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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heur maman Aug 07. 2021

모유 수유하면 살이 빠지나요

네버앤딩 다이어트

인생은 살과의 전쟁. 나이가 들수록 다이어트는 나의 단짝이 되가고 있다. 살이 함께할 수 있는 나날들이 점차 늘어나기에.

 

처음 남편을 만난 건 20살 대학 시절이었다. 그땐 살이 뭔지 모를 때, 말라깽이 시절로 기억한다. 우리는 10년 넘게 친구로 지내면서 가끔 얼굴을 보는 사이로 지냈다. 각자의 삶으로 바쁘다가 그와 오랜만에 다시 만난 건 약 3년 만이었다. 그때 난 각종 스트레스로 야식 먹방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푸는 중이었다. 차차 몸무게가 늘어가긴 했지만, 거울이 잘못되었는지 내 눈엔 별반 차이가 없다 생각했다. 그렇지만 걸, 인생 최대몸무게를 찍게 되며 흠칫 놀랄 무렵이었다. 오랜만에 우리는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만나기로 했다. 난 한눈에 그를 알아봤는데, 그는 나의 목소리를 알아봤다고 한다. 그 후 다이어트와 특별히 친하지 않았던 나는 그와의 결혼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풀어놨던 나의 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하얀 웨딩드레스에 나의 몸을 맞추고 싶었기에.

나의 다이어트 철학은 오직 식단조절과 운동으로만 이루어졌다. 맛없는 것은 먹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소식을 하되, 허기를 채우기 위한, 입이 심심해서 먹는 것들은 과감히 먹지 않았다. 더불어 7시 이후 음식 금지, 야식 금지. 커피의 쓰디쓴 기쁨을 몰랐을 때라 맛없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연거푸 들이켰다. 정말 재미없는 유산소 운동과 PT는 즐거운 나의 퇴근 후, 일상이 되었다. 그나마 나의 운동 시간은 PT 선생님과의 수다로 버틸 수 있었다. 누구는 수다 떨면 비용이 아깝다고 하지만, 난 덕분에 그 힘든 운동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그래서였을까? 이제는 그녀와 나는 육아 동지가 되었다. 힘들고 재미없는 운동에 조금이나마 동기를 유발한 건 나의 남자친구였다. 그는 스타벅스 니아답게, 본인이 커피 쿠폰 발행자라도 된 듯, 유산소 운동 30분 이상하면 스탬프 1개를 주고, 12개를 모면 소원을 하나 들어주겠다고 했다. 비록 아직 소원은 쓴 적 없지만, 스탬프제도는 결혼 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결혼하기 전엔 몰랐다, 그가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운동하는 것뿐만 아니라 보는 것도 열광적이라는 것을 말이다. 결과적으로 결혼식 전에 수많은 약속에도 불구하고, 막판 스퍼트를 내고 간 결혼식 일주일 전 마지막 피팅은 성공적이었다. 드레스 버클 위치를 약 10cm나 줄여야 했던 사실. 아직도 피팅을 도와주던 드레스 실장님의 놀라는 모습이 잊지 않는다.

 

"뭐 맛있는 것 먹었어?"

결혼 후에도 늦게 퇴근하고 돌아오는 남편의 내 배를 만지는 버릇 덕분에 그는 나를 계속해서 관리하게 다. 저녁을 먹으면 당연히 배가 나올 수 있는 거고, 그냥 한 질문이었을지라도 난 그 질문이 은근 스트레스였다. 말로는 "애교 뱃살이야." 라고 얘기했지만, 배를 만지작거리며 하는 질문이라 속으로는 '먹지 말라는 건가? 좀 더 빠졌으면 하는 건가?' 물음표가 생겼다.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첫째를 임신했다. 합법적으로 맛있는 것을 많이 먹을 수 있는 시기가 찾아온 것이다. 남편의 매일같은 질문도 더 스트레스받지 않아도 된다. 나의 배는 애교 뱃살이 아닌, 우리 아기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다시 체중이 늘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게 된 것, 기껏 열심히 뺀 살이었는데 아쉬움 있었다. 40주 후엔 또 다이어트를 해야할테지만 다들 괜찮다고 얘기한다. "모유수유하면 살이 빠질꺼야." 하면서. 과연 정말일까?

