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리 헵번 주연 고전 로맨스 영화 추천!
개인적으로 영화에도 봄이 제철(?)이라 생각하는 장르가 있다면, 그건 바로… 로맨스! 척박했던 땅에 새순이 돋아나듯 메마른 마음에 몽글몽글 핑크빛 감성을 채워주는 봄이면 하이틴 로맨스부터 가슴 절절한 멜로까지 사랑 영화가 생각난다. 그래서 준비한 영화 추천은 '세기의 공주, 세기의 연인, 시대의 아이콘'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독보적인 분위기와 매력으로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배우 '오드리 헵번'의 대표적인 로맨스 영화 <로마의 휴일>과 <티파니에서 아침을> 2편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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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휴일(Roman Holiday)>, 윌리엄 와일러 감독
개봉과 함께 지금까지도 로맨틱 코미디의 고전으로 불리는 <로마의 휴일>은 유럽 순방 공무를 수행 중이던 작은 왕국의 공주 ‘앤’이 특종을 노리고 접근한 미국인 기자 ‘조’와 함께 왕실의 구속에서 벗어나 하루 동안 로마 거리를 누비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는 당시 신인이었던 오드리 헵번을 ‘세기의 공주, 세기의 연인’과 같은 수식어와 함께 최고의 여배우 자리에 올려 준 작품이기도 이다.
<로마의 휴일>에는 숨겨진 제작 비화가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흑백으로 제작하게 된 이유가 예산 부족 때문이었다는 것. 영화는 미국 정부가 추진한 ‘마셜 플랜’의 지원을 받아 이탈리아 로마에서 현지 영화 스튜디오와 함께 만들었는데 올로케이션으로 예산이 많이 들어가자 이미 컬러 영화가 나오고 있었음에도 불가피하게 흑백으로 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흑백 촬영 덕분에 영화적 낭만이 더욱 부각되서 훨씬 좋은 것 같다.) 각본에도 숨겨진 이야기가 있는데 개봉 당시 각본가는 ‘이안 맥클린 헌터’로 알려져 있었지만, 실제 각본가는 ‘돌턴 트럼보’로 밝혀졌는데 트럼보는 2차 세계대전 직후 시행된 할리우드 블랙리스트에 오른 ‘할리우드 텐(Hollywood Ten)’ 중 대표적인 한 사람으로 공식적인 활동을 금지 당해 친구였던 이안의 이름으로 각본을 집필했고, 트럼보 사후에 <로마의 휴일>이 그의 작품으로 인정되었다.
고전 영화의 매력은 흑백 화면, 노이즈 낀 사운드, 클래식한 분위기와 스타일 같은 특유의 아날로그적 감성이 주는 낭만이 있기 때문 아닐까. 여기에 신분을 초월한 주인공들의 만남과 일탈, 사랑과 이별의 서사가 더해진 <로마의 휴일>은 고전 영화의 정수를 잘 담아냈다. 특히 꿈같은 시간에서 깨어나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 앤과 조의 이별은 훗날 두 사람이 로마에서의 하루를 아련한 추억으로 반추할 것만 같은 여운을 남기는 결말이라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우아함, 천진난만함, 엉뚱함까지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표현해 낸 오드리 헵번의 연기와 배우 본연의 매력은 영화적 낭만과 어우러져, <로마의 휴일>을 세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고전 명작으로 완성시켰다.
<티파니에서 아침을(Breakfast at Tiffany’s)>, 블레이크 에드워즈 감독
소설가 ‘트루먼 카포티’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뉴욕 상류 사회를 동경하는 여인 ‘홀리 골라이틀리’와 가난한 작가 ‘폴 바르작’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는 오드리 헵번의 필모그래피에서 <로마의 휴일>과 함께 지금까지 회자되는 작품이자 그녀에게 ‘스타일의 아이콘’이라는 수식어를 공고히 만들어준 작품이기도 하다.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오프닝은 영화사를 넘어 대중문화 전반에 각인된 아이코닉한 스타일과 연출로 깊은 인상을 남겼는데 블랙 이브닝드레스에 얼굴을 반쯤 가린 가리는 선글라스를 쓴 채 손에 빵과 커피를 나눠 들고 티파니 쇼윈도를 바라보는 오드리 헵번의 모습은 이후 화보, 광고, 시상식 등에서 꾸준히 오마주 하는 명장면으로 꼽힌다. 그러나 영화의 성공과 별개로 오드리 헵번은 자신이 연기한 ‘홀리 골라이틀리’를 자신의 실제 모습과 달라서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원작가인 트루먼 카포티 역시 홀리 캐릭터를 ‘마를린 먼로’를 생각하고 만들었으며, 영화 제작 당시 출연을 제안했으나 거절하면서 오드리 헵번이 최종적으로 캐스팅되었다고 한다. 마를린 먼로가 연기하는 홀리도 궁금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클래식한 매력의 홀리 골라이틀리는 오드리 헵번이었기에 가능한 역할이었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신분 상승을 꿈꾸는 여자와 가난한 남자가 만나 사랑에 빠졌다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단순한 서사임에도 시대를 불문하고 사랑받는 고전으로 자리 잡았는데 이는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주인공 ‘홀리’를 연기한 오드리 헵번의 매력 덕분이 아닐까. 속물 같으면서도 순수하고, 엉뚱하면서도 따뜻한 홀리의 변화무쌍한 모습은 관객들을 매료시키는데 영화를 보고 있으면 폴이 그녀에게 느꼈던 호기심과 애정에 공감하게 된다. 무엇보다 아이코닉한 스타일링, 섬세한 캐릭터 묘사, 뉴욕의 풍경을 감각적으로 담아낸 미장센은 <티파니에서 아침을>이 세월이 흘러도 사랑받는 고전 명작으로 만든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인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영화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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