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바빠 현대사회'에서 벗어나기 위한 Not to-do List
나는 혼자 사는 직장인이다.
혼자 사는 자취생이면서 동시에 직장인이면 항상 해야 할 일이 많다. 게다가 나는 자기 계발이나 취미생활도 중요하기 생각해서 더더욱 바쁘게 산다.
부모님이랑 살 땐, 엄마가 빨래도 해주고 설거지고 해 주고 음식물쓰레기도 버려주고 빨래도 적당한 타이밍에 돌려서 다림질까지 해서 내 옷장에 걸어주셨기에 집안일에 투자할 시간이 없었다. 게다가 요즘엔 재택근무로 인해 삼시세끼 내가 밥해야 하는 날이 늘어났다. 요리를 안 하고 간편식을 먹어도 뭐 먹을지 고민하고 장보고 설거지하고 쓰레기 버려야 한다. '먹기'만 하면 되는 생활은 끝났다.
회사에는 적어도 40시간, 최대 52시간은 앉아있어야 하고, 재택근무 안 하면 출퇴근하는 시간, 치장하는 시간, 치장하는 걸 지우는 시간 등이 소요된다. 재택근무를 하는 날은 조금 낫지만 순 근로시간이 일주일 168시간 중에 23% 이상을 차지한다. 나는 심지어 롱 슬리퍼( long-sleeper)로 살고 있기 때문에 하루 8시간은 자야 한다. 깨어있는 시간이 112시간 이하임을 생각하면 일하는 시간이 굉장히 길다고 할 수 있겠다.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에 우리는 친목도 다지고, 취미도 하고, 운동이나 독서, 자격증 공부 같은 자기 계발도 해야 한다. 만약 아이가 있다면 거의 개인 시간은 없다고 보는 것이 무방한 것 같다. 주변에 육아하면서 맞벌이하는 부부를 나는 진심으로 존경한다. 언젠가 나도 그런 생활을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끔찍할 정도다. 다시 내 얘기로 돌아와서 나는 원래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라 취미도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다. 다행히 친구가 엄청 많은 스타일은 아니라서 친목에 들어가는 시간은 적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항상 바빴고 지금도 바쁜 편이다. 작년 나의 별명은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였으니까.
그래서 내가 더 미니멀리즘 철학에 끌렸던 것 같다. 항상 시간에 쫓기면 스트레스 받으면서 또 일을 벌이는 나 자신을 조금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달까? '모든 걸 하지 않아도 괜찮다.' 아무도 나에게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없던 것 같다. 우리 사회에는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 는 식의 조언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다들 바쁘게 살면서도 무언가 놓치고 있다고 생각하며 사는 것 같다. 주변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다들 '아, 이거 해야 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게으르지?'라는 생각 굉장히 많이들 하고 있더라.
2021년에는 조금 더 'XX 해야지, 이것도 저것도 다 해야 해'라는 마음은 내려놓고, 몇 가지 핵심적인 일에만 집중해서 내 시간을 채워보려고 한다. 의도적으로 휴식하는 시간도 가질 것이다. 모든 걸 하려고 하면 어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걸 지금의 나는 안다. 머릿속이 해야 할 일들로 복잡하면 그 무게에 기선제압 당해서 막상 시작도 하기 전에 KO를 외치고 넷플릭스나 보게 되는 악순환이 일어나더라.
이것의 해결책은 '하지 않을 일'을 정하는 것이다. To do list가 아니고 Not to do list를 작성해보자. 생각보다 하지 않아도 큰일 나지 않는 일들이 많다. 기존의 강박과 편견에서 벗어나는 유연함을 가지고 모든 행위를 한 번씩 점검해보자. 나의 Not to do list에는 '다림질 필요하지 않은 옷을 구매해서 다림질하지 않기', '넷플릭스/TV 보지 않기', '취미생활 늘리지 않기', '필요없는 술자리 가지 않기' 등이 있다. 나중에 마음이 바뀔 수는 있지만 당장 내 삶의 핵심에 있는 것이 아니면 하지 않는다.
올해는 '바쁘다바빠 현대사회' 보다는 '알차다알차 현대사회'의 내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