 우리 비가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거야"
첫 만남도 계획대로 되지 않는데 인생이라고 계획대로 될까.
비 오는 날의 소풍처럼 우리네 인생도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그 속에서 난 더 재미있는 걸 찾아보려고 애쓰고 있는 중이다.
그저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캠핑 가기로 한날 비가 온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태풍만 불지 않는다면 우린 기어이 캠핑을 간다.
무더운 여름날 소나기에 아이들과 일부러 비 맞으러 나가기도 하고,
바다는 모래가 신발에 들어가는 게 너무 싫다던 막내는
막상 바다에 가면 퍼질러 앉아 모래를 뒤집어쓴다.
발만 담그고 놀 생각이었는데...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참 잘 나왔다.' 라며 더 환하게 웃게 된다.
마음수영 메이트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잊고 있었던 추억들이 생각난다.
중학교 때 비 오는 날이면 꼭 수학선생님이 노래를 시켰다.
잘 부르지도 못했던 나였는데 조금이라도 수업 늦게 시작하고픈 어린 마음에 또 불렀다.
무슨 노래를 불렀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한 가지.
나의 첫사랑은 신해철 님의 재즈카페를 불렀던 것만큼은 기억이 난다.
그래서 지금도 신해철 님의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느 날 저녁. 아이와 함께 [비 오는 날의 소풍]으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는 그 시간을 우리들만의 [양념반 후라이드 반]이라고 정했다.
그림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달콤하기도 하고. 바삭하기도 하고
때론 가슴살로 퍽퍽함을 느끼기도 하니깐.
아이는 비 오는 날의 소풍은 아주 기똥찬 계획이라고 했다.
과정은 분명 힘들겠지만 즐거우면 그걸로 되고,
결과가 좋다면 그리고 그것으로 추억할 수 있다면 언제든 떠나고 싶은 소풍이라 했다.
자라면서 모자람이 딱히 없다는 아이.
내가 너무 오냐오냐 키웠어! 내가! 아주 그냥!
속는 셈 치고 엄마랑 그림책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여전히 좋다고 한다.
아이들과 조금의 시간을 같이 한다는 것.
오늘 아이들은 긴긴 겨울 방학을 끝내고 개학을 했다.
나도 같이 개학인가 보다. 방학 때 보다 더 바삐 움직이는 걸 보니.
속는 셈 치고 이번 주부터 명상도 함께 시작해 보자!
2025. 03. 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