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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파란 Dec 23. 2020

잃어버린 CD를 찾아서...

오래된 인간의 추억을 찾아서 같은 거...

난 워크맨과 CD플레이어, MP3까지 두루 거친 세대다.

수 백장이나 되는 카세트테이프와 CD를 모았던 시절이 있었다.

심지어 갖고 다니던 소니 CD플레이어를 펄 들어간 핑크색 락카로 칠을 해서 예쁘게 꾸미고 다니기까지 했었다. 이사를 다니고 정리를 하며 그 많던 카세트테이프와 CD를 다 버려버렸다. 단지 이젠 들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는데 여전히 워크맨과 CD 플레이어가 있는 걸 보면 괜히 다 버렸나 싶다. 구시대의 유물로만 알았던 것들은 오늘날 빈티지라는 이름으로 다시 유행하고 있으니까.


그런 전쟁통 속에서 용케도 살아남아 지금도 내 책장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CD들이 몇 개 있다. BTS 앨범을 들어 보겠다며 바득바득 우겨서 생일 선물로 받은 벽걸이 형태의 CD플레이어 덕분에 남아 있는 CD들도 돌려서 듣게 되었다.


1. 레드핫칠리페퍼스

레드핫칠리페퍼스다. 내가 이 앨범을 CD로 갖고 있을 줄 몰랐다. 이번에 알게 되었다. 그게 더 놀랍다. ㅎㅎ

1984년에 데뷔해 지금까지도 세월이 무색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룹이다. 2002년쯤 나왔던 'By the Way'앨범.

이 앨범엔 좋은 곡들이 많다. 우선 앨범 타이틀 곡이었던 'By the Way'


https://youtu.be/JnfyjwChuNU

난 이곡을 들으면 기분이 몽글몽글해진다. 이런 기분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알 수 없지만 그냥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다. 몽글몽글... 기분이 순두부 같아진다. 암튼 그래.


다음은 유명한 곡이다. 'Can't Stop'

https://youtu.be/nKp0uwiD6uc

이곡은 2003년도 라이브 무대로 들어보자. 이곡의 간주 부분 기타 소리는 예술인데 들으면 전율이 쫙 끼친다. 정말 첫 도입부가 이렇게나 매력 터지는 곡은 없다. 그냥 몸치인 나도 얼마 숱도 없는 머리카락을 헤드뱅잉 하고 싶어 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했던 'The Zephyr Song'

https://youtu.be/0fcRa5Z6LmU

다시 들으니 더 좋더라. 하루 종일 들었다.  그리고 보니 나 레드핫칠리페퍼스 이 앨범 사랑했네. 언제 어디서 샀는지 기억도 안 나서 보고서 깜짝 놀랐던 것치곤 이 앨범 수록곡들이 다 좋았다. 멤버들도 바뀌었고 돌아가신 분도 계시지만 어쨌든 현존하는 그룹으로 계속 활동해 주는 모습이 보기 좋다. 만수무강하소서.


2. 롤러코스터

아니, 상순 오빠가 왜 거기서 나와? ㅎㅎㅎ

이 앨범도 갖고 있는 줄 몰랐다. 롤러코스터 3집 앨범이다. 조원선과 지누 그리고 이상순이 한 팀이었던 롤러코스터는 곡들이 다 좋아서 많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사실 CD플레이어에 넣고 딱 돌리는 순간 들려오는 멜로디가 너무 좋아서 눈물 날 뻔했다. 왜 이렇게 좋은 거니.


이 앨범에서도 역시 좋은 곡들이 너무 많지만..

우선 뭐니 뭐니 해도 'Last scene'

https://youtu.be/MLKGjCpLIZA

특히 롤러코스터 곡들은 가사가 좋다. 작사를 거의 조원선 씨가 썼는데 이분 어디서 뭐하는지 아시는 분?


"내가 있는 곳에 너는 없다는 걸 한참 후에서야 알았다

다행히도 시간은 흐르고 아무렇지 않게 너의 이름을 말하고

이제는 다 지난 얘기라고 큰소리로 웃어보기도 하고

나답지도 않은 말을 하고 사람들은 내가 변했다고

그러다 어떤 날은 화가 나고 큰 소리로 울어보기도 하고

넌 더 힘들거라 상상해도 아무것도 달라지는 건 없어"


다음은 '그녀 이야기'

https://youtu.be/KhYpMuMSoq0

이곡이 이렇게 슬픈 곡인 줄 다시 들으면서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다.

그녀는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마치 영화처럼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녀의 모습...

