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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파란 May 04. 2021

위안 받은 음악들

1.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https://youtu.be/FNHVqjgykoI                     

라흐마니노프는 피아니스트에겐 악명이 높지만 그저 듣는 청음자에겐 아름답기만 하다.

폰 카라얀이 지휘를 한 버전이다. 나는 격정적인 스토리텔링이 있는 곡들, 그러니까 기승전결이 뚜렷하거나 멜로디가 극명하게 롤러코스터를 타는 곡들을 좋아한다. 아니면 아예 단조로운 음들이 반복되는 미니멀리즘 음악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이곡은 한 때 내 블로그 BGM 선곡에 늘 껴있던 곡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클래식 그중에서도 피아노 곡들은 어쩐지 듣고 있으면 겨울이 생각난다.

아름다운데 가슴 한편이 시리기도 하다.



2. 류이치 사카모토 Rain

https://youtu.be/8tKfYwc4zxA

몇 번을 얘기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 중 한 명인 류이치 사카모토의 그 많은 곡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을 꼽으라고 한다면 고민은 되겠지만 여전히 나한테는 이곡이다. 이 곡은 영화 '마지막 황제'의 배경음악이기도 했지만 정작 그 영화는 나한테 인상 깊게 남아있지 않고 이 곡만 남았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추운 겨울밤 비가 세차게 내리는데 그리운 누군가를 만나러 달려가는 장면이 떠오른다.



3. 허대욱 Resistance

https://youtu.be/WILM8ANWjJY

꽤 오래전 좋아했던 피아니스트 허대욱. 오래전이라고 하는 건 최근에는 전혀 찾아보질 못했기 때문이다. 이분 곡들도 다 좋아했는데 그중에서 역시나 내 취향이었던 이곡. 삶은 저항이라는 말. 죽을 때까지 저항하다가 죽는다는 말을 이때는 몰랐는데 지금은 너무나 잘 알겠더라. 그 앞에 한 단어를 더 추가하고 싶은데 삶은 '처절한' 저항이다.



4. Joep Beving Wanderlust

https://youtu.be/1Ol7RCUJcIM


너를 찾느라고 나는 자주 헤매었지
숲을 지나 또 풀밭 위로,
그런데 너는 언제나 어떤 희망, 어떤 사랑,
늘 그리워했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네

- 윌리엄 워즈워스 "뻐꾸기" 중에서-


발음하기도 어려운 이름, 윱 베빙 정도로 읽어야 하나보다. 그의 곡들은 하나같이 무중력 상태에서 붕 떠있는 기분을 들게 한다. 눈을 감고 흐릿한 감성이 되어 듣게 만든다.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곡들이다.



5. 라벨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https://youtu.be/pQ_93IbiMAA

최근 들어 더욱 좋아진 라벨. 라벨의 곡들 중에서 좋은 곡들이 많지만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정말 아름답다. 여러버전이 있지만 용재오닐이 있는 앙상블 디토 버전도 좋다. 이곡을 들으면 눈물이 한 방울 똑, 하고 떨어질 것 같다.



 




그동안 잘 지내지 못했다. 이젠 잘 지내지 못하고 아팠다고 쓰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을 쓸 엄두가 안 났다. 봄은 왔는데, 심지어 이젠 여름이 올 텐데. 그동안 음악을 듣지 않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럼 그동안 뭘 보고 들은 걸까.

어떻게든 웃고 싶어서 예능만 찾아봤다. 껄껄 한 번 웃고 돌아서 울었다.


시간과 공간을 떠나 귀를 편하게 해 줄 음악은 클래식 만한 게 없다.

막귀지만 내가 좋아했던 음악들을 찾아 듣고 시집을 읽었다.

삶이 압축된 시구절에서 위로를 받는다.


마흔 즈음에 마흔은 휘어진 마음을 뚫고 달려오는 전철이 보이기 시작했다
(......)
오늘도 막차를 놓치지 않으려고 마흔은 마흔을 뚫고 달려왔다

- 윤석정 '마흔' 중에서 -


어제는 잠 속에서 유서를 써놓았는데 잠을 통과하니 오늘은 봄이다

- 윤석정 '잠'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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