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보다 월세> 저자 성선화 인터뷰
내 나이 스물다섯에 만났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이런 말을 했다. “돈은 모으는 것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 별것 아닌 이야기 같지만 그 순간엔 무언가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큰 충격을 받았다. 매번 돈이 생기면 ‘돈을 이렇게 모으고 저렇게 모아야지’라고 생각했으면서 단 한 번도 내 소비습관에 문제가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재테크의 여왕’이라 불리는 성선화 기자 역시 마찬가지다. 믿기 어렵지만, 그녀 역시 쓸데없는 지출로 인해 통장의 돈이 어떻게 새어나가는 지도 모른 채 지냈던 시절이 있었다.
<결혼보다 월세>는 그 시절을 살았던 과거의 자신이 어떻게 현재의 모습으로 탈바꿈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 기록한 책이다. 말하자면 ‘어떻게’가 아닌 ‘왜’에 주목한 것이다. <월세의 여왕> <재테크의 여왕>처럼 실질적인 팁에 주목했던 것과는 방향이 조금 달라 이전의 책을 기대하는 이들이라면 조금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먼저 ‘지금 나에게 재테크가 왜 필요한 가’에 대한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책 곳곳에는 그동안의 시행착오가, 깨달음이, 재테크를 바라보는 마인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합리적 소비’가 곧 ‘나의 자긍심’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어리둥절한 이들이라면 더더욱 이 책을 권하고 싶다.
Q <결혼보다 월세>는 20~30대 여성들이 공감할 만한 내용이 참 많았어요. <빌딩부자들> <월세의 여왕> <재테크의 여왕>과는 또 달리 ‘재테크’ 자체에 대한 동기 부여가 되는 이야기도 많았고요.
<결혼보다 월세>는 굉장히 새로운 도전이에요. <월세의 여왕>이나 <재테크의 여왕>과는 조금 다른 게, 실질적인 팁을 많이 드렸다면 이번 책에서는 재테크 동기를 유발하는 ‘마인드 서적’에 가까워요. 어찌 보면 호 불호가 갈릴 수 있겠죠. 심층적으로 재테크에 대해 지적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담은 그런 책이에요.
Q 말하자면 ‘재테크의 필요성’에 더욱 주목한 책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경제적 독립과 인생의 선순환 구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고 하셨는데 그에 대한 이야기를 좀 듣고 싶어요.
많은 분들이 그렇지만, 항상 새로운 나이대로 넘어가기 전에 어떤 두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마흔이라는 나이에 대한 두려움이 있고, 29세의 여성들은 서른이라는 나이에 대한 두려움이 있죠. 그 나이가 되기 전에 뭔가를 이뤄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잖아요. 저는 두 가지를 묻고 싶었는데요, 첫 번째는 ‘내가 쓸 만큼 충분한 돈을 벌고 있느냐’라는 것. 두 번째는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느냐’라는 것이에요. 사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자존감이 높아지는 건 아니더라고요.
심리적으로 봤을 때는 ‘통제’에서 오는 자신감, 자존감이 더 커요. 만약 살을 뺀다고 하면 ‘난 이걸 먹더라도 며칠만 열심히 운동하면 살을 뺄 수 있어’ 이런 자신감이 기조에 깔려 있어야 해요. 통제에서 오는 쾌감이라고 할까요? 내가 나를 컨트롤할 수 있다고 생각할 때 인간은 엄청난 ‘자긍심’이 생기는 것 같아요. 스스로를 높게 평가하게 되거든요. 그게 결정적으로는 ‘지출을 통제할 수 있다’로 이어져야겠죠. 저의 자신감은 한 달을 50만 원으로 살 수 있다는 것에 있어요. 적게 쓰면서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다는 거죠.
