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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Sep 27. 2016

지식인과 직장인 사이... '기자'를 말한다

위기 속의 언론과 언론인...현실과 해법을 이야기하는 책들

            

"우리나라는 집단주의 문화, 수직적인 서열 문화가 강한 사회인데 선배나 상사가 뭘 부탁하면 거절할 수가 없잖아요. (줄임) 그럴 때 '노'(NO)라고 할 수 있는 법을 만들자 싶었죠." –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2015. 12. 7. 북DB 인터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우여곡절 끝에' 9월 28일 시행된다. 여러 논란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언론인들의 반발이다. 언론인이 그 대상에 포함되는 것에 대한 반발부터, '식사 3만 원-선물 5만 원-경조사비 10만 원'이라는 규정에 대한 반발까지. 때로는 '선물용 농수산물 가격 폭락'이나 '고급 음식점 폐업' 등 우회적인(?) 명분을 들기도 했다.


하지만 여론은 '공짜밥'에 익숙한 기자들에게 오히려 뭇매를 가했다. 이참에 언론계의 비뚤어진 접대문화와 정-재계와의 검은 유착관계를 끊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부패 청산의 표적이 된 기자들. 시대의 목격자, 진실의 기록자로 살던 기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한국 언론과 언론인들의 위기는 그것만이 아니다. 갈수록 언론인의 수명이 짧아지는 조로(早老)현상, 언론인의 사명을 버리고 '보도업체 종사자'가 돼버리는 '직딩'화, 신문의 몰락과 함께 찾아온 '스마트' 미디어의 도전,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선정화와 연성화 문제까지. 언론의 위기 속에 기자는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가. 그 현실과 해법을 이야기하는 책들을 소개한다.


2016년 대한민국에서 '기자'로 산다는 것


기자는 사회적 선망에 비해 이직률이 높은 직종이다. 밖에서 보이는 밝은 면 못지않게 안으로 드리운 그림자도 꽤 깊고 어둡다는 말. 단순히 박봉에 긴 노동시간, 과도한 취재경쟁 등으로는 표현되지 않는 '무언가'가 기자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기자는 무엇으로 사는가>(한국기자협회/ 포데로사/ 2016년)는 대한민국 기자들의 '오늘'을 정면으로 다룬 삶의 기록이다. 가슴속에는 ‘진실보도’라는 소명의식을 여전히 품고 있지만, 매일매일의 일상에서는 상명하복의 조직문화에 상처받고 자본과 권력의 줄다리기 속에서 눈치 보며 번민하는 월급쟁이 소시민. 한국기자협회는 6개월간 130여 명의 현장 기자들을 만나, 그들의 고민과 열정, 희망을 듣고 이 책 속에 담았다. ‘기자정신’의 이면에 존재하는 현실의 부끄러운 속살까지 모두 공개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는 ‘진짜 기자’의 길에 대해 모색했다.


'자신만의 콘텐츠 부재'가 문제였다. 선배들은 '최소 5년 차까지는 자신이 발전시킬 만한 전문성이 무엇인지 찾고 기초를 다져 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쏟아지는 리포트를 소화하는 데만 급급했지 별다른 고민을 해 오지 않은 터라 막막하기만 했다. 간부들의 질책에 자신감은 나날이 떨어졌고,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 그는 사표를 내기로 결정했다. 그는 "단독 하나 때문에 사람들을 속이고 비굴해지는 나 자신을 발견했을 때 ‘이건 아니다’란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 <기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24~25쪽


그렇다면 '진짜 기자'란 누구인가. 진짜다 가짜다 섣불리 단정하는 것은 조심해야겠지만, 많은 사람들의 존경과 응원을 받는 기자들을 살펴보면 '진짜 기자'란 누구인지 감을 잡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한국 탐사보도저널리즘을 대표하는 언론인, '뉴스타파' 최승호 PD는 그중 한 명이다. MBC 간판 시사보도 프로그램 'PD수첩'을 연출해온 그는 2012년 해고된 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에서 만드는 언론 '뉴스타파'에서 '진짜 기자'의 길을 이어가고 있다. 


<정권이 아닌 약자의 편에 서라>(최승호, 지승호/ 철수와영희/ 2014년)는 언론의 길과 기자의 삶에 대한 최승호 PD의 경험과 생각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인터뷰집이다. 공영방송이 어떻게 정권의 전리품이 되는지, 정권이 어떻게 방송을 장악하고 통제하는지, 방송과 신문이 정권의 통제를 넘어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이야기했다.