 

첫째 때, 6주부터 시작한 입덧은 21주가 지나도록 끝나지 않았고, 임신 중이어도 나는 점점 더 말라갔다. 더불어 28주 임 판정으로 혈당조절을 위해 식단관리도 해야 했다. 회사 가는 길엔 도시락과 혈당측정기 준비가 필수였고, 매번 건강한 소식과 식후 15분 이상 걷기를 병행해야 했다. 어쩌다 한번 갖은 치팅데이의 홍대 앞 누릉지 찜닭은 나의 혈당측정기 수치를 190을 가키게 만들었고, 계속해서 관리하게 다. 임신 중에 먹고 싶은 것 양 먹는다는데, 난 그럴 운명이 아니었나 보다. 막달까지 체중이 5로 늘었고, 조리원에 가기 전 난 임신 전 몸무게로 돌아갔다.

조리원의 음식은 정말 최고였다. 근데 양도 많았다. 삼시 세끼에 간식까지 틈틈 챙겨줬다. 난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걸 다 먹으면 과연 이제 돌아온 체중이 유지될까? 내 붓기는 어찌 될까? 영양을 보충해야 데 마음 놓고 먹을 수는 없었다. 미역국의 국물은 과감히 제하고 미역만 먹고, 적정량의 밥과 반찬만 먹었다.

아이의 알레르기 때문에 시작된 식단 조절한 완모생활, 모유 수유는 나를 점점 날씬하게 만들었다. 계란, 우유, 밀가루, 참기름을 제외한 식단은 정말 먹을 수 있는 게 한정적이었다. 먹을 것을  때는 항상 성분표를 체크했다. 그때 알았다. 우리 실생활에 계란, 우유, 밀가루가 얼마나 많이 포함되어 있는지를. 내가 먹을 수 있는 건 집에서 한 밥과 반찬뿐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약과도 밀가루로 만들어져 있었다. 먹을 간식을 찾지 못해 허기질 때마다 밥 한 숟가락씩 먹으면서 평소보다 많이 먹었다. 돌아서면 밥, 돌아서면 허기를 채울 그 무언가를 찾았다. 그렇지만 달한 밀가루 간식을 먹질 못해서인가? 난 계속해서 말라갔다. 모유 수유는 나를 다시 말라깽이로 만들었다.

 

첫째가 태어났다. 모유 수유하면 살이 빠지나요?

감히 얘기한다. 그렇다.

첫째는 점점 달덩이가 되어가고, 나는 예전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의 몸무게를 되찾았다. 왜케 점점 말라가냐며 시부모님은 걱정하셨고, 예전의 모습을 되찾으니 친정엄마와 남편은 좋아했다.

 

하지만 13개월의 모유 수유가 끝나고 식욕이 폭발했다. 그 폭발은 아직 계속되는 듯싶다. 약 1년의 아이를 위한 혹독한 식단 제한 덕분이었다. 과자, 빵, 피자, 치킨, 짜장면, 탕수육, 스파게티에 더 해서 매운 음식들까지, 그동안 못 먹은 서러움이라도 달래듯 열심히 달렸다. 모유 수유 후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서 먹었기에 밥양도 늘어나 있었다. 과식은 아니었는데 먹는 위가 늘어서인지 점차 몸무게가 늘어갔다. 다시 적당히 먹어야지 하며 관리하려 했는데 둘째를 임신했다. 입덧도 약하게 지나가고, 임도 아니었다. 그래도 맘 놓고 신나게 먹었다간 인생 최대 몸무게를 찍을까 싶어서 자제했다. 자제해도 약10로 정도는 증가한듯하다. 그렇지만 나에겐 믿을만한 구석이 있었다. 바로 모유 수유! 첫째 때와 같이 모유 수유를 하면 당연히 살이 빠질 줄만 알았다.

