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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파란 Oct 11. 2021

시월에 방구석 음악여행

1. 여행 스케치 - 별이 진다네

https://youtu.be/ciBisqVQ6xc

이 노래는 오래된 곡이지만 언제 들어도 나한테는 여행을 생각나게 한다.

풀벌레 소리가 그대로 녹음된 사운드라 그런지 들을 때면 늘 어린 시절 외갓집에서 보내던 방학이 생각난다.

집집마다 키우던 송아지, 천둥벌거숭이처럼 싸돌아 다니며 맛보던 복숭아와 옥수수, 밤하늘에 우수수 떨어지던 별무리들, 온갖 풀벌레 소리에 잠 못 들던 창호지 문, 변비에 걸리곤 하던 무시무시하던 푸세식 변소까지.


2. 김현철 - 춘천 가는 기차

https://youtu.be/82niqWPY6KE

대학시절 많이 했던 기차여행. 밤기차 타고 떠났던 정동진행. 초췌한 몰골로 맞이하던 일출과 바다.

MT로 떠났던 강촌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 추천에서 닭갈비를 먹던 기억.

가장 젊은 시절 추억이 있어 아름다웠던 시간은 늘 짧고 빠르게 지나가 버린다.

이 노래를 들으면 항상 그때로 돌아간다.


3. Tom Misch - Lost in Paris

https://youtu.be/QBL2m1PNqJM

톰 미쉬 음악을 들으면 길치인 나도 어쩐지 한 손에 커피 들고 이어폰을 꽂은 채 낯선 유럽 거리를 여유롭게 거닐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현실은 늘 헤매 다니기 일쑤였지. 생각해보면 여행에서 길을 잃는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전혀 보지 못한 새로운 길로 인도해 줄 테니까.


4. PREP - Cheapest Flight

https://youtu.be/rqvA7T5FUTQ

프렙의 이 곡을 들으면 항상 야간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공항과 이렇게 잘 어울리는 곡도 없을 것 같다. 나는 여행도 좋아하지만 공항도 좋아해서 한 때는 떠날 일도 없는데 가본 적도 있다. 가서 괜히 돌아다니고 비행기 보고 커피 한 잔 하고 오면 기분 좋았다.

예전에 고등학교 세계사 선생님은 기분이 꿀꿀하면 오전에 제주도 비행기를 타고 뷰가 좋은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돌아온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 기억이 너무 강렬해서 나도 크면 저런 어른으로 자라야지 마음먹었었다. 하지만 자라고 보니 그게 얼마나 쓸데없이 예쁜 낭만인지 알게 되었다.

뭐, 가끔은 쓸데없는 낭만에 불을 붙여도 되겠지.


여행을 안 간지 너무 오래됐다. 언젠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이상하게 음악도 안 듣게 되었는데 생각해보니 어딘가로 떠나지 않게 되면서 였다.

나한테 있어 음악을 듣는 행위는 어딘가로 향하게 되는 방향성과 상관있는 일이었다.

그게 출근이든 여행이든.




옆으로 넓어질 수도 있는 거야, 마치 바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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