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아침은 늘 7시에서 8시에 시작한다.
아직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않아서 가능한 일이다.
곧 아이의 입학이 다가오니 이제 이렇게 늦잠을 자는 날도 머잖아 없어지겠지. 너무나 아쉽다.
코 고는 남편 덕분에 요즘 나는 거실 소파에서 혼자 잠을 청한다.
소파 밑에는 반려견 호두가 잠을 잔다.
아침에 제일 먼저 일어나는 건 역시나 둘째.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안다.
아빠를 닮아 넓적한 발로 쿵쿵쿵, 부은 얼굴로 내게 온다.
내 몸 위로 포개져 나를 안아준다.
그럼 나는 “안녕? 잘 잤어?” 하며 꼭 안아주고 볼과 코에 뽀뽀를 마구 해댄다.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해보면 아직 8시가 안 되었다.
“조금 더 자도 될 것 같은데?”하면 아이는 다시 안방으로 들어간다.
8시가 거의 다 되어서 첫째가 일어나 내게 온다.
그럼 나는 둘째와 똑같이 꼭 안아주고 입술과 볼에 뽀뽀를 마구 해준다.
둘 중 한 명이 거실 커튼을 열어 준다.
그렇게 우리의 아침 일상이 시작된다.
“호두 화장실에 데려다 줄래?”
“응!”
아직 완벽하게 화장실을 가리지 못하는 호두는, 밤 시간 동안 울타리를 잠가 놓는다.
화장실에 데려다주고 볼일을 다 마치면 신랑이 치우고 잘했다며 칭찬해준 뒤 보상으로 간식을 준다.
밥을 새로 짓고, 시간적으로 여유가 더 있으면 한두 가지 반찬을 만든다.
그러는 동안 신랑은 식기세척기에 말라 있는 아이들 식판을 정리해 아일랜드 식탁 위에 올려둔다.
아이들은 식판과 물병을 가방에 넣고, 마지막으로 원에 가서 손 닦을 수건도 함께 챙겨서 가방 정리를 마친다.
내가 옷을 골라서 소파에 놔줄 때도 있고, 보통은 아이들이 골라와서 소파에 올려놓는다.
밥 먹는 시간은 보통 20-30분으로 정하는데, 먹는 내내 장난을 치느라 채근하지 않으면 통원버스 시간에 늦는다.
밥을 다 먹고 양치를 하고 옷을 다 입고도 시간이 남으면 아이들은 각자의 놀이를 시작한다.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만들기를 하기도 한다.
전 날 저녁에는 첫째가 다 쓰고 남은 휴지심 두 개를 이어 붙여서 망원경을 만들었다.
그걸 가지고 아침에 곰돌이 인형과 같이 놀다가 망원경 안으로 곰돌이 인형을 집어넣고 있었고,
나는 아이의 머리를 묶어 주고 있었다.
“아이 뚱뚱해서 잘 안 들어가잖아.”
거실 바닥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던 둘째가
“언니! 엄마한테 왜 반말해!”
“아니 곰돌이 인형이 여기에 안 들어간다고. 그리고 엄마는 내 머리 묶어주고 있는데 엄마가 왜 뚱뚱해.”
“아 그럼 곰돌이가 살을 빼야 되겠네.”
이런 대화를 하는 아이들이 너무 귀엽고 너무나도 웃긴데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큰아이 머리를 묶어줬다.
아이들은 이미 내게 반말을 쓰고 있는 중이어서 전혀 이상할 게 없었으며, 시선을 주지도 않고 뚱뚱하다는 이야기만 듣고서, 그게 나라고 생각하는 둘째도 너무 재밌고, 엄마는 내 머리를 묶는 중인데 왜 뚱뚱하다고 하냐고 말하는 첫째의 무논리도 너무 우습다.
지금의 시간만이 주는 축복이겠지. 그동안 기록해 놓지 않고 흘려보낸 말들이 사무치게 아깝다.
앞으로 흘려보내지 않고 기록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공기와 함께 사라져 버리는 그 모든 것들이 내게로 와서 활자로 남아주기를 바라며.
2021. 12. 15. 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