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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를 닮은 브랜드, 구찌의 지속 가능한 철학을 읽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 속 ‘Bamboo Encounters’ 전시를 중심으


2025년 4월의 밀라노, 고요한 수도원 클로이스터 한복판에 대나무가 울창하게 자라는 듯한 전시가 열렸다. 이 공간은 단순히 아름다운 오브제가 놓인 전시장이 아니라, 구찌(Gucci)의 철학과 역사, 그리고 브랜드가 디자인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섬세하게 풀어낸 문화적 서사였다.


대나무, 브랜드의 기억이 되다


1947년,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이탈리아. 가죽은 귀했고, 새로운 소재에 대한 탐색이 절실했다. 이때 구찌는 전통적인 대나무 지팡이에서 영감을 얻어, 불에 휘고 옻칠을 더한 대나무 핸들 가방을 선보인다. 이 가방은 곧 브랜드의 아이콘이 되었고, 엘리자베스 테일러, 잭키 케네디, 다이애나 왕세자비에서 최근의 비욘세와 해리 스타일스까지, 세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번 《Bamboo Encounters》 전시는 단지 이 ‘아이콘’을 기념하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패션과 철학, 지속 가능성이라는 시대적 화두를 대나무라는 하나의 소재로 풀어낸, 하나의 실험적인 디자인 대화였다.


전시, 디자인의 본질을 묻다


전시를 큐레이팅한 건축가 이폴리토 페스텔리니 라파렐리(Ippolito Pestellini Laparelli)는 이렇게 말한다.


> “오늘날 디자인은 단지 물건을 만드는 행위가 아니라, 소재와 공급망, 역사, 그리고 제작자의 태도를 함께 설계하는 일이다.”


이 말은 구찌의 전시 전체를 꿰뚫는 주제였다. 실제로 참여 작가 7인은 저마다의 문화와 미학, 재료 해석 방식을 통해 '대나무'를 바라보았다.


스웨덴-칠레 출신 안톤 알바레즈는 대나무 숲의 물줄기에서 영감을 얻은 청동 분수를


팔레스타인 아티스트 디마 스루지는 세계 시장에서 수집한 바구니에 서안 지역 유리 공예를 결합했고


**서울의 시산 리(Sisan Lee)**는 한국적 미학인 ‘덜어냄’의 철학을 바탕으로 알루미늄 가구에 대나무 디테일을 입혔다.



그 외에도 연, 텍스타일, 레진 가구, 네온 라이트 등으로 대나무의 물성과 서사를 입체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이 전시장을 채웠다.


브랜드가 ‘지속 가능성’을 말하는 방식


구찌는 이 전시를 통해 단순히 지속 가능한 소재를 사용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왜, 어떻게 만드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은 곧 디자인의 윤리이자 브랜드 철학이며, 우리가 소비자이자 생산자로서 다시 생각해볼 가치관이다.


디자인은 더 이상 결과물이 아니라, 태도이고 관계다. 이 관계 속에서 브랜드는 더 깊은 이야기를 설계할 수 있고, 소비자는 더 의미 있는 가치를 경험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실천하는 방법


이 전시는 우리에게 중요한 인사이트를 준다. 우리 연구소는 다음의 세 가지 관점에서,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을 제안한다.


1. 소재의 재해석

기존의 자연 소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함으로써 새로운 디자인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대나무, 리넨, 한지와 같은 소재들이 그 예다.


2. 제조의 투명성

생산 과정과 공급망의 윤리적 책임을 소비자와 공유함으로써 브랜드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


3. 스토리텔링 중심의 브랜딩

제품 그 자체가 아닌,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왜 존재하는지를 소비자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브랜딩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더 알아보기


Architectural Digest – 전시 기사


Gucci 공식 전시 페이지


Gucci 아카이브 전시 (상하이)


참여 아티스트 – Dima Srouji, Anton Alvarez, Sisan L


https://m.blog.naver.com/hkkim2215/223826732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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