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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Aug 09. 2019

오늘도 난 맥시멀리스트가 된다.

​"꼭 하나만 고집할 필요 있나요?"

전자책 리더기와 종이책 한 권을 꼭 챙긴다.

외출할 때면 전자책 리더기와 종이책 한 권을 꼭 챙긴다. 지하철에서는 주로 리더기로 책을 읽지만, 회사 또는 카페에서는 종이책을 꺼내 읽는다. 책은 중고로 다시 팔 심산으로 깨끗하게 보는 게 습관이 되었지만 최근에는 형광펜과 연필로 쭉쭉 그으면서 읽고 있다. 처음에는 중고로 팔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셈이니 망설였지만 막상 실행에 옮겨보니 이것도 나쁘지 않다.  



전자책 리더기는 2017년부터 크레마 사운드를 쓰다가 지난달 말쯤 리디 페이퍼 프로를 구입했다. 크레마 사운드를 쓸 때 작다는 느낌을 못 받았는데 이렇게 비교해서 보니 작긴 작았구나. 사운드는 고속 충전 케이블을 쓰다가 배터리 문제로 한 번 A/S 맡긴 것 빼고는 2년 넘게 참 잘 썼다. (대부분의 이북 리더기는 1A 충전 케이블을 써야 한다.)


원서를 읽어야 하고 저렴한 가격을 쫓아 인터넷 서점(YES24, 알라딘, 리디, 교보 등)을 가릴 것 없이 이용한다면 크레마 계열의 리더기가 좋다. 반면 리디북스에서만 책을 읽는다고 꼭 리디 페이퍼 프로를 선택할 필요는 없다.



오랜 시간 크레마 사운드를 썼던 내가 리디페이퍼 프로를 선택한 이유는 리디만의 익숙함이었다. 크레마 뿐만 아니라 교보 SAM, 밀리의 서재도 다양하게 이용해봤지만 리디만큼 책 읽을 때 편한 환경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없었다. 전자책을 읽다가 독서노트에 간직하고 싶은 문장이 있으면 손으로 화면을 꾹 눌러 하이라이트를 하는데, 문장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때가 있다. 이때 리디만 '형광펜 이어서 남기기'라고 해서 지금 페이지와 다음 페이지에 걸쳐있는 문장을 연결해서 하이라이트 해준다. 이 기능이 정말 최애다.


그나마 리디의 단점이라고 하면 가격이라고 할까. YES24는 매달 중순쯤 궁디팡팡 쿠폰을 뿌릴 때 리디는 비싸게 구입해야 한다. (썸딜이나 다양한 이벤트를 펼치긴 하지만 일부 책에만 해당해서 아쉽다.) 


전자책 구독 서비스에서 '보유 중인 책 권수'로 따지면 다른 서비스에 비해 밀리의 서재가 훨씬 앞서고 있다. 하지만 내가 밀리의 서재를 구독하지 않는 이유는 9,900원이라는 다소 어정쩡한 가격. 독서노트의 불편함. 책 읽다 종종 발생하는 오류 때문이었다. 밀리의 서재를 구독하는 지인 분은 책 <굿 라이프>를 읽다가 페이지가 끊겨서 문의를 넣었더니 이렇게 답변이 왔다고 한다.


'고객님 죄송합니다. 삭제했다가 다시 다운로드 받으세요.'  


한 달간 무료 체험으로 이용했던 밀리는 독서노트도 리디에 비해 불편했고, 뷰어 프로그램도 오류가 종종 일어났다. 그렇다 보니 신간이 많은 밀리만의 장점이 계속 결제하게 만드는 강력한 요소로 잡지 못했다.  



만약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로 책을 읽었다면 밀리도 매력적인 서비스였겠지만, 나는 나를 잘 안다. 스마트폰과 아이패드로는 자꾸 시선이 다른 곳으로 전환되는 바람에 오롯이 책 읽기가 힘들다. 그래서 책만 읽을 수 있는 전자책 리더기와 종이책을 들고 다닌다. (전자책 리더기로도 집중이 잘 안 될 때는 종이책을 꺼낸다.)


비효율적이라도 효과가 있으면 때론 그게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 

기록을 중시하고, 남들보다 좋아하는 덕에 2중, 3중으로 하는 편이다. 물론 시간도 오래 쏟는다. 그렇다 보니 주변에서 비효율적인 거 아니냐고 묻지만, 기록 덕후인 내게 중요한 건 '효과'다. 효율만 좇다가 이도 저도 아닌 적이 많았다. 효율 관점에서 보면 기록의 가짓수를 줄여야 한다. 이것도 쓰고, 저것도 쓰면 효율적이지 못하다. 그런데 결심하고 가짓수를 줄이고 기록하다 보면 자꾸 빈틈이 발생해 만족스럽지 못한 적이 많았다. 그때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더 완벽한 도구를 찾아 나섰다.


이 짓만 몇 년 하다 보니 효율은 빛 좋은 개살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비효율적이라도 효과가 있으면 때론 그게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은 비효율적으로 디지털 앱도 여러 개 쓰고 바인더, 노트 등 여러 권의 아날로그 도구도 쓴다. 



여러 가지 필기구를 들고 다닌다. 평소에 자주 쓰는 펜(펜텔 하이클래스)은 바인더에 꽂고 다니고 연필, 만년필, 3/4색 펜, 형광펜, 자 등은 필통에 넣고 다닌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오랜만에 다시 관람하고 좋은 영감이 떠올라 바인더를 펼쳐 생각을 풀어본다. 이럴 때는 워크플로위보다 종이가 훨씬 효과적인 도구가 된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바로 결과물(발표 자료, 글)로 직행하기도 하지만, 마무리가 되지 않으면 워크플로위에 내용을 옮겨 적는다. 



읽어야 할 책이나, 체크리스트, 관심 있는 책은 매일 적고 있는 위클리 옆 메모 칸에 기록한다. 분더리스트, MS TODO와 같은 앱을 통해 기록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적어두면 꼭 처리해야만 할 것 같은 기계적인 느낌이 들어 꺼려진다. 때로는 체크박스에 완료 표시하는 것보다 직접 펜을 들고 O.X 치는 게 좋더라. 구입한 책은 사선으로 찍찍 긋고! (관심 있는 책에서 벌써 4권이나 구입했다.)



필사는 별도의 노트에 한다. 지난달부터 책 《쇼코의 미소》를 매일 1페이지씩 필사하고 있다. 필압이 강한 탓에 만년필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필사할 때만큼은 사각사각한 느낌이 끌린다. 필사는 이제 습관이 아니라 그냥 생활이 됐다. 그러니 쥘 때마다 기분 좋은 펜과 질 좋은 종이가 함께 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강연을 들을 때도 만년필은 출동한다. 



디지털 도구와 아날로그 도구.

종이책과 전자책.

바인더와 노트.

단색 펜과 3색 펜, 4색 펜.

볼펜과 만년필.


효율만 따졌을 때는 굳이 한쪽은 제거해도 될 녀석들을 굳이 다 데리고 다닌다. 사람들이 묻는다.


"왜 다 들고 다니세요?"

"꼭 하나만 고집할 필요 있나요?"


오늘도 나는 맥시멀리스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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