떠나간, 떠나보낸, 스스로 사라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조원선의 쓸쓸한 목소리와 멜로디, 그리고 가사까지. 이 겨울에 들으면 저절로 옷깃을 여미게 된다.

나야 퇴근은 하지 않지만.. 어쩐지 퇴근길에 들으며 오고 싶다. 곡 속의 그녀가 나라고 생각하면서..

날 찾지 마..


3. 김윤아

홍대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홍대 여신 김윤아는 한 때 내게는 롤모델 같은 존재였다. 아니다. 롤모델이라기보다는 아이돌 같은 존재였다. 자우림의 노래는 언제나 노래방 18번이었고 특히 '일탈' 같은 경우 학원에서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좋은 점수를 받기도 했다.


그랬던 그녀가 낸 첫 번째 솔로 앨범 '섀도우 오브 유어 스마일'

지금 보면 영문은 작게 쓰고 한글로 크게 쓴 앨범명이 인상 깊다. 이 앨범을 들으며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는데 왜냐면 자우림 속의 그녀보다는 솔로 김윤아로서의 음악은 훨씬 더 진하고 무겁고 어두웠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김윤아의 목소리는 팔색조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들으면 굉장히 맑고 밝으며 어떻게 들으면 쓸쓸하고 외로운데 또 어떻게 들으면 위협감마저 느낄 정도로 마력이 있다.

가장 좋아하는 솔로곡은 이 앨범에 있지는 않지만 이 앨범 속에서 뽑은 곡은 크리스마스니까. 너무 슬프려나.


'블루 크리스마스'

https://youtu.be/0X5MiPa2D-o


4. 김진표

요즘 사람들에겐 김진표는 '쇼미 더 머니'나 '탑 기어' MC인 줄 알겠지만 고백하자면 난 김진표 JP 시절 아니, 더 거슬러 올라가 패닉 시절부터 좋아했던 찐 팬이다. ㅎㅎㅎ

좋아하게 된 이유도 외모가 딱 내 이상형에 가까웠기 때문이다.(진짜다!)  패닉을 거쳐 JP시절과 노바소닉까지도 좋아했었지. 노바소닉 하면 또 DDR인데.. 여기까지 얘기해버리면 정말 오래된 인간처럼 보이기 때문에 참겠다.


암튼 그 시절에는 JP가 직접 운영하던 홈페이지의 회원이기도 했다. 유난히 사진 찍는 걸 좋아하던 JP가 올려주곤 하던 사진과 글들을 참 좋아했는데.. 어느덧 두 아이의 아버지로 건전하게(?) 가만히 서서 MC만 보는 김진표를 볼 때마다 내 어린 시절 날이 떠오르곤 한다. 하하핫.


역시나 갖고 있는 CD도 두 장이나 있다. 그중에서 오늘 들을 노래는 3집. 사실 좋은 곡들이 너무 많은데.. '사랑해 그리고 생각해' 같은 곡은 띵곡이다. 진짜. 암튼 오늘은 3집에서- 3집도 통째로 다 좋다.


이 앨범 중에서 들어야 할 곡이라면 뭐니 뭐니 해도..'샴푸의 요정'

https://youtu.be/SymrdsrGSkA

이 곡을 들으면 항상 가슴이 설렌다. 빛과 소금의 곡을 리메이크한 곡인데 리메이크를 너무 잘했다.

그리고 이 곡이 쓰인 1988년 MBC 베스트셀러 극장에서 방영했던 '샴푸의 요정'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채시라와 홍학표가 나오던 드라마였는데 어찌나 인상 깊고 감명 깊게 봤던지.. 나는 심지어 줄거리도 다 기억이 난다.

이런 거 보면 대체적으로 어린 시절 기억이 가장 뚜렷하게 남아 있는 것 같다. 88년이면 내가 대체 몇 살 때니....;;

조숙했던 어린이였음에는 분명하다.


그리고 '믿을진 모르겠지만'

https://youtu.be/z04Y0sJzys0

JP의 랩의 특징은 마치 그냥 옆에 앉아서 편하게 얘기하듯 나긋하게 말해주는 데 있다.

 나는 이곡도 참 좋아했다. 특히 이곡은 밤에 들으면 오만가지 생각이 나는 곡으로 자칫 잘못하다간 아침에 일어나 하이킥을 하게 될 일들도 벌일 수 있으므로 술 마시고 듣는 건 자제하는 게 좋다.


더 있는데...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겠다.

너무 길어지는 것도 나만 너무 신나는 거 티 내는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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