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인간의 추억을 찾아서 같은 거...
난 워크맨과 CD플레이어, MP3까지 두루 거친 세대다.
수 백장이나 되는 카세트테이프와 CD를 모았던 시절이 있었다.
심지어 갖고 다니던 소니 CD플레이어를 펄 들어간 핑크색 락카로 칠을 해서 예쁘게 꾸미고 다니기까지 했었다. 이사를 다니고 정리를 하며 그 많던 카세트테이프와 CD를 다 버려버렸다. 단지 이젠 들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는데 여전히 워크맨과 CD 플레이어가 있는 걸 보면 괜히 다 버렸나 싶다. 구시대의 유물로만 알았던 것들은 오늘날 빈티지라는 이름으로 다시 유행하고 있으니까.
그런 전쟁통 속에서 용케도 살아남아 지금도 내 책장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CD들이 몇 개 있다. BTS 앨범을 들어 보겠다며 바득바득 우겨서 생일 선물로 받은 벽걸이 형태의 CD플레이어 덕분에 남아 있는 CD들도 돌려서 듣게 되었다.
레드핫칠리페퍼스다. 내가 이 앨범을 CD로 갖고 있을 줄 몰랐다. 이번에 알게 되었다. 그게 더 놀랍다. ㅎㅎ
1984년에 데뷔해 지금까지도 세월이 무색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룹이다. 2002년쯤 나왔던 'By the Way'앨범.
이 앨범엔 좋은 곡들이 많다. 우선 앨범 타이틀 곡이었던 'By the Way'
난 이곡을 들으면 기분이 몽글몽글해진다. 이런 기분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알 수 없지만 그냥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다. 몽글몽글... 기분이 순두부 같아진다. 암튼 그래.
다음은 유명한 곡이다. 'Can't Stop'
이곡은 2003년도 라이브 무대로 들어보자. 이곡의 간주 부분 기타 소리는 예술인데 들으면 전율이 쫙 끼친다. 정말 첫 도입부가 이렇게나 매력 터지는 곡은 없다. 그냥 몸치인 나도 얼마 숱도 없는 머리카락을 헤드뱅잉 하고 싶어 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했던 'The Zephyr Song'
다시 들으니 더 좋더라. 하루 종일 들었다. 그리고 보니 나 레드핫칠리페퍼스 이 앨범 사랑했네. 언제 어디서 샀는지 기억도 안 나서 보고서 깜짝 놀랐던 것치곤 이 앨범 수록곡들이 다 좋았다. 멤버들도 바뀌었고 돌아가신 분도 계시지만 어쨌든 현존하는 그룹으로 계속 활동해 주는 모습이 보기 좋다. 만수무강하소서.
아니, 상순 오빠가 왜 거기서 나와? ㅎㅎㅎ
이 앨범도 갖고 있는 줄 몰랐다. 롤러코스터 3집 앨범이다. 조원선과 지누 그리고 이상순이 한 팀이었던 롤러코스터는 곡들이 다 좋아서 많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사실 CD플레이어에 넣고 딱 돌리는 순간 들려오는 멜로디가 너무 좋아서 눈물 날 뻔했다. 왜 이렇게 좋은 거니.
이 앨범에서도 역시 좋은 곡들이 너무 많지만..
우선 뭐니 뭐니 해도 'Last scene'
특히 롤러코스터 곡들은 가사가 좋다. 작사를 거의 조원선 씨가 썼는데 이분 어디서 뭐하는지 아시는 분?
"내가 있는 곳에 너는 없다는 걸 한참 후에서야 알았다
다행히도 시간은 흐르고 아무렇지 않게 너의 이름을 말하고
이제는 다 지난 얘기라고 큰소리로 웃어보기도 하고
나답지도 않은 말을 하고 사람들은 내가 변했다고
그러다 어떤 날은 화가 나고 큰 소리로 울어보기도 하고
넌 더 힘들거라 상상해도 아무것도 달라지는 건 없어"
다음은 '그녀 이야기'
이곡이 이렇게 슬픈 곡인 줄 다시 들으면서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다.
그녀는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마치 영화처럼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녀의 모습...
떠나간, 떠나보낸, 스스로 사라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조원선의 쓸쓸한 목소리와 멜로디, 그리고 가사까지. 이 겨울에 들으면 저절로 옷깃을 여미게 된다.