Q 지출에 있어 스스로를 컨트롤하기 위해 소비패턴을 과감히 변화시켰어요. 한 달에 100만 원 이상의 소비를 줄였다는 게 정말 놀라웠어요. 소비라는 게 곧 생활과 직접적인 연결이 되어 있다 보니 패턴을 바꾸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그렇죠. 꽤 오래 걸려요. 이건 마치 운동과 같은데요. 제가 예전에는 몸에 근육이 없이 그냥 삐쩍 마른 몸이었어요. 그런데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체력이 최우선이더라고요. 뭘 하려고 해도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잘 챙겨 먹고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해서 근육량을 늘렸어요. 얼마나 열심히 운동했는지 몰라요. 그랬더니 이제는 살이 쪄도 2~3kg은 금방 빼요. 이건 뭐냐면 정해진 밴드 안에서 몸무게가 왔다 갔다 하는 거예요. 소비 패턴도 이것과 똑같아요. 어떤 달은 30만 원을 쓸 수도 있고 어떤 달은 70만 원을 쓸 수도 있어요. 하지만 탄력성이 있어야 해요. 근육을 만들어서 자기 통제의 범위를 만들어 놓은 것처럼 이런 소비 습관을 체화시켜야 한다는 거예요. 그 소비패턴의 변화를 위해서는 개인적으로 1년 정도를 봐요. 의식하지 않아도 돈을 절약하는 단계가 되기까지의 시간이 그렇게 걸려요.
전 항상 돈을 쓰기 전에 세 번을 생각하는데, 돈을 써야 할 경우 그곳에서 할인받을 수 있는 카드를 사용하고, 그보다 더 저렴한 곳을 찾거나 하는 등의 방법을 활용해요. 요즘엔 소셜커머스도 활용할 수 있잖아요. 합리적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이미 습관이 된 거예요. 우리가 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저축이 기본적인데, 그러려면 쓸데없는 돈을 안 써야 해요. 쓸데없는 돈을 안 쓰려면 이런 식으로 계속 머리를 써야 하는 거고요. 짠순이게 되는 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어떻게 머리를 쓰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걸 끊임없이 시도해서 습관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 중요하고요.
Q 동기가 무엇이었나요? 전에 만났던 50명의 빌딩부자들을 보고 자극을 받은 면도 있다고 하셨는데, 또 다른 전환점이 있었을 것 같기도 하고요.
빌딩부자들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그리고 제 경험을 통해 느낀 게 있다면 ‘돈이라는 게 내가 벌지 않는 이상 내 돈이 아니다’라는 거예요. 그걸 어느 순간부터 확실히 깨닫고 그때부터는 마인드가 많이 바뀌기 시작했고 스스로 지출 관리를 하면서 변화를 시도했던 거죠.
Q 100일 동안 전국을 돌며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는 ‘월세의 여왕 100일 프로젝트’를 통해 월세 시스템을 구축하셨다고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종잣돈이 있어야만 재테크를 할 수 있다’라는 고정관념을 벗어난다는 발상의 전환이 저로서는 꽤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돈을 번다는 건 두 가지에요. 꾸준한 현금 흐름이 나온다는 것, 그리고 투자해서 시세 차익을 내는 것. 그런데 저는 돈을 벌 때의 목적을 ‘현금 흐름’에 둬야 한다고 생각해요. 과거의 부동산 투자 목적은 시세 차익에 있었지만 이젠 바뀌고 있거든요. 시세 차익은 주로 주식 투자 쪽인데, 그건 무조건 전문가에게 맡기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성공 확률이 높지 않을뿐더러 공부한다고 해서 누구나 다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영역이 아니거든요.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요. 무조건 전문가에게 맡겨야 해요.
초보자들에게 중요한 건 ‘잃지 않는 투자’를 해야 한다는 건데, 주식이나 펀드 같은 경우는 일반인이 하면 돈 벌기가 어려워요.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돈 버는 것에도 특화된 DNA가 있거든요. 제가 가진 DNA는 글 쓰고 말하고 취재하고 전달하는 능력이에요. 기자라는 직업에 적합한 DNA가 발전돼있는 거죠. 그것처럼 돈도 마찬가지예요. 내 감각만 믿고, 남의 말에 현혹돼서 투자하지 마세요. 그걸로 돈을 벌 것 같았으면 우리는 이미 그 많은 경제 서적을 읽지 않고도 돈을 벌고 있어야 해요. 돈 버는 것도 하나의 감각이에요. 마음먹는 것처럼 누구나 다 할 수 있고 노력한 만큼 돌아오는 건 ‘저축’뿐이에요.
