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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Dec 22. 2015

‘꿈꾸는 소녀’ 안시내가 그린 무지개빛깔 아프리카



안시내의 <우리는 지구별 어디쯤>은 스물세 살의 저자 안시내가 아프리카의 낯선 땅으로 떠나 받은 위로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141일간의 첫 번째 세계여행기를 <악당은 아니지만 지구정복>이란 책으로 펴낸 안시내의 다음 행선지는 아프리카였다. 그는 아프리카 여행 후원자들을 그린 티셔츠를 입거나, 스케치북에 그들의 얼굴과 좌우명을 담고서 아프리카를 여행했다. 우리에겐 아직은 미지의 세계인 아프리카에서 그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안시내가 말하는 꿈과 도전, 글쓰기에 대해 귀기울여보자.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청춘의 한복판에 서 있는 23세 여대생 안시내입니다. 아직은 작가라는 호칭이 부끄럽고 낯간지럽지만 그 두 글자를 듣기만 해도 황홀해지며 가슴이 뛰기 시작하는 걸 보면 작가로 살아가고 싶은 꿈을 품은 것이 분명한 청년입니다. 초보 여행자이자 초보 글쟁이예요.

Q 작가가 된 계기와 본인 작품의 특징이 있다면?

페이스북에 여행을 다니면서 글을 올리던 게 초석이 됐어요. SNS는 제 일기장인 동시에 제 친구이기도 했어요. 저에게는 제가 하는 이야기들을 들어줄 사람들이 너무나 간절했어요. 여행을 시작함과 동시에 그날 있었던 일들과 제 마음속의 이야기들을 페이스북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독자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어요. 올릴 때마다 달리는 댓글들이 저에겐 참 위안이 됐어요.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요. 제 이야기를 보고 용기를 얻어서 떠난다는 사람들을 보며 저는 그분들에게 계속해서 이야기를 들려줄 용기를 얻었죠. 물론 집에서 걱정하시는 어머니에게 잘 다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기도 했고요.

첫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한 작은 출판사로부터 출간 제의가 들어와서 바로 수락했어요. 저희 어머니께서 제 나이쯤 신춘문예에 등단하셨는데 혼자서 저와 오빠를 키우시느라 더 이상 작업을 하시지 않았고, 결국 책을 내겠다는 꿈을 접으셨거든요. 어머니의 간절한 꿈이 저한테까지 전달돼서 저도 책을 꼭 내고 싶었어요. 

제 작품의 특징이자 장점은 솔직하고 쉬운 것이 아닐까 싶어요. 처음에는 ‘왜 나는 쉬운 글밖에 못 쓸까’ 내 능력에 움츠러들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독자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걸 알았고 늘 솔직하게 쓰려고 노력해요.



‘신춘문예 등단’ 어머니, 작가 꿈 접어... “간절한 꿈이 내게 전달” 

Q 신간 <우리는 지구별 어디쯤>은 아프리카 여행 이야기인데, 왜 하필 아프리카를 택했는지, 이 여행을 계획하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지난 여행에서는 북아프리카 지역을 두 달간 여행했어요. 모로코와 이집트를요. 특히 이집트에서 남아공에서부터 올라온 배낭여행자들과 대화를 많이 했는데, 엄청난 호기심이 생겼죠. 북아프리카 지역을 정말 재미있게 여행해서, 더 재미있다는 ‘아래쪽’이 궁금하기도 했고, 아프리카 하면 ‘검은 대륙’, ‘가난’, ‘기아’, ‘빈곤’ 이런 것들만 떠오를 만큼 정보가 없어서 아프리카의 민얼굴이 궁금했어요.

그리고 정말 나라마다 색깔이 달랐어요. 무지개빛깔. 근데 대부분 아프리카라고 하면 남아공, 세네갈, 탄자니아 이런 식으로 따로 보는 게 아니라 뭉뚱그려서 그냥 아프리카라고 표현하잖아요. 직접 가서 나라마다의 색깔을 알아가는 게 참 설레고 좋았어요. 물론 고생도 엄청 했지만요.

Q 아프리카로 떠나기 전부터 그곳 아이들을 위해 이 책의 인세 전액을 기부하기로 한 이유는 뭔가요?

