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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Mar 21. 2022

"엄마라고 부르지 마."

(개그는 개그일 뿐 오해하지 말자!)

둘째 아이 생일날이었다. 아침부터 생일파티를 열어주고 밥을 먹고 그림책 프리 비엔날레가 마지막 날이라서 전시를 보러 향했다. 아이들은 오로지 전시회장 한편에 마련된 아이들 놀이 공간에서 나올 줄을 모르고 신랑과 나는 차를 마시며 있었다.


시부모님과 점심을 먹고 킥보드를 타러 가기로 했다. 이 날은 신랑 조기축구회 결승전이 있는 날이었지만 딸아이 생일날 혼자만 갈 수 없으니 포기를 했더랬다. 그런데 전 날부터 아이 생일인 당일 날까지 전화기는 터질 듯했다.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전화에 나는 슬슬 마음이 약해졌다.


집에 가서 유니폼으로 환복 하고, 킥보드를 챙겨서 양궁장으로 향했다.


“당신 지금 같이 운동장 가면 창피하지?”

“아니 뭐… 코트로 대충 가리면 얼추 될 것도 같아.”


약 부작용으로 살이 30킬로 찐 나는 아직도 빼야 할 살이 20킬로는 남아있다.

화장도 안 하고 살이 찐 내 모습을 조기축구회 사람들은 보질 못했다.


아이들은 아빠를 따라서 경기장 밑으로 내려갔다.

차마 나는 조기축구회 사람들이 모여있는 밑으로는 가지 못하고 위에서 멀찍이 서서 내려다보며 얼어 있었다. 그들과 일행이 아닌척하며 말이다. 이런 상황이 슬펐지만 웃겼다.


보인다. 저 아래에 신랑과 우리 아이들이. 하지만 나는 아직도 위에 있다.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다.


신랑의 친한 형님들이 나를 보고는 두 명이나 올라왔다 갔다.

나는 계속 뒷걸음을 치면서 속으로 ‘아니 왜 오는 거야… 오지 마.. 오지 마’를  외쳤지만 반가운 그들은 내게로 직진했다.


“제수씨 오랜 만이네요”

“네. 잘 지내셨죠?”

“아니 왜 여기 혼자 있어요?”

“아니 뭐 하하 화장도 안 했고 해서요.”

“나는 뭐 자주 봤는데 뭐 어때요.”


‘다른 사람들은 아니잖아요….’


또 한 명의 형님이 걸어온다.


“아니 왜 자꾸 저한테 오시는 거예요?”

“너 보러 왔지. 왜 여기 혼자 있어?”

“아니 그냥 뭐.. 하하하하하 꼴이 좀 그래서요.”


이번에는 저 멀리서 아이들이 뛰어온다.


“엄마”라고 부르며.


삼촌들한테 받은 용돈을 주러 내게 오길래 나는 뒷걸음을 치며 말했다.


“엄마라고 부르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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