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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와인 생산을? 런던 포도밭의 새로운 매력

영국 스파클링 와인의 비밀, 직접 체험하는 와인 투어

by 보나스토리

영국이라고 하면 비와 안개, 그리고 차와 맥주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최근 영국은 예상치 못한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바로 와인 관광, 즉 에노투어리즘(enotourism)이다.

Financial Times의 최근 기사를 보면, 영국 포도밭들이 포도 수확 체험, 농장 숙박, 하베스트 디너, 워크숍 등을 포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활성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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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 덕분에 와인 재배 가능한 지역이 북쪽으로 확대되면서 이 트렌드가 가속화되고 있다. 관광과 음식, 와인이 결합된 이 체험은 단순한 여행이 아닌, 삶의 새로운 맛을 더해주는 기회가 된다.

특히 런던에서 단 몇 시간 거리에 이런 포도밭이 펼쳐져 있어, 도시민들에게 완벽한 데이 트립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영국 와인의 역사는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후 1세기, 로마 제국이 브리튼섬을 지배하던 시절, 그들은 포도 재배 기술과 와인 문화를 함께 전파했다.

이후 수도원을 중심으로 소규모 와인 생산이 이어졌지만, 한동안 기후 문제, 품종의 한계, 프랑스 와인의 압도적 품질로 인해 영국은 ‘와인을 소비하는 나라’로만 알려졌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지구 온난화가 아이러니하게도 영국 와인 산업에 기회가 됐다.

평균 기온 상승으로 잉글랜드 남부—특히 서식스, 켄트, 햄프셔—에서 포도가 안정적으로 자랄 환경이 형성됐고, 농업 기술 발전으로 품질 높은 포도를 수확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샴페인과 유사한 Traditional Method 스파클링 와인이 본격 생산되기 시작했다.


현대적인 와인 산업은 20세기 후반부터 본격화됐으며, 잉글랜드 남부의 켄트와 서식스 지역이 전통적인 와인 산지로 유명하다.

이곳 포도밭들은 스파클링 와인으로 프랑스의 샴페인과 비교될 만큼 품질이 높다. 최근에는 노포크나 요크셔 같은 북부 지역까지 포도 재배가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피노 누아나 샤르도네 같은 품종이 잘 자라고, 그 결과 영국 와인의 생산량이 매년 증가한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농업의 진보가 아니다. 관광 산업과 결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한다. 많은 와이너리들이 방문객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포도 수확 체험은 그중 가장 인기 있다. 가을에 포도밭에 들어가 직접 포도를 따고, 밟아보는 과정은 로맨틱하면서도 교육적이다. 이후 워크숍에서 와인 제조 과정을 배우고, 테이스팅 세션을 즐긴다.


일부 농장에서는 숙박 시설을 제공한다. 포도밭 한가운데 텐트나 코티지를 빌려 하룻밤을 보내는 '글램핑(glamping)' 스타일이 유행이다.

아침에 일어나 창밖으로 펼쳐지는 포도밭 풍경은 도시 생활의 피로를 씻어준다. 특히 하베스트 디너는 영국 와인 관광의 하이라이트다.

수확한 포도를 활용한 요리와 와인을 함께 즐기는 저녁 식사로, 현지 셰프들이 참여한다. 신선한 치즈, 해산물, 야채가 와인과 페어링 되며, 참가자들은 테이블에서 이야기를 나누는다.


Financial Times에 따르면, 이런 프로그램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더 인기를 끌고 있다. 사람들이 실내 활동보다는 야외 체험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는 와이너리들이 많아, 유기농 포도 재배나 탄소 중립 생산을 테마로 한 투어가 늘고 있다.


런던 근교 와이너리에서는 단순한 투어를 넘어 포도 수확(9~10월 한정), 빈야드 로지 숙박, 블렌딩 워크숍(나만의 와인 만들기), 문화 체험(요가, 콘서트, 아트클래스)까지 가능하다.

와인에서 여행, 미식, 문화로 이어지는 완벽한 라이프스타일 콘텐츠가 펼쳐진다.


2025년 기준으로 영국 와인 산업은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WineGB 보고서에 따르면, 와이너리 수는 950곳 이상에서 238곳으로 증가했으며, 포도밭 수는 1,104곳에 달한다.

연간 생산량은 2024년 기준으로 10.6백만 병으로 추정되며, 2024년 수확은 6~7백만 병으로 감소했으나 품질이 높다.


주요 품종은 샤르도네, 피노 누아, 피노 뫼니에로, 스타일은 샴페인 방식 스파클링 와인 중심이다. 수출국으로는 미국, 북유럽, 일본 등이 있으며, 프랑스 샴페인 하우스들까지 진출하고 있다.

2022~2023년은 역사상 가장 높은 수확량과 품질을 기록한 해로, 2023년에는 1.5백만 명의 방문객이 포도밭을 찾았고, 60%의 와이너리들이 향후 5년 내 방문객 20% 증가를 예상한다.