이게 유행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공정여행. 아프리카는 다이내믹한 매력과는 다르게 곳곳에 가난이 존재했어요. 그곳에서 꿈을 꿀 수조차 없는 친구들을 많이 만났고, 작은 힘이지만 보태고 싶었어요. 몇 명을 도와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수가 적더라도 그 친구들한테는 인생이 바뀌는 거잖아요. 저는 좀 더 큰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서 아동교육 쪽에 기부하는 걸로 결정했어요.

Q 책에는 싣지 못했던 내용 중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탄자니아에는 일본인 여행자가 정말 많았어요. 한 일본인 여행자랑 친해졌는데, 그 친구가 해준 이야기가 생각나요. 그 친구가 만난 한국인 여행자 중에 17살짜리 남자애가 있대요. 심지어 자기 돈으로 여행을 왔다 그래서 그게 말이 되냐고 물어봤더니, 그 친구를 몰래 찍은 사진이 ‘일간베스트’라는 사이트에 올라갔는데 사람들이 엄청나게 악플을 달았나 봐요. 그걸 다 신고해서 모은 돈으로 여행을 온 거예요. 속상해하는 게 아니라 여행을 떠날 수 있게 해준 일베에게 감사한다면서, 엄청 즐겁게 장기여행 중이래요.

저는 악플을 보면 그냥 바보처럼 속상해만 했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와, 진짜 대단한 멘탈이다. 다음 여행엔 나도…?’라고 생각하며 친구와 웃으면서 악플에 대한 상처를 털어냈어요. 사실 아프리카에서는 하루하루가 워낙 다이내믹했기 때문에 다 기억에 남아요.

Q 작가님은 배낭여행도 하고, 책도 내시는 등 남들이 살면서 꼭 해보고 싶은 것들은 많이 이루신 것처럼 보여요. 작가님이 20대 때 꼭 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는 뭐가 있으신가요?

저는 해보고 싶은 게 진짜 많아요. 이 세상의 모든 경험들은 글쓰기의 경험치가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다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우선, 청춘의 정점은 연애라고 생각해서 미친 듯이 사랑해보고 싶어요. 정말 죽을 만큼 힘들고 그런 거요. 참 철없죠? 그런 연애를 한번 해보면 더 진득한 글이 써지지 않을까 싶어요. 저를 꿈꾸게 해준 영화 ‘김종욱 찾기’,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비포 선라이즈’처럼 여행 중에 한여름 밤의 꿈 같은 달콤한 사랑에 빠져보고 싶기도 해요.

또 가보지 못한 곳도 가고 싶어요. 배낭여행자의 블랙홀 파키스탄의 훈자 마을이라든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길이라는 카라코람 하이웨이, 시베리아 횡단열차 타고 동유럽 가는 것도 재밌을 것 같고요. 그리고 세계의 산들을 다 정복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이번 여행에서 킬리만자로산 정상을 등반했을 때의 희열, 올라가는 길의 설렘, 지독한 힘듦까지 다 그리워요. 우선 히말라야부터 목표로 하고 체력을 좀 다지려고요. 제 체력으로는 여간 힘든 것이 아니더라고요.

이것저것 다 해볼 거예요. 어쨌든 나중에 무엇을 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분명 엄청나게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있을 거라고 저는 믿어요.



“여행 중 ‘한여름 밤의 꿈’ 같은 달콤한 사랑에 빠져보고 싶어”

Q 작가님에게 글쓰기란?

사실 저는 글을 그다지 잘 쓰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정말 사랑해요. 그 어떤 종류의 글이라도, 쓸 수 있는 건 정말 다 좋아요.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습작을 하긴 했어요. 매일 하나의 주제로 콩트를 썼죠. 우연히라도 친구들에게 들키면 천방지축인 제 성격을 아는 제 친구들은 엄청나게 비난하고 조롱했어요. 하지만 고작 그런 이유로 글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할 자신은 없었어요. 왜냐하면 글은 가장 ‘나’일 수 있는 거거든요. 글 속에서의 저는 비로소 솔직할 수 있어요. 글이 아닌 진짜 세계에서의 저는 스스로를 드러내기가 부끄러워 항상 가면을 쓰고 살아왔고, 지금도 종종 그러거든요.

