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머리 독서법, 최승필
<공부머리 독서법>을 다시 읽었다. 이 책은 자녀를 둔 부모라면 꼭 읽어봐야 할 필독서일 것이다. 워낙 유명한 책이기도 하고 2018년에 나왔음에도 아직까지 많이 읽히는 책이다. 첫째 아이는 책을 틈틈이 읽고 좋아하는 아이라 두껍고 난해한 책도 곧잘 읽는다. 초등학생을 둔 엄마로써 나는 둘째 아이의 언어능력이 걱정이 된다. 두뇌와 감성이 고루 발달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 독서능력과 사고력을 갖춘 아이로 키우고 싶다. 하지만 작년에 읽고도 실천하지 못했던 나를 반성하면서 다시 책을 집었다.
2주에 한 권씩 10개월만 읽어도 중3 아이의 언어능력이 고3 수준으로 올라간다고 한다. 학년과 아이의 읽기 능력에 따가 적용할 수 있는 14개의 독서법을 담았다. 그중에서 책에서 내가 기억하고 싶고 또 눈에 띄는 몇 가지를 담아봤다.
언어능력 = 읽기 능력 + 사고력 = 수학 능력
공부를 별로 안 하는 것 같은데 성적이 좋은 아이들이 있습니다. 공부머리는 그 아이가 거쳐온 독서이력에 의해 결정됩니다. 두껍고 난해한 세계명작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아이에게 교과서는 한 번 읽으면 간단하게 이해되는 쉬운 책에 불과하지요. 결국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지식을 머릿속에 욱여넣는 독서가 아니라,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 즉 글을 읽고 이해하는 ‘언어능력’을 키우는 독서를 해야 합니다. (표지)
책을 읽지 않았음에도 언어능력이 높은 것은 지능보다는 기질적인 요인이 크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을 대충 넘어가지 않고 '왜 그럴까?'하고 의문을 품는 사고 패턴 덕분에 학교 공부를 하는 것만으로도 언어능력이 저절로 성장한다. 한 마디로 평소에 생각을 많이 하는 아이, 세상을 읽을 줄 아는 아이죠. (p.54)
네이버 카페를 찾아봤다. 독서모임, 교육자료 또는 함께 할 수 있는 공독이나 슬로 리딩에 관한 정보도 많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기초 언어능력 평가지이다. 기초 언어능력 평가지를 활용해서 대학 수학능력시험 국어영역을 초등 5학년~중등 3학년이 볼 수 있도록 난이도를 조절한 테스트지이다. 비교적 쉬워서 아이들이 큰 스트레스 없이 풀 수 있다고 하니 그동안 누적된 데이터에 따라서 아이들의 언어능력 수전을 파악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세계명작, 한국사, 수학, 위인전, 미술, 과학 등 연령대별로 읽혀야 할 전집도 수두룩이다. 학습만화는 얄팍한 지식을 습득함으로써 모르는 것을 안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다 안다는 오만함이 호기심을 사라지게 만들고 지식 도서를 찾을 일도 없게 된다.
속독은 팔을 굽히지 않고 엉덩이만 올렸다 하는 팔 굽혀 펴기와 같습니다. 운동처럼 보이지만 운동이 아닙니다. '독서는 깊이 생각하며 천천히 읽는 것'이라고 말해주세요. 그래야만 공부머리를 기를 수 있고, 책의 진짜 재미도 느낄 수 있다고 말합니다. (p.190) 생각을 많이 해야 좋은 독서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초등 성적은 엄마 성적, 중등 성적은 학원 성적, 고등 성적은 학생 성적' 이란 말이 있다고 한다. 초등학교 내내 공부를 잘했던 아이가 중학교에 가면서 갑자기 성적이 떨어지는 경우는 상당히 많은데 대다수는 교과서를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교육을 받으면 읽고 이해하는 공부가 아니라 듣고 이해하는 공부를 하기 때문에 읽기 능력을 훈련할 기회가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책에서 언급한 KBS 다큐멘터리 <책 읽는 대한민국, 읽기 혁명>에 나오는 학습 치료 전문가는 우리나라 독서교육이 왜 성공하지 못했는지 보여준다. 기억에 남는 것은 핀란드에서는 조기교육이 불법이라는 것이다. 특히 교육 선진국들이 조기 문자 교육을 금지하고 공교육에서 지나치게 과할 만큼 독서교육에 집중한다.
질이 높은 사춘기를 보내는 아이들은 자신이 왜 이렇게 짜증이 나는지에 대해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당연하게 여겨졌던 부모의 잔소리가 왜 견딜 수 없게 되었는지를 생각하다 보면 자신이 본인의 의지가 아닌 타인의 의지대로 살고 있다는 걸 깨닫습니다. 내 몸은 자라 어른이 되었는데 나의 상황은 여전히 초등학생 때와 다를 바 없다는 것, 그 괴리 때문에 짜증이 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중략) 아이는 자기 자신과 세상을 더 잘 알기 위해, 다른 이들의 줄다리기를 엿보기 위해 책을 펼칩니다. 언어능력이 높은 아이는 자신이 처한 현실, 당면한 문제에 대해 합리적인 해결책을 판단할 능력이 있습니다. (p.217)
이야기책 독서는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보는 것과 같습니다. 나와 전혀 다른 시공간, 전혀 다른 상황에 처한 사람에게 감정이입을 한 채 그 사람이 겪는 사건을 함께 겪어보는 것이니까요. 그 자체가 타인을 이해해보는 행위입니다. 공부의 문제를 넘어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이 살아가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는 굳이 말씀드릴 필요가 없을 겁니다. 성공적인 학교생활과 사회생활의 기본은 인간관계니까요. 아 참, 가정생활마저도 그러네요. (93쪽)
책을 읽을 때 발생하는 생각과 감정의 덩어리가 크고 두터울수록 독서의 효과도 커집니다. 그러려면 능동적인 독서를 해야 합니다. 재미없는 책을 읽으면서 능동적일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꾸역 꾸역이라도 끝까지 읽는 게 용하죠. 재미있다는 것 자체가 능동적인 독서를 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97쪽)
어떤 책을 좋아한다는 것은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이가 그 작가의 이야기 진행 방식과 문장의 호흡을 편안해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 작가의 다른 책도 좋아할 확률이 높습니다. (98쪽)
지식도 서 독서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가 이야기책 읽듯 지식 도서를 읽으면 독서 효과를 거의 볼 수 없습니다. 책 속에 담긴 지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식을 이해하는 능력도 기를 수 없지요. 아이가 숙련된 독서가로 변신하는 데는 세 권이면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297쪽)
두뇌와 감성이 고루 발달하고 독서능력과 사고력을 갖춘 아이로 키우고 싶다. 더불어 공부도 잘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책을 통해서 아이의 언어능력을 키워주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영어학원이나 수학학원 때문에 독서를 미루면 안 될 것 같다.