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ng ho Lee Apr 27. 2017

한 대통령 후보의 동성애 발언과 이에 대한 소고

우리는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

내가 생각하는 동성애

복학 후 얼떨결에 들어갔던 현대 영화 교양 수업이 있었다.  그런데 어찌 틀어주는 영화의 주제가 모두 동성애였다. 그렇다. 교수님은 영화 계측에서도 유명한 동성애 지지자였던 것이다. 당시 혈기왕성했던 나는 이후 계속된 에세이 과제물에서 강력하게 동성애에 대한 내 의견을 서두에 밝히곤 했다. 다음과 같이 말이다. 


생물학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형태이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하나, 문화적인 배경으로는 이해가 어렵다.


이후 내 생각은 미묘하게 변하였다. 그 교수님 덕분에 다양한 영화를 접하면서 동성애에 대한 개념을 사회 전체의 차원에서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다시 말해서, 나는 동성애에 대한 내 생각이 어떠하든, 그들의 차별은 존재 하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에서 그들을 문화적으로 차별한다는 것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논리가 안 맞았기 때문이다.


한 대선 후보의 실수와 그를 위한 변


인권변호사 출신이고, 어느 후보보다도 강직한 삶을 살아왔다고 믿는 한 대통령 후보가 동성애에 대해 호불호 의견을 전 국민이 보는 곳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하였다. 아마도 그(와 그의 선거운동본부 및 참모진)는 동성애에 대한 그의 호불호 발언이 대다수의 국민들이 동의할만한 발언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일전에 오바마 대통령은 그의 마지막 연설에서 이와 같이 말한 적이 있다.


"나와 미셀은 국민 여러분의 목소리였고, 때론 얼굴이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을 위해 때로는 TV 스크린에 나오기도 했고 마이크 앞에게 서기도 하였습니다. 이 모든 것은 여러분들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아직 그가 대통령은 아니지만, 40%에 육박하는 그의 지지자들이 원하는 형태로, 문재인 후보는 답변을 한 것이다. 다시 말해 정치공학적으로 답한 것이다.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분명 2012년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으로 그는 정말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 현재 선거운동을 하고 있고 이번 발언은 그런 운동의 상징적인 한 단면이었다. 


이번 발언을 비판하는 이들을 위한 변


정치공학, 얼마나 아름다운 단어인가, 허무하게 흩뜨려진 세상의 원리를 모아 가장 정교하고 아름다운 형태로 답을 제시하려는 인간의 노력의 결정체 아닌가?


개소리... 는 개만 했으면 좋겠다.


그딴 집단을 위한 이익은 됐고, 나 하나 챙기기도 힘든 이 세상에서 그리고 모든 개인은 존중받아야 한다. 어떤 미사여구도 필요 없다. 인간이기 때문에, 나아가 생명이기 때문에 우리는 차별받을 이유 따위는 없다. 개개인의 생물학적인 능력의 차이에 근거해서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 외에, 문화적인 배경과 일부 다수에 의한 차별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이러한 전제 조건을 깔고 지금 상황을 바라봤을 때 국가라는 집단에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은, 후보가 저런 발언을 하는 것은 어떠한 차원에서도 양해될 수 없다. 더군다나 인터넷의 발달로 개개인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기도 쉬운 사회이다. 그 여파는 불과 10년 전, 아니 20년 전과 비교해도 훨씬 더 클 것이다.


양측을 위한 제안


대통령 후보에게...

문재인 후보는 인권변호사 출신이다. 그리고 토론 이후 동성애에 대한 그의 추가 입장 발표를 볼 때 그는 본인이 한 실수를 분명 알고 있었다. 그리고 정치공학을 고려한 입장도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그가 프레임을 살짝 바꾸어 이 문제에 접근하길 희망한다.

즉, 지금의 근거 없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자유", 그리고 "평등"이라는 가장 보편적이며 위대한 가치에 근거해 이 문제를 접근하길 희망한다. 과거 가부장제에 엮여 어떤 추가적인 사고 과정 없이, "그냥 싫어요"를 내뱉는 동성애 혐오론자와 발정제 애호가 후보의 논리는 감정적인 소모와 지지자들의 우민화만 돋울 뿐이다. 이 제안의 전제는 "차별 없는 평등한 사회"에 대해 후보가 절대적으로 동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판하는 이들에게

아무리 이성적인 사람이어도, 모든 방면에 논리를 가지고 접근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번 문 후보의 잘못된 발언을 두고 "인권변호사가 저것밖에 안되니.."라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의 인격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의 비난은 자제하였으면 한다. 절차를 갖추지 않은 무조건적인 난입 등의 의견 표출 역시 마찬가지이다. 최소한 민주주의의 절차를 지킬 때 우리는 더 나은 민주주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우리가 평화롭게 촛불시위를 해서 탄핵이라는 합법적인 절차를 이끌어낸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대신 다음 두 가지 형태의 행동을 제안하고 싶다.


소신 껏 투표한다.

1인 1표가 여전히 아직까지는 잘 보장되고 있는 대한민국 민주 공화국이다. 비록 당선이 되지 못할지언정, 규모와 상관없이 "이런 세력이 여전히 있다"라고 보여주는 것 역시 대한민국 국민의 의무이다. 소신껏 투표하라, 그리고 지지하라,  그리고 이를 자신 있게 표출하라, 행동과 소통이 없이 어떤 것도 기대하지 말라.


공약을 세우도록 압박한다.

이 치명적인 실수 외에 문재인 후보가 낫다고 판단된다면, 이에 대해 명확한 처신을 요청하고 공약을 세우도록 그를 지원하고 요구한다. 모든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지 않았는가. 지지하고 그리고 요구하라. 다행히 말이 안 통하는 후보는 아니지 않은가.


결론

이 글을 쓰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였다. 왜 부끄러움은 우리의 몫인가. 왜 이렇게 다양한 측면으로 당연한 권리를 해석하며 서로를 달래야 하는가. 부끄럽지만 우리 사회가 그렇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더욱 우리의 의견을 표출해야 한다. 당연하다는 것을 당연하다고 말하고 당연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회를 만들어나가자. 우리 개개인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우리의 다음 세대를 위해서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좋은 질문을 위해 필요한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