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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뉴 Jul 02. 2024

32살, 연애관이 180도 달라졌다.

어쩌면 나는 환상 속에서 연애만을 꿈꿔왔을지도 모르겠다

최근 3~4년간 쉼 없이 연애를 했다. 생각보다 30대가 된 이후에도 인기가 많아서 감사하겠도 많은 분들이 호감을 표해주었고, 덕분에 나는 다양한 성격의 남자들을 만나볼 기회가 있었다.


근데 그 과정에서 크게 깨달은 것들이 있어 기록해 본다. 오답노트를 작성해 놓아야 나중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1. 나는 너무 남성적인 성향이 강한 남자는 잘 안 맞는다.

맞춰주는 편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아니었다. 나만의 착각이었다. 나는 생각보다 고집이 강하다. 사실 남의 삶에 개입하거나 잔소리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대신 내 삶을 바꾸라고 하면 매우 스트레스받아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내 삶에 집착하거나 너무 지도자적인 성격의 사람은, 두 개의 태양이 떠있는 것처럼 나랑 잘 맞지 않았다. 남성적인 면이 강한 남자들이 초반엔 매력적이다. 자기표현도 강하게 하고 관계를 주도적으로 리드하기 때문에 짜릿하고 멋져 보인다. 커리어적으로도 욕심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나도 그렇다. 커리어욕심 매우 많고 관계를 주도하는 게 편한 나는 시간이 흐를수록 이러한 관계가 불편했다. 또한 대부분의 지도자적 성격이 강한 남성들은 조금은 순종적이거나 통제되는 여성상을 선호하는 듯했는데, 적어도 나는 아니다.


2. 외적인 면모에 지나치게 집중했을지도.

오히려 20대 때에는 덜 그랬는데 20대 후반으로 넘어오면서 외모를 점차 많이 보게 되었다. 두 가지가 주요 원인이었을 텐데, 내가 전반적으로 사람의 외모에 관심이 많아졌고, 덩달아 체형, 패션, 헤어스타일 등을 섬세하기 보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외모를 보는 눈 ( 혹은 스타일을 보는 눈) 이 높아지면서 그런 이성들을 위주로 만나게 되었다. 또, 나도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면서 호감을 보이는 사람들의 외모 수준이 올라간 점도 영향이 있었을 것 같다. 만약 내가 외모를 많이 봐서 그런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았으면 연인으로 발전하지조차 못했을 테니. 어릴 때는 제발 외모 좀 보고 만나라는 소리도 들었는데 나이 들고 외적인 면을 많이 보게 되면서, 이상적인 연인의 모습을 그릴 때 외적인 조건의 비중이 올라갔다.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외모는 이성을 고르는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다만, 외적인 것이 직업, 성격을 다소 앞서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정말 후회했다. 크게 데었다. 그래서 이제는 성격을 정말 심사숙고해서 보게 되었다. 외모가 아무리 좋아도 성격이 안 맞거나 이상하면 다방면으로 고생한다는 사실을 여러 번 깨닫게 되었다.


그럼 어떤 성격을 선호하느냐?


3. 다정함도 지능이다.

다정해야 한다. 20대의 나는 다정함을 굉장히 무시했다. 지금은 다정함도 지능임을 안다. 물론! 일할 때는 난 엄청 다정할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가족사이에서는 다정함이 너무나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친구, 가족, 연인에겐 다정하려고 매우 노력한다. 엄마가 굉장히 지혜로운 말을 해주신 적이 있다. 때론 옳고 그름을 가리는 것보다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는 쪽이 가족 관계에선 더 장기적으로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고 했다. 어린 ENTP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사회생활에선 감정보다는 이성적인 면에 집중하는 것이 유리하고, 나는 이성적인 대화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었다. 그런데 연애를 하면서 엄마의 말이 이해가 됐다. 일을 잘하는 것과 가족과의 관계를 좋게 유지하는 방법은 다소 차이가 있다. 나는 일하듯이 연인을 찾았는데 (더 나은 조건, 더 멋진 외모 등) 이젠 조금 다른 면들을 많이 본다. 그중 하나가 다정함이다. 파생상품으로 ‘예의 바름’도 갖추어야 한다. 아랫사람한테 유독 툭툭 내던지듯이 말하는 남자들도 있는데, 나중에 가족들한테 그렇게 말할 가능성 높다고 생각한다.


4. 엉덩이가 가벼운가.