영국 와인 관광의 매력은 지역별 다양성에 있다. 켄트 지역의 덴비스 와이너리(Denbigh Winery)는 포도 수확과 함께 와인 블렌딩 워크숍을 제공한다.

방문객이 직접 와인을 섞어보고, 자신만의 병을 만들어 가져간다. 서식스에서는 나이팅게일 밸리(Nightingale Valley)가 유명하다.

이곳은 농장 숙박과 함께 요가 세션을 결합한 프로그램으로, 웰니스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북부로 가면 요크셔의 라이톤 홀(Ryton Hall)은 기후 변화의 영향을 직접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과거에는 포도 재배가 불가능했던 지역이지만, 이제는 훌륭한 로제 와인을 생산한다.

런던에서 접근하기 쉬운 곳으로는 Chapel Down, Nyetimber, Gusbourne이 인기다. 이 와이너리들은 모두 온라인 예약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English Wine Tasting Tours나 English Wine Adventures 같은 데이 트립 투어를 통해 런던 브릿지에서 출발해 켄트와 서식스 포도밭을 방문할 수 있다. 기차로도 가능하다—런던 빅토리아에서 헤이워즈 히스까지 45분, 그 후 짧은 택시로 Bolney Wine Estate에 도착한다.

Denbies나 Balfour Winery처럼 호텔과 레스토랑이 있는 곳도 많아, 하루 종일 즐길 수 있다.

제목을 입력해주세요. (19).jpg Nyetimber Classic Cuvée_Nyetimber | Yummy Sussex Sparking Wine | eatingeast | Flickr

지금 가장 인기 있는 영국 와인 TOP 3를 소개한다.

첫째, Nyetimber Classic Cuvée다. 영국 프리미엄 스파클링 와인의 아이콘으로, 샤르도네, 피노 누아, 피노 뫼니에 블렌딩이다.

섬세한 버블, 고급 산미, 크리미 한 질감으로 와인 애호가들의 찬사를 받는다. 2025년 International Wine Challenge에서 Blanc de Blancs 2016 Magnum이 Champion Sparkling Wine으로 선정되며 Winery of the Year로 인정받았다.


둘째, Chapel Down Brut NV다. 영국 최대 규모 와이너리인 Chapel Down의 대표주자로, 가성비와 대중성을 모두 잡았다.

과일향과 산미의 균형이 훌륭한 데일리 와인으로, Kit’s Coty Coeur de Cuvée 2016이 The Real Review의 Sparkling Wine of the Year를 차지했다.


셋째, Gusbourne Blanc de Blancs다. 100% 샤르도네로 만든 프리미엄 라인으로, 섬세한 구조감과 깊은 풍미가 돋보인다.

고급 레스토랑이나 특별한 날에 어울리며, 2013 빈티지가 국제 대회에서 다수의 골드 메달을 받으며 가장 수상 경력이 많은 빈티지로 평가받았다.

이 와인들은 런던 근교 포도밭에서 직접 테이스팅 할 수 있어,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된다.


이 트렌드는 비즈니스 기회로도 이어진다.

와인 여행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블로거나 인플루언서들이 영국 포도밭을 방문해 리뷰를 올리고, 유튜브 영상을 제작한다.

체험 중심 비즈니스로는 밀키트와 체험 패키지가 주목받는다. 집에서 영국 와인 스타일의 밀키트를 받아 포도밭 체험을 재현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포도 주스와 치즈 키트, 그리고 온라인 워크숍이 포함된 패키지다. 작가나 강사로서 이 주제를 활용할 수 있다.

여행과 와인을 조합한 칼럼을 쓰거나, 영상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지역 와이너리 오너와의 인터뷰는 생생한 스토리를 더해준다.


하지만 모든 것이 장밋빛은 아니다. 기후 변화는 이점만큼 위험도 가져온다. 이상 기후로 인한 서리나 홍수가 포도 수확을 위협한다.

2024년 수확은 테스트 조건 속에서도 양질의 작물을 달성했지만, 유럽 전역의 기후 변동성을 고려해야 한다. 영국 와인 산업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품종 개발과 기술 투자에 힘쓰고 있다.

관광 측면에서도 지속 가능성이 중요하다. 과도한 방문객이 환경을 해치지 않도록, 소규모 그룹 투어를 장려한다.


영국 와인 관광은 단지 취미가 아니다. 삶의 여유를 찾는 현대인에게 새로운 영감을 준다. 포도밭에서 보내는 하루는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과 연결되는 시간이다.

만약 영국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런던이나 에든버러뿐만 아니라 포도밭을 추가해 보자. 그곳에서 만나는 와인 한 잔이 인생의 맛을 바꿔줄 수 있다. Financial Times의 기사가 말하듯, 영국 와인의 미래는 밝다. 북상하는 포도밭처럼, 우리의 여행 지평도 넓어지고 있다. 런던에서 와인 여행? 이제 상상이 아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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