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지만 결단은 필요했다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모른다.
이 지원사업에 선정되기 위해서 얼마나 애를 썼는지,
오리엔테이션장에서 프로그램 일정을 보며
얼마나 설레고 희망에 부풀었었는지,
지금 돌아보면 그 모든 순간이 선명하다.
사실 자금난은 그 전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이전의 사업 아이템은 성과를 내지 못했고,
나는 피벗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 지원사업이 내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고 믿었다.
가진 역량을 모두 쏟아부으며 사업계획서를 준비했고,
발표를 잘하지는 못했지만 운 좋게도 통과했다.
발표를 마치고 나서는
“왜 이렇게 못했을까”라는 아쉬움이 오래 남았지만,
최종 선정 결과를 받았을 때의 기쁨은 정말 컸다.
그때는 진심으로, 뚫고 나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냉정했다.
이미 투입할 수 있는 가수금은 모두 바닥이 났다.
생계가 점점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담당자에게는 이미 유선으로 사업이 어렵다는 말을 전했었다.
하지만 막상 ‘지원사업 포기 공문’과 ‘사유서’를 제출하려니
손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서류를 제출하는 순간,
나는 공식적으로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포기서 한 장에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그동안의 시간과 열정,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인정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성공할 가능성이 아주 없던 건 아니다.
하지만 나는 판단했다.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았다.
그 상황에서 정부 지원금을 계속 집행하는 건
마음속에서 도의적인 갈등을 일으켰다.
혹여 잘못하면 ‘사기’나 ‘기만’처럼 비칠 수 있다는 두려움도 있었다.
물론 지원사업 신청 당시 재무제표를 제출했고,
초기 스타트업에게는 부채비율 등 일부 지표의 예외가 허용된다.
정부는 스타트업의 J커브를 기대한다.
처음엔 적자더라도 언젠가 반등할 거라는 신뢰가 있다.
하지만 창업자 스스로는 안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지,
이제 정말 한계에 다다랐다는 걸.
내가 사업에 투입하던 개인 자금은 이미 바닥이 났다.
이제는 스스로를 속일 수 없었다.
나는 멈추기로 선택했다.
무너지는 시점 이후에도 정부 자금을 계속 사용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업 포기 사유서를 작성하면서
머릿속에는 수많은 문장이 오갔다.
“혹시 내가 너무 일찍 포기하는 건 아닐까?”
“조금만 더 버티면 달라지지 않을까?”
하지만 후회하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