진실을 알아내려는 의지, 저는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진실을 알아내는 과정에서 윤리적이어야 된다는 것, 그것도 중요합니다. 물론 불가피할 수도 있지만, 최소한 의도적으로 상대를 속이거나 이용해서는 안 돼요. 누구에게 사기 치고, 누구를 해롭게 하면서 진실을 밝혀낸다, 이건 어불성설입니다. (줄임) 취재 과정에서 윤리성을 상실하면 그 결과가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결국은 제대로 된 평가를 못 받고, 심지어 취재 결과조차 역이용을 당해서 묻혀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 <정권이 아닌 약자 편에 서라> 64쪽


뉴스 대신 '짤방'... 위기의 시대 언론의 길


진짜 기자, 진짜 언론을 만드는 데는 '소비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뉴스를 읽어드립니다>(김용민, 민동기/ 휴먼큐브/ 2015년)는 '가짜 언론'에 속지 않기 위해서 언론 소비자들이 꼭 알아야 할 뉴스의 속살을 이야기한 책이다. '나는 꼼수다'로 잘 알려진 시사평론가 김용민과 '미디어비평' 전문가 민동기가 함께 진행한 팟캐스트 프로그램이 바탕이 됐다. 


김용민은 2015년 6월 출간 직후 북DB와 한 인터뷰에서 "(언론의) 구조가 기자를 만든다"라며 "구조를 알아야 언론을 알 수 있고, 언론을 알아야 언론의 욕망을 알 수 있고, 언론의 욕망을 알아야 진실을 알 수 있는 법"이라고 언론의 구조를 알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슈를 쫓기보다는 이슈 이면에 드리워진 '구조적인' 문제점을 주목한 책. 왜 언론이 왜곡보도를 할 수밖에 없는지 언론계 내부 풍경을 들여다보고자 노력했다.


길들여지지 않은 공정한 편파를 이야기해야 한다. (줄임) 세월호 참사 국면 때 이상호 MBC 해직 기자의 행보를 복기해본다. 그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구조'라는 연합뉴스의 천인공노할 왜곡에 대해 "개새끼"라며 격정을 토로했다. 유족 이익을 대변하는 입장이었으니 실로 편파적이었다. (줄임) 언론인의 금을 넘어갔다는 것이다. 본디 심판이 선수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성이 사라진 지옥에서 품위는 무엇이며 금도는 또 무엇인가. 언론이 선수로서 역할을 해야 할 시점에는 선수가 돼야 한다. - <뉴스를 읽어드립니다> 319쪽


오늘날 언론과 언론인의 위기는 단순히 '정신'의 위기에서 온 것만이 아니다. 실제로 언론은 '밥줄'의 위기 앞에서 더 긴장하고 있는 듯하다. 사람들은 뉴스에 관심이 없고, 뉴미디어의 거센 도전은 카드뉴스와 ‘어뷰징’만으로는 막아낼 수가 없다. 위협받는 언론의 ‘밥줄’은 언론의 타락과 언론인의 ‘기레기화’를 부추기기 마련이다.


<뉴스가 말하지 않는 것들>(이정환 외/ 인물과사상사/ 2016년)은 뉴스 생산 메커니즘과 저널리즘의 작동 원리를 파헤치며 뉴스의 위기 시대에 저널리즘이 살아날 기회를 탐구한 책이다. 모두가 '모바일 퍼스트'를 외치며 페이스북과 '짤방'에만 몰두하는 한국 언론. 하지만 JTBC '뉴스룸'과 '뉴스타파', '노컷뉴스'의 성공은 다른 해법이 있음을 시사한다. 언론 위기의 현상과 원인, 그리고 혁신에 대해 ‘본질적으로’ 파고든 책. 미디어 전문지 '미디어오늘' 기자들이 함께 썼다.


우리가 고민하는 것은 결국 저널리즘과 민주주의다. 낡은 헤게모니가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가 나타났다. 분산 미디어 환경에는 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 값싼 스내커블 콘텐츠가 범람하고 플랫폼이 해체되면서 역설적으로 자본 종속이 심해진다. 뉴스의 맥락을 따라잡기도 갈수록 어려워진다. 화려한 기술적 과시는 넘쳐나지만 저널리즘의 본질에 대한 고민은 오히려 위축된다. - <뉴스가 말하지 않는 것들> 12쪽


취재 : 최규화(북D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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