유부녀 언니들이 타고난 성향이 부지런한 사람을 만나라고 했다. 노력해서 부지런하고 날씬한 남자는 결혼하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면서 애초에 성향이 성실하거나 부지런한, 엉덩이 가벼운 남자가 결혼하면 최고라고. 그 말 이제 이해한다.


5. 여성을 동등하게 생각하는 남자

이건 조금 가치관에 대한 문젠데, 남초회사에서 일하다 보니 겉으론 남녀를 동등하게 대하는 듯 하지만 연차가 올라갈수록, 혹은 술자리나 사석에서 여성을 다소 열등한 존재로 언급하는 남자들을 꽤나 목격했다. 내 남편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난 매일매일 화가 치밀어 오를 것 같아서 안된다.


6. 개방적인 남자 / 세계를 무대로 살아갈 수 있는 남자

이건 어릴 때도 꼭 확인했던 점 중 하나. 해외에 살다 온 사람을 선호했던 이유 중 하나다. 다만 해외에 살았다고 해서 꼭 다양한 인종, 문화에 대해서 오픈마인드는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새로움에 거부감이 너무 큰 사람은 아녔으면 좋겠다. 내가 새로움을 사랑하는데, 상대방이 너무 힘들어하면 괴롭지 않을까. 다만 이건 성적인 것, 경제적인 것에서 지나치게 개방적인 건 반대~  내가 말하는 건 세계 그 어느 사람과도 열린 마음으로 대화할 수 있는 생각이 열린 남자다. 한국에서만 살 거고 지나친 안정지향주의자라면 나랑 애초에 안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


7. 감정 컨트롤이 잘 되는 사람

나이가 들면서 가장 추한건 감정 컨트롤이 잘 안 되는 사람이다. 나도 감정 표현이 많은 스타일이지만 그걸로 충동적인 결정을 내리지는 않는다. 감정 표현도 부정적인 표현은 최대한 안 하려고 노력하는 편. 징징대거나 불평불만이 많거나 투덜대는 스타일은 대화하면 피곤해서 피하게 된다. 물론 힘들 일 있거나 피곤하면 살짝 그런 모습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 정도를 말하는 게 아니라 밖에서 받은 화를 집안에 풀 것 같은 사람을 애초에 거르고 싶은 것이다.


8. 너무 계산적이지 않은 사람

연애를 할 때마다 나는 많이 내어주고자 했다. 나의 연애지론은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그 사람에게 좋은 흔적을 남기자 “. 그래서인지 내가 가진 것들을 많이 알려주고 내게 있는 사랑을 최대한 베풀고자 한다. 그걸 악용해서 데이트 비용도 안 내고 항상 얻기만 하는 사람이 있었다. 이렇게 내어주는 연애를 하다 보면 상대는 빠르게 자신의 민낯을 보이는 법이다. 지나치게 계산적인 모습을 보이는 그 사람을 보면서 나는 점차 지쳐갔고, 오히려 아낌없이 내주었기 때문에 미련 없이 정리할 수 있었다. 그 사람은 나중에 몇 번이고 연락이 왔다. 나를 잊을 수 없다며….. 친구들은 나한테 왜 바보 같이 자선행사하듯 내어주냐고 했지만 덕분에 나는 아주 빠른 시간에 그 사람을 정리할 수 있었고, 더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었다. 다만 오래갈 인연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나는 여전히 연애를 하면 내 것을 조금 더 내어줄 생각이다. 다만 이젠 내 것을 내어줬을 때 상대방도 자신의 것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지나치게 계산적이지 않는 사람 둘이 만났을 때, 더 만족스럽고 감정이 덜 상하는 연애를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네 것, 내 것을 지나치게 나누지 않는 여유가 있는 남자를 만나고 싶다.


메타인지가 잘되어 있는 사람이 결국 행복하다.

연애를 하면 할수록 결국 나에 대해서 더 많이 알아야 나의 배우자도 잘 고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연애를 하면서 상대방보다 나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가는 기분이다. 이렇게 하나하나 나만의 정답지를 만들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내 인생의 배우자가 될 사람을 만날 때 더 잘 알아볼 수 있겠지.


솔직히 본능적으로 끌리는 스타일과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어서, 아직은 이런 나랑 잘 맞는 남자를 만나면 끌림을 강력하게 느끼지를 못한다. 머릿속 내 남자의 이미지는 아직 강렬하고 리더상에 가깝기 때문인 것 같다. 성격적으로 잘 맞을 사람은 초반에 나와의 싸움을 거쳐야 호감이 상승하는 편. 어색해서 그런 것이라 생각하고 또 경험을 쌓아 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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