조리원을 나와서부턴 자극적인 음식과 각종 밀가루 음식을 즐겼다. 둘째는 알레르기도 계란밖에 없었기에 나에게는 즐길 수 있는 음식들이 더 많았다. 허기가 져서 먹는다 해도 모유 수유를 하면 예전처럼 빠질 줄 알았다. 첫째 때 폭발한 식욕은 계속되고 먹고 싶은 것들은 신나게 먹어도 좀처럼 말라가진 않았다. 운동과 식단조절도 병행해야 했지만, 아이 둘 엄마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나를 위한 시간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남편도 남의 편이 되더니 어느날 싱가포르로 출장 가서는 1년째 돌아오지 않았다. 첫째의 잔병치레가 많아서 병원을 들락날락느라 바빴고, 더불어 둘째도 중이염을 달고 살아서 거의 매일 병원에 들렸다. 아이가 한 명 늘어났을 뿐인데, 나는 2배가 아닌 10배는 바빠진 것 같았다. 바빠서인지 정신이 없어서인지 어느 날 알게 되었다. 아이들이 다 자는 밤, 난 배달음식을 시켜 혼자만의 폭식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힘듦으로 임신 전 체중으로는 돌아갔지만, 모유 수유를 하고 있었지만, 살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둘째가 태어났다. 모유 수유하면 살이 빠지나요?

글쎄요. 빠지긴 하겠지만, 그냥 빠지진 않는 것 같아요. 적당한 운동과 적절한 음식조절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허기질 때마다 먹으면 안되더라고요. 위가 늘어나면 모유 수유가 끝나고 난 후 감당이 안되더라고요.

 

홀로 힘듦을 온몸으로 느끼다 적응될 즈음, 우리 가족은 싱가포르로 터전을 옮겼다. 싱가포르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딱 맞았는지, 여기 온 뒤로 아이들이 아프지 않다. 온 지 2년째, 아파서 병원에 간 적은 없다. 삶의 질이 달라졌다. 힘듦이 덜해서인지, 마음이 편해서인지 이제 늘어나는 나의 살을 감당하기 힘들어서 다시 다이어트 모드로 전환하여 홈트를 시작할 즈음 코로나가 시작되었다. 덕분에 확찐자가 될 즈음 코로나 베이비, 생각지도 못했던 셋째가 찾아왔다. 다시 한번 임신당뇨로 인해 식단조절, 더불어 20주가 넘도록 계속되는 입덧 덕분에 다시 예전 몸무게를 되찾으며 만삭을 맞이했다. 산부인과 선생님이 하필 남편 앞에서만 매번 숨겨왔던 체중을 콕 집어 공개를 해버리셔서 한 달에 한번 초음파 보러 갈 때마다 스트레스였다. 정말 홀로 가고 싶었다. 그렇지만 셋째는 딸이라 태어나기도 전부터 딸바보가 된 남편 덕분에 홀로 정기검진은 실패, 결국 임신 내내 특별관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 덕분인가 첫째 때와 같이 만삭 즈음에 5킬로가 늘었고, 병원을 퇴원할 때쯤 예전으로 돌아왔다.

 

셋째가 태어났다. 모유 수유하면 살이 빠지나요?

이제는 안다. 첫째, 둘째의 모유 수유의 경험을 토대로, 가끔 치팅데이도 하지만 건강한 음식으로 식단관리도 하고, 허기를 물로 채운다. 확찐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유 수유하면서 식단관리를 하니 점차 평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모유 수유하면 살이 빠지나요? 예전 들었던 그 말대로 빠지긴 빠진다고 얘기하고 싶다. 유지만 하고 싶으면 모유 수유하며 양껏 먹으면 되고, 모유 수유가 끝난 뒤 늘어난 위를 감당하기가 힘들다면, 조절해서 먹으면 서서히 체중은 줄어가리라는 것. 비록 세 번의 임신으로 인해 나의 다이어트는 네버앤딩이지만, 코로나 시대에 조금이나마 온라인에서의 만남을 위해 이번 셋째 모유 수유를 하면서 최대한 체중 관리를 하고 싶은 바람이다. 아이와의 행복한 다이어트를 최대한 할 수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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