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는 생각 조각들
1년이라는 시간. 100세 인생으로 놓고 보았을 때, 1/100 밖에 되지 않는 찰나의 시간.
근데 왜 나는 1년이라는 이 시간을 나에게 쓰는 것조차 불안하고 두려워하는 걸까? 내가 이 여정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가게 된다면 나는 이 1년을 남들에게 아주 잘 설명해야 한다. 내가 어떻게 이 1년을 보냈는지, 그동안 어떤 자기 발전을 이뤘고, 어떤 노력들을 통해 성장했는지. 바로 이 부분이 나를 조급하게 만드는 것 같다. 1년이라는 공백기는 한국 사회에서 용납되지 않는 시간인 것 같이 느껴진다. 왜 우리는 이 정도의 여유조차 불안해야만 하는 것일까?
나는 남들과 함께 잘 달리고 있던 트랙에서 잠시 빠져나왔다. 한국 사회에서 '결혼 적령기'라고 불리는 이 시기에, 한창 일 많이 하며 커리어를 잘 쌓아가도 모자란 이 시기에. 나는 스스로를 이런 사회적 규율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 사람이라 생각해 왔는데, 주변인들의 결혼소식이나 이직소식, 다양한 매체들로부터 접하게 되는 비슷한 또래들의 사는 이야기들을 보고 듣다 보면 흔들리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나의 선택이 혹시 어리석은 판단은 아니었을까? 왜 나는 그 현실에 순응하지 못했을까? 이런 생각들의 화살표는 '나는 왜 이렇게 생겨먹었을까?'로 향하게 될 때가 종종 있다. 그 이유는, 내 선택 자체를 후회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단 한 번도 내가 해왔던 결정들 자체를 후회해 본 적은 없다. 어떤 결정을 할 때 지겹도록 오랜 시간 고민하는 성격이다 보니, 다시 돌아가도 결국엔 또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는 걸 안다. 그냥 좀 남들 하는 대로 살지, 너는 왜 이렇게 생겨먹었니!
나는 스스로를 이렇게 생각하곤 했다. '하고 싶은 것은 울면서라도 결국엔 해내는 사람'. 이건 지금껏 나를 지탱해 주는 나에 대한 자기 확신이었다. 하지만 요즘, 이 자기 확신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걸 느끼는 순간들이 생긴다. '내가 아무리 간절히 원하고 바라는 것들도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는 거구나. 누군가에겐 자연스럽고 쉬운 것들도 누군가에겐 어렵고 당연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겠구나.' 현실과 타협하면서 하나하나 포기해 나가는 것이 어른이라던데, 내가 지금 그 과정을 지나고 있는 것일까?
내 인생에서 나 스스로 모았던 돈을 이렇게 크게 투자한 적은 처음이라, 꼭 내가 원했던 목표를 이루고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내가 과감하게 도전한 만큼, 이 시간은 나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되어줄 거라는 믿음도 있었다. 하지만 열심히 무언가를 계속하고 있는데, 아무리 돌멩이들을 던져도 물결조차 일지 않는 고요한 바다라고 느껴질 때, 나의 직감과 자기 확신은 흔들리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살아낸다. 하루에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한다. 정해진 시간에 일을 하고, 디자인 작업을 하고, 방을 깨끗이 청소하고,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먹고, 공원을 산책하고, 꾸준히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좋아하는 콘텐츠를 보거나 듣고, 미술관을 가고, 감각적인 카페들을 가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일기를 쓰고, 순간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고, 이곳에서만 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들을 하려고 노력한다. 어쩌면 우리는 '결국엔 다 잘될 거야'라는 막연한 희망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건 아닐까? 이 막연한 희망만이 우리 삶을 지탱해 주는 것 같다고 느끼는 요즘.
아이러니하게도 막연한 희망엔 막연한 불안도 늘 함께 이기에, 알 수 없는 미래를 생각하기보다는 '현재'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려고 노력한다. '현재' 나는 행복한가?라는 물음에 나의 답은 '행복하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