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2025년에만 작가 채사장의 북토크 두 번째 참석했다. 이번에는 선릉역의 유명한 서점인 최인아 책방에서 진행되었다. 여전히 그의 북토크에 참석한 경험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사유의 흐름 속에 잠시 몸을 맡긴 듯한 느낌이었다. 그의 신간 <지대넓얕 무한>에서 다루는 철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인 개념들이 작가의 목소리를 통해 보다 생생하게 전달되었고, 그 과정에서 내 사고의 경계도 확장되는 듯했다.
북토크의 초반부에서는 현실 너머라는 주제로 시작되었는데, 현실 세계가 본질적으로 이분법적인 구조를 지닌다는 점, 그리고 철학, 과학, 예술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탐구하는 것이 이 책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임을 설명했다. 특히 절대주의와 상대주의라는 관점에서 사람들이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이 어떻게 나뉘고, 그것이 역사와 윤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이후 이야기는 점점 더 깊어져 우주와 자아의 동일성, 세계와 자아의 관계로 이어졌다. 우주의 끝에 가면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는 작가의 설명은 전통적인 유물론적 세계관과 대비되는 흥미로운 시각을 제공했다. 또한 “나는 누구인가?”, “세계는 무엇인가?”, “나와 세계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라는 철학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들을 중심으로 그의 책이 구성되었음을 강조했다. 특히 깨달음에 대한 협의적 의미와 광의적 의미에 대한 설명은, 우리가 어떤 맥락에서 깨달음을 논하는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불교적 세계관뿐만 아니라 철학적, 과학적 사고에서도 중요한 개념이라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텅 비어 있음과 완벽한 진공의 상태에 대한 이야기였다. 작가는 텅 빈 상태가 단순한 무(無)가 아니라, 무엇인가 발생할 가능성이 내재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는 물리학에서 말하는 진공의 개념과도 맞닿아 있어, 철학과 과학이 결국 같은 질문을 다른 방식으로 풀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소리의 원리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감각의 작용을 철저하게 분석하며, 우리가 듣는 소리와 인식하는 세계가 결국 의식과 연결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없다의 의미를 설명하는 대목과 맞물리며, 존재와 비존재의 개념을 다시금 성찰하게 만들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논의는 더욱 인간의 삶과 연결되었다. 프리랜서의 일과, 사랑하는 사람의 관심, 삶을 제대로 살아가는 방법 같은 질문에 대한 답변은 일견 가벼운 듯 보이지만, 결국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으로 귀결되었다. 특히 “삶을 제대로 살아가는 것이 깨달음보다 더 중요하지 않나?“라는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깨달음이라는 것이 단순한 관념적 목표가 아니라, 실제 삶 속에서 실천해야 하는 무엇임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책을 출간하는 이유와 깨달음에 대한 질문에서는 언어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작가의 노력과 철학적 탐구가 엿보였다. 언어는 폭력적일 수도 있고, 때로는 한계를 지닐 수도 있지만, 결국 우리가 사유를 확장하고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라는 점을 다시금 상기하게 되었다.
북토크를 마치고 나니, 책을 읽을 때보다도 더 깊은 이해가 생긴 것 같았다. 채사장 작가 특유의 논리적이면서도 사색적인 화법이 철학적 주제들을 어렵지 않게 풀어주었고, 기존의 사고방식에 균열을 일으키는 질문들을 던져 주었다. 단순히 책을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라, 한 편의 강연처럼 느껴졌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고, 이후 다시 책을 펼쳤을 때 그 의미가 더욱 깊게 다가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