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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보로봉 Sep 23. 2016

적당하게, 천원 정도의 호떡

불필요한 옵션보다 제대로된 기본을 원한다


외국에서 친구가 놀러 왔다. 한국은 처음이라고 했는데 맛있는 먹을 거리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서 먹는 것에 집중해 시장과 맛 집을 돌아다니면 육회, 갈비탕, 녹두전, 떡볶이, 삼겹살, 김치찌개 등등 신나게 먹으러 다녔다. 점심을 먹고 서촌을 산책하는데 길에서 호떡을 팔고 있었다. 좋아하는 호떡을 소개하고 싶어, 이거 하나 먹을래? 하고 물었더니 아직 배가 많이 부른데, 라고 대답 하는데도 굳이 이거 맛있어, 하나만 사서 나눠 먹자 하고 700원을 계산했다.   

한 입만 먹겠다더니 자기가 다 먹었다.   

“오! 속에 들어있는 검은 거 이거 뭐야! 너무 맛있다” 라고 놀라는 친구에게   

“그거 흑설탕인데, 별 건 아닌데도 진짜 맛있지!” 하고 어깨가 으쓱했다.     

삼청동쪽으로 넘어가는 길에 호떡을 전문으로 파는 가게가 있었다. 둘 다 또 호떡이다! 하고 아예 본격적으로 먹어보자며 들어가 앉았는데, 가격이 호떡 2개에 아이스크림을 올려서 만 이 천원이었다. 크기도 작은데, 너무 비싼 가격에 당황했다. 만드는데 20분이 걸린다고 해서 아 그럼 다음에요, 하고 나왔다.   

가게는 아담하고 예뻤다. 호떡을 먹어보지 못했지만 (호떡이니까) 아마도 맛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호떡을 만 이 천원에 먹는 것은 용납할 수가 없다. 왜 그래, 하고 묻는 친구에게 아냐, 아무래도 안되겠어 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비싼 만큼 특별한 것이 있겠지, 라는 친구에게 그런 것도 있지, 하지만.   

설명하기가 어렵다. 호떡인데 너무 비싸, 하고 일단은 가게를 나왔다.     

골목 하나를 더 가니까 바로 할머니가 만드는 호떡 가게가 나온다.   

하나에 천원. 또 하나 사서 먹는다.   

까맣고 찐득하게 흐르는 설탕과 쫀득쫀득한 껍질.   

으아 진짜 더럽게 맛있네   

뭔가 부족하다면 모를까.   

그날 호떡에 반해버린 친구와 나는 다음날 구경에서도 호떡이 나오면 또 사먹었다.   

천원으로 충분한 것을 굳이 만 이 천원으로 만들어 먹는 것도 오버 센스 같다.     

일본에서 ‘도쿄 목욕탕 탐방기’를 쓸 때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대부분 450엔의 이용요금을 받는다. 그런데 가끔 슈퍼 센토라고 해서 오락기구를 넣고, 제트 안마기 같은 이런 저런 시설을 추가해서 더 많은 입장료를 받는 곳들도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우리와 달리 방이 온돌이 아닌 다다미 스타일이라 밤 내내 따듯하게 자기 위해서 하루를 마치면 목욕을 하며 몸을 데워 집에 가려고 매일 목욕탕에 가는 사람이 많고, 목욕시간도 길지 않아서 목욕탕이 작아도 물만 좋고 깨끗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탐방을 다닐수록 나도 그거면 충분하구나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깨끗한 물에 담그고 때를 밀고 씻고 나오면 된다. 이런 저런 시설 필요 없고 24시간 돌리지 않아도 좋으니 깨끗하게 청소 좀 해주세요. 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24시간 돌리면 청소는 언제 한단 말인가? 정말 더 많은 것을 제공하는 것일까? 불필요한 옵션보다 제대로 된 기본을 원한다. 미끌 거리는 바닥을 보면서 아쉬움이 가득하다.  

딱 필요한 것만 있고 거기에 딱 맞는 요금만 받으면 좋을 텐데 라고 생각하는 것은 비단 목욕탕뿐만이 아니다.


마트 구경을 좋아하지만 가끔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물건에 질릴 때가 있다. 이게 다 필요한 것들일까? 필요해서 만들어진 것들이 아니고 만들 수 있으니까, 싸니까, 버려지는 것은 아무도 생각하지 않고 만들어내기만 하는 사람들이네.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쓸데없이 추가 되는 것들이 너무 많다. 사과나 배에 입힌 포장 옷들, 처음부터 몇 번만 입고 버리게 만든 옷들.    

양질의 물건에 그 만큼의 돈을 지불하는 것은 괜찮지만, 불필요한 옵션들이 교묘하게 이것저것 추가되며 자꾸만 올라가는 가격에 익숙해지고 싶지는 않다.


그 경계는 언제나 불분명하지만 어쨌든 호떡은 길에서 천원 주고 먹는 게 맛있다.    

천 원짜리로 충분해요.

단순히 설탕일 뿐인걸.   


글을 이렇게 저렇게 만져서 분량을 늘릴 때가 떠올랐다. 이것 저것 붙이지 말아야지.   

설탕은 설탕인 대로 호떡은 호떡인대로 쓸데없이 화려해지지 말아야 제 맛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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