글을 쓴다는 것은 내 머릿속, 가슴속 그리고 세포 하나하나에 있는 모든 감정들을 다 토해내는, 그런 행위라고 생각해요. 말로는 몰라서, 그리고 부끄러워서 내뿜지 못했던 내 가슴속의 그림들을 글에서는 자유롭게 펼쳐나가요. 고민이 많아서 머릿속에 엉킬 때도 글로 정리하면 조금씩 정리되고 기분도 나아져요. 참 신기하죠. 글 쓰는 것은 만화책 읽는 것 다음으로 사랑하는 취미예요. 계속해서 써갈 거예요. 점점 더 나아지되, 솔직함을 읽지 않는 그런 글을 써가고 싶어요.


Q 작가로서 어떤 길을 만들어가고 있나요?

사실 저는 아직 꿈꾸는 소녀예요. 그래서 쓰고 싶은 글들이 너무도 많은데, 지금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좋아하는 것이 여행이라 20대에는 계속해서 여행에 관한 글을 써가고 싶어요. 사실 작가라고 하기에는 역량도 부족한데다가, 영상도 많이 찍고 강연도 하고 이것저것 많이 해요. 원해서 하는 건 아닌데 솔직하게 말하자면 작가로만 먹고살기에는 세상이 너무 팍팍하더라고요. 얼른 열심히 일해서 저축하고 생활이 안정된 뒤에는 정말이지 글만 쓰고 싶어요. 물론 언제나처럼 SNS를 통해 꾸준히 소통하면서요. 

제가 미대생이라서 30대에는 예술사에 관한 글을 쓰고 싶고, 연애사업도 열심히 하는지라 연애 칼럼니스트도 되고 싶고요. 50대에는 동화작가가 되고 싶어요. 인도 여행 중 만난 50대 동화작가 부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단어 하나, 문장 하나가 너무나 아름다워서, 저도 동화작가가 되면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그리고 60대가 되면 다시 여행을 떠날 거예요. 언젠가 제 입으로 작가라고 말해도 부끄럽지 않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Q ‘내 인생의 책 한 권’이 있다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최진영 작가의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이란 책이에요. 사실 학창시절에는 꽤 불량학생(?)이라 도서관에 공부하러 간다고 거짓말 치고 하루 종일 책만 읽었어요. 제가 고3 여름방학 때 읽게 된 책인데, 저는 책이나 영화를 보다 ‘일부러 울려야겠다’라는 작가의 마음이 보이면 그때부터 눈물이 메말라갔거든요. 그래서 그 어떤 걸 보고도 한 번도 울어본 적이 없던 제가 도서관에서 우연히 그 책을 집어들었다가 엉엉 울고만 거예요. 감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짜릿한 전율이 온몸을 타고 흘렀어요.

그대로 대출해서 집으로 달려가 엄마한테 보여드렸더니 처음엔 또 공부 안 하고 책 읽었냐고 혼내셨다가 그걸 읽고 엉엉 우시는 거예요. 우리 모녀를 쥐락펴락한 책이었죠. 그때부터 최진영 작가님의 팬이 돼서 나오는 모든 책을 다 읽고, 출판사에 전화해서 북콘서트나 사인회 예정 없냐고 물어보기도 했는데 없더라고요. 죽기 전에 한 번만 만나보는 게 꿈이에요. 여행기 중에는 <온 더 로드>를 가장 감명 깊게 읽었던 것 같아요. 카오산 로드에 대한 환상을, 배낭여행자에 대한 환상을 품게 만들어준 책이었거든요.


Q 본인의 책을 읽을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담 갖지 말고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아프리카랑은 많이 다를 거예요. 저 역시 떠나기 전엔 아프리카에 대해서 갖가지 편견을 가지고 있던 것처럼요. 하지만 제가 발로 디딘 아프리카는 생각보다 따스하고, 다정하고, 커피향이 물씬 나는 그런 곳이었어요. 여느 여행지처럼요.

여행 중 모기에 물려가며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글을 쓰기도,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좋아하는 카페에서 글을 쓰기도 했어요. 여러분도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한 단락을 보고, 잠시 눈을 감고 그곳을 그려가 줬으면 좋겠어요. 자기 전 침대에서 읽다 잠에 들어도 좋고요. 제가 느낀 아프리카는 무지개빛깔이었는데, 여러분께는 어떤 색으로 다가갈지 궁금해져요. 딱히 멋들어진 구절이나 아름다운 미사여구가 있는 글은 아니지만 잔잔하게 써 내려간 글들이 부디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만들면 좋겠어요.



사진 : 안시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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