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뺑이로 학교가 갈리던 학창 시절, 어떤 친구와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함께 다녔다.
그는 내게 둘도 없는 죽마고우, 십년지기였다.
애초에 활달했던 그 친구는 소극적인 나의 내면을 이끌어내며 흔들던 친구였다.
게다가 국민학교 시절부터 다른 친구들에 비해 철학적인 친구였다.
지금 와서 보면 개똥철학이지만 말이다.
대학시절에 그와 내가 주축인 그룹사운드 밴드를 결성했다.
연습을 해서 공연을 했다.
내가 기타 연주를 하고 그가 노래를 했다.
그야말로 손가락에 터지도록 피나게 연습해서 그와 공연했던 첫 곡이 신해철의 [날아라 병아리]다.
병아리 얄리의 죽음으로 삶과 죽음을 배운 노래다.
그 친구의 선곡이다.
지금 와서 가사를 읽어 봐도 역시나 대단한 곡이다.
그 친구는 서른 즈음에 세상을 떠났다.
해철이 형도 세상을 떠났다.
희귀병을 앓던 친구라서 죽음을 예감했지만, 그럼에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사실 글 쓰는 직업은 그의 꿈이었다.
어쩌면 나는 그 친구가 없이 오랜 세월이 지나서 그의 꿈을 대신 만들고 싶어 했는지도 모른다.
숙명이고,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가사를 필사하고 좋아하는 해철이 형 라이브 버전 링크를 걸고 짧은 글을 마친다.
-가사
육교 위의 네모난 상자 속에서..
처음 나와 만난 노란 병아리 얄리는
처음처럼 다시 조그만 상자 속으로 들어가..
우리 집 앞뜰에 묻혔다.
나는 어린 내 눈에 처음 죽음을 보았던..
1974년의 봄을 아직 기억한다.
내가 아주 작을 때
나보다 더 작던 내 친구
내두손 위에서 노래를 부르면
작은 방을 가득 채웠지
품에 안으면 따뜻한 그 느낌
작은 심장이 두근두근 느껴졌었어
우리 함께 한 날은
그리 길게 가지 못했지
어느 날 얄리는 많이 아파
힘없이 누워만 있었지
슬픈 눈으로 날갯짓하더니
새벽 무렵엔 차디차게 식어있었네
굿바이 얄리 이젠 아픔 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고 있을까
굿바이 얄리 너의 조그만 무덤가엔
올해도 꽃은 피는지
눈물이 마를 무렵
희미하게 알 수 있었지
나 역시 세상에 머무르는 건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한 말을 알 수는 없었지만
어린 나에게 죽음을 가르쳐 주었네
굿바이 얄리 이젠 아픔 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 고 있을까
굿바이 얄리 너의 조그만 무덤가엔
올해도 꽃은 피는지
굿바이 얄리 이젠 아픔 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 고 있을까
굿바이 얄리 언젠가 다음 세상에도
내 친구로 태어나줘
https://youtu.be/_XGDMzIihCo?si=goYdGUsGaGG2I4I4
십년을 같이 한 친구를 떠나보내신 그 심정이 얼마나 아프실까요? 친구분께서 이제는 병아리처럼 파란 하늘을 편하게 날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각자 성장해서 함께 날고 싶었기 때문에 더욱 생각나네요. 격려의 말씀 감사합니다.
그립네.
얼마나 마음 아펐나?
기도만이 절절한 마음을 전하는 길이네.
네 맞아요. 마음이라도 전달하기 위해 항상 기도 합니다.
@부소유
이젠 세상뜬 찬구들이 너무 많아서 하루하루 더욱 감사드릴뿐이랍니다.
저도 이 노래를 무척이나 좋아한답니다.
가끔씩 남편이 불러주면 끝까지 다 듣지도 못한 채 울고 말죠.
삶과 죽음...
그 엄숙한 순리 앞에서
저는 오늘도 겸허해지고 싶습니다.
제 생이 그리 얼마 남지 않다는 걸 저도 알고 있거든요.
작가님,
친구분의 소중했던 꿈,
꼭 작가님께서 대신해서 이뤄주세요.
친구분도 아마 그러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을 거예요.
어린시절에는 몰랐는데 알고보면 참 무겁고 아픈 노래죠..ㅠㅠ
저도 이 노래를 부르거나 흥얼거리면 눈시울이 붉어진답니다.
삶과 죽음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것을 생각하면서 더더 좋은 하루를 보내야하지 않나 싶어요.
응원과 댓글 달아주시고 격려의 말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님은
이 노래는 언제나 가슴으로 부를 수 밖에 없겠습니다.
친구분은 병아리가 되어 아픔 없는 곳으로 날아간거네요.
작가님이 오늘 글로 친구분을 데려오셔서 기뻐 하실듯요.
맞아요. 가슴으로 부르는 노래에요.
옆에 있을 때는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이제는 다시 만날 수 없는 현실이라서 더 그리운것 같아요.
그래도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며 하늘을 바라보며 오늘 하루를 기쁘게 살아가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