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카미노 길, 열 아홉번째 날의 Meseta

Camino de Santiago, Spain

by 봉현




오전 아홉 시, 짐을 꼼꼼히 정리하고 아홉 시 반에 문을 여는 가게에서 바나나 두 개와 배 하나를 샀다.

들판에 누워 쉬기도하고 그림도 그린다. 아는사람은 단 한명도 마주치지 못했다. 처음으로 아주 느리게 사색하며 걷는다. 나는 참 행복하구나. 바람처럼 자유롭고, 햇살과 구름, 빗방울, 나무와 새들이 나를 감싸고 있다. 건강하게 두 발로 걸을 수 있다. 이 길 위에서 나는 친구를 만나고 인연을 만나고 자연을 만나고 나를 만난다. 우연과 운명이 느껴지면, 누군가가 나의 삶에 표지를 던져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작은 배낭에는 다 담아갈 수 없는 많은 것을 얻었고, 내가 짊어질 수 있는 만큼만을 갖는 법을 배웠다.

p.158






짐을 짊어졌다면 책임을 지고 가져갈 것.

욕심만큼 짐이 무거워졌다면

그만큼 힘이 든다는 것을 기억할 것.

p.156







Meseta,Spain Camino Way. 2010


첫번째 산티아고 순례길, 스테판과 함께 걷던 메세타 고원. 나무 그늘, 건물, 휴식처 하나 없는 평야가 20km이상 서너번 반복되는 곳. 오래 전에는 이곳을 물과 식량없이 지나다가 죽은 순례자도 있다고 한다. 그만큼 조금은 두려운 여정이어서 메세타가 시작하는 지점에서 스테판과 나는 서양배와 사과,물과 초콜릿을 넉넉하게 샀다.


지겨운 풍경이 계속되리라는 걱정과는 달리, 끝없이 펼쳐진 자연은 그 아름다움 또한 끝이 없었다.반복되는 걸음 또한 걷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게 했고 스테판과 나는 아무도 없는 평원위에서,알 수 없는 언어로 노래를 부르며 걷고, 걸었다. 걸어도 걸어도 그대로인 풍경, 그 앞에는 아무것도 없을 것만 같았지만지치지 않고 걷다보면, 언젠가는 쉴 곳이 나타나리라는 그런 마음으로 걸어야 했다.


내 어깨에 짊어진 짐은 온전히 나 스스로가 책임져야 하고 이미 시작한 길은 나의 걸음으로 걸어나가야만 한다.

그 누구도 대신 짊어질 수 없었고 길을 내가 계속 나아가지 않으면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