재테크도 자기에게 맞는 궁합이 맞아야 해요. 부동산은 10명이 투자하면 8명이 대략 성공해요. 대략 성공한다는 것은 손해를 안 본다는 이야기죠. 그런데 주식은 10명이 투자하면 8명이 손해를 보고 2명이 엄청나게 벌어요. 확률이 뭐가 더 나은 거죠? 부동산이겠죠? 그래서 제가 일반인 분들께는 부동산을 추천하는 거예요. 웬만하면 실패는 안 하니까. 이걸 안정적인 자산 포트폴리오의 베이스로 까는 거예요.
Q 기자님은 이런 투자에 대한 감각이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시나요?
부동산 쪽으로는 남들보다 감각이 있다고 생각을 해요. 하지만 평균 수준인 거죠. 아주 단순한 거 있잖아요. 코스피가 1800선으로 갔을 때 들어갔다가 2000선 되면 다시 나오고 뭐 이 정도 수준이지, 특출난 감각이 있다거나 그렇지는 않아요. 그런 정도의 실력이 된다면 전 이미 기자를 안 하고 주식 투자 쪽으로 빠져 있었겠죠. (웃음) 기자를 하고 있는 것 자체가 딱히 그쪽으로 소질이 없으니까 그런 거예요.
Q 현실적이시네요.
그럼요. 뜬구름을 잡으면 안 돼요. 전 그런 사람을 제일 싫어해요. 재테크 하는 사람 중에서도 돈의 역사나 화폐의 기원부터 장황하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을 제일 싫어해요.
Q 또 강조하신 것이 ‘현장 경험의 중요성’인데, 기자님 역시 초반에는 부족한 경험으로 인해 분양권 사기를 당할 뻔하기도 하고 세입자와의 갈등을 겪었던 경험 등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바로 현장 경험인데 초보자들이 막막해하는 것은 ‘어떻게 할 것인가’잖아요. 어떤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모든 투자의 기본은 수요와 공급이에요. 수요가 확실하다는 것만 뒷받침된다면 가격은 안 떨어져요. 강남이라는 지역에 대해 호 불호가 갈리고 의견이 다른데 저는 강남을 좋게 보는 이유가, 이미 한국인의 수요만으로 충족시키는 걸 떠났다고 보기 때문이에요. 글로벌 수요라는 거죠. 특히 중국 수요. 제주도 땅값이 왜 오르겠어요? 중국 수요가 있기 때문인 거죠. 부동산의 기본적인 철칙은 ‘이 집에 누가 살 것인가’에요. 그리고 가장 유의할 것은 ‘그 주변에 내 집값을 갉아먹는 추가 공급이 있느냐’인 거죠. 추가 공급이 제일 안 좋은 거예요. 집을 한 채 사놨는데 내년에 그 주변에 집을 계속 짓는다 그러면 안 되는 거죠. 강남에 재건축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추가 공급할 데가 없으면 가격이 떨어질 수가 없어요. 수요, 그리고 추가 공급의 유무를 판단하는 것은 모든 부동산을 통틀어서 핵심이에요.
책에는 안 썼는데, 강남에 상가를 두고 있는데 메르스 사태로 인해 매출이 안 나오는 거예요. 지금도 월세가 몇 달 밀려 있는 상황인데, 이번 일을 겪고 느낀 게 상가 쪽은 변수가 너무 많다는 걸 알았죠. 아무리 잘 되는 곳이라고 해도 일순간에 망할 수 있고, 항상 리스크에 노출이 되어 있어요.
Q 주식 투자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조언을 한 마디 해주신다면요?
사실 못 맞추니까 사람이에요. 내 인생도, 우리의 삶도 예상하지 못한 대로 흘러가요. 주식이 그런 거예요. 예를 들어, 하나의 산이 있어요. 꼭대기에서 빗방울이 똑 떨어졌는데 얘가 바닥으로 흐를 것이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죠. 그런데 이 빗방울이 어떤 길을 통해 내려갈지는 아무도 몰라요. 나무에 부딪혀서 저쪽으로 튈 수도 있고 바위에 부딪혀서 이쪽으로 튈 수도 있고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어요. 왔다 갔다 하면서 결국 땅으로 내려오지만, 이 과정을 우리가 어떻게 예측할 것이냐에 대한 것이 주식과 같은 거예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거든요. 전 그걸 절대 믿지 않아요.