나야 퇴근은 하지 않지만.. 어쩐지 퇴근길에 들으며 오고 싶다. 곡 속의 그녀가 나라고 생각하면서..
날 찾지 마..
홍대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홍대 여신 김윤아는 한 때 내게는 롤모델 같은 존재였다. 아니다. 롤모델이라기보다는 아이돌 같은 존재였다. 자우림의 노래는 언제나 노래방 18번이었고 특히 '일탈' 같은 경우 학원에서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좋은 점수를 받기도 했다.
그랬던 그녀가 낸 첫 번째 솔로 앨범 '섀도우 오브 유어 스마일'
지금 보면 영문은 작게 쓰고 한글로 크게 쓴 앨범명이 인상 깊다. 이 앨범을 들으며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는데 왜냐면 자우림 속의 그녀보다는 솔로 김윤아로서의 음악은 훨씬 더 진하고 무겁고 어두웠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김윤아의 목소리는 팔색조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들으면 굉장히 맑고 밝으며 어떻게 들으면 쓸쓸하고 외로운데 또 어떻게 들으면 위협감마저 느낄 정도로 마력이 있다.
가장 좋아하는 솔로곡은 이 앨범에 있지는 않지만 이 앨범 속에서 뽑은 곡은 크리스마스니까. 너무 슬프려나.
'블루 크리스마스'
요즘 사람들에겐 김진표는 '쇼미 더 머니'나 '탑 기어' MC인 줄 알겠지만 고백하자면 난 김진표 JP 시절 아니, 더 거슬러 올라가 패닉 시절부터 좋아했던 찐 팬이다. ㅎㅎㅎ
좋아하게 된 이유도 외모가 딱 내 이상형에 가까웠기 때문이다.(진짜다!) 패닉을 거쳐 JP시절과 노바소닉까지도 좋아했었지. 노바소닉 하면 또 DDR인데.. 여기까지 얘기해버리면 정말 오래된 인간처럼 보이기 때문에 참겠다.
암튼 그 시절에는 JP가 직접 운영하던 홈페이지의 회원이기도 했다. 유난히 사진 찍는 걸 좋아하던 JP가 올려주곤 하던 사진과 글들을 참 좋아했는데.. 어느덧 두 아이의 아버지로 건전하게(?) 가만히 서서 MC만 보는 김진표를 볼 때마다 내 어린 시절 날이 떠오르곤 한다. 하하핫.
역시나 갖고 있는 CD도 두 장이나 있다. 그중에서 오늘 들을 노래는 3집. 사실 좋은 곡들이 너무 많은데.. '사랑해 그리고 생각해' 같은 곡은 띵곡이다. 진짜. 암튼 오늘은 3집에서- 3집도 통째로 다 좋다.
이 앨범 중에서 들어야 할 곡이라면 뭐니 뭐니 해도..'샴푸의 요정'
이 곡을 들으면 항상 가슴이 설렌다. 빛과 소금의 곡을 리메이크한 곡인데 리메이크를 너무 잘했다.
그리고 이 곡이 쓰인 1988년 MBC 베스트셀러 극장에서 방영했던 '샴푸의 요정'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채시라와 홍학표가 나오던 드라마였는데 어찌나 인상 깊고 감명 깊게 봤던지.. 나는 심지어 줄거리도 다 기억이 난다.
이런 거 보면 대체적으로 어린 시절 기억이 가장 뚜렷하게 남아 있는 것 같다. 88년이면 내가 대체 몇 살 때니....;;
조숙했던 어린이였음에는 분명하다.
그리고 '믿을진 모르겠지만'
JP의 랩의 특징은 마치 그냥 옆에 앉아서 편하게 얘기하듯 나긋하게 말해주는 데 있다.
나는 이곡도 참 좋아했다. 특히 이곡은 밤에 들으면 오만가지 생각이 나는 곡으로 자칫 잘못하다간 아침에 일어나 하이킥을 하게 될 일들도 벌일 수 있으므로 술 마시고 듣는 건 자제하는 게 좋다.
더 있는데...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겠다.
너무 길어지는 것도 나만 너무 신나는 거 티 내는 것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