저는 ‘너도 하니까 나도 한다’라는 마인드가 제일 무서워요. 그게 아니에요. ‘너는 하지만 나는 못 해’가 맞아요. 특히 주식은 더 그렇죠. 부동산은 조금 리스크가 적을 수도 있어요. 공부한 만큼 성적 나오는 게 제일 좋겠죠. 부동산은 공부한 만큼 성적이 나올 수 있어요. 내가 이곳에 한 번 가보고 두 번 가보고 세 번 가보는 것이 다르고, 한 명에게 물어보고 세 명에게 물어보는 게 달라요. 그런데 주식은 그렇지 않다는 거죠. 그리고 정보의 접근성이 훨씬 더 떨어져요. 부동산 정보는 공인 중개사들에게 있죠? 기업의 정보는 어디에 있나요. 대표이사에게 있잖아요. 내가 이 대표이사를 믿고 이 기업에 투자를 하고 싶어요. 그럼 난 이 대표 이사를 만나야 해요. 그런데 대표이사는 한 명이고 투자자는 굉장히 많은데, 날 만나 주겠어요? 안 만나 준다는 거예요. 그러면 부동산 정보는 발품을 팔면 팔수록 더 많은 획득이 가능하지만, 주식은 아니에요. 정보의 종류가 달라요.
그리고 정말 중요한 거. 투자의 원칙은 시장 상황에 휘둘리면 안 된다는 것이에요. 글로벌 금융 위기 때도 돈 되는 부동산이 있었어요. 돈 되는 주식도 있었어요. 시장이 좋다고 내가 무조건 돈을 벌 수 있을까요? 시장과 나는 별개에요. 물론 영향은 받겠지만.
Q 통장 관리 비법도 공개하셨는데요, 사실 통장 잔고 50만 원에서 40개의 통장으로 불리는 것이 흔히 말하는 ’월급쟁이’들이 가능한 일일까 의구심이 듭니다. 그중에서도 소액으로 분산 저축하는 것을 추천하셨습니다. 이유는 뭔가요?
이런 거죠. 저도 한 번 통장을 해지한 경험이 있지만, 항상 중간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잖아요. 이직을 하면서 월급이 안 들어오던 때가 두 달 정도 있었어요. 당시에 30만 원을 한 통장에 넣지 않고 15만 원씩 나누어 넣고 있었는데, 그걸 해지했던 거죠. 그런데 만약 제가 한 달에 200만 원짜리 적금을 하나만 들고 있는데 갑자기 돈이 필요하다면 그 적금을 깨야 하는 거예요. 돈을 또 쓰게 될 수밖에 없어요. 소액 분산은 이렇게 갑작스러운 변수나 효율적인 지출을 위해서 추천을 하는 거죠. 사실 소액 분산을 추천하지 않는 분도 있어요. 그럴 바엔 비상금 통장을 따로 만들어 놓으라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건 개인의 취향인 것 같아요.
Q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재테크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이 많아졌는데 ‘<결혼보다 월세>는 재테크를 위한 마인드 서적과 같다’라는 이야기를 하신 것처럼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제가 <결혼보다 월세>를 쓴 가장 큰 목적 중에 하나는 일하는 여자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것이었어요. 현재 30대 여성들의 경제 활동 참여율이 51%밖에 되지 않아요. 선진국은 75%에요. 정말 많은 분들이 자신의 꿈이나 미래를 양보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해요. 분명 가정을 이룬다는 것이 자신의 행복인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거예요. 저와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함부로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어쩔 수 없이 자신의 꿈을 양보한 분들이 있다면 다시 자신의 꿈을 좇았으면 좋겠어요. 나만의 것을 집요하게 파고들어서 남들이 할 수 없는 나만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책을 보고 자신의 삶에 대해 조금 더 욕심을 갖고 ‘나만의 커리어를 가져야겠다’라고 생각하는 분이 한 분이라도 있다면 정말 큰 보람을 느낄 것 같아요.
취재: 임인영(북DB 기자) ㅣ 사진 : 기준서